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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동재 Jul 19. 2024

‘성과’를 재무적 결과라고 생각했을 때 나타나는 현상들

요 몇 년 사이 생성형AI의 급격한 발전으로 비숙련노동자들의 생산성이 올라가면서 지식노동자의 ‘성과’는 무엇이어야 하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들이 대두되고 있습니다. 우린 같은 단어를 보고도 때로는 각자 다르게 개념을 해석하곤 하는데, 대표적으로 성과(Performance)도 그런 단어 중 하나입니다. 예를 들어  “제가 OO님 2023년에 창출하신 성과에 대해서 말씀해주시겠습니까?”라고 질문을 드리면 A님은 “신임 조직장 교육을 3번 진행하고 (...)” 이렇게 한 일(Activity)을 중심으로 말하는가 하면 B님은 “테슬라 영업을 통해서 1억 달러 수주에 성공했습니다.” 라고 결과(Result)를 중심으로 말합니다. 리워크팀은 성과를 ‘과제해결을 위한 솔루션’으로 정의하고 있는데요. 막상 이러한 정의에 대해서 설명을 드리면 많은 분들이 공감하시면서도 현실에서는 성과가 마치 재무적인 결과라는 개념에 기반해서 소통되는 경우가 굉장히 흔합니다. 그 이유는 아마도 성과평가를 하는 방식과 성과평가 결과를 기본급 결정에 연계하는 방식이 ‘성과 = 결과’라는 컨셉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성과관리시스템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성과 = 과제해결을 위한 솔루션’이라고 강조해도 실제 성과를 계획하고 성과평가를 진행하는 과정이나, 그것이 기본급결정과 연계되는 과정에서 ‘성과’ 그 자체에 초점을 맞추지 못하게 되면(예: 목표달성도에 의한 상대평가) 현실에서는 ‘성과 = 과제해결을 위한 솔루션’이라는 간단한 명제도 쉽게 허물어져버리는 것이죠. 이것은 성과지향적인 조직이 되기 위해서 인사관리시스템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급여결정을 위해서 끼워맞추기 식으로 성과를 관리하는, ‘마치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격’ 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어쩌면 성과를 재무적 결과라고 보는 것이 뭐 그렇게 대단한 오해냐고 생각하실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고성과를 창출하다 보면 결국엔 재무적인 결과로 나타나게 되는거 아니야?”라고 말이죠. 물론 그렇습니다. 하지만 성과와 결과와의 관계를 인과관계로 보는 것과 성과와 결과를 같다고 보는 것은 경영 현실에서 전혀 다른 양상으로 나타납니다. 


오늘은 특히 ‘성과’를 재무적 결과와 같다고 생각했을 때 나타나는 현상들을 짚어보고 그것이 왜 성과중심의 인사관리를 방해하는 관행일 수밖에 없는지를 다뤄보려고 합니다. 그럼 시작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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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 = 결과’ 라고 생각할 때 나타나는 현상


‘성과 = 결과’라고 생각하는 것은 성과라는 개념을 쉽고 명확하게 설명하는 것이기에 별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A라는 회사에서 있었던 일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A사의 홍보팀에 KPI는 자사 제품의 언론노출 횟수였습니다. (적절한 KPI라고 생각하진 않지만 이번 뉴스레터의 주제에 더 집중하기 위해 그 적정성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언론노출 횟수를 늘리기 위해서 홍보팀은 여러 채널을 통해 바이럴을 일으키려고 했지만 생각보다 시장반응은 없었습니다. 그러다 갑자기 A사 제품에 대한 언론노출 횟수가 급증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유는 A사의 노력과는 무관하게 한 유명연예인이 V-log에서 해당 제품을 칭찬하면서 바이럴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언론노출까지 일어났던 것입니다. 홍보팀은 그해 가장 높은 성과급을 가져갔습니다. 구성원들은 의아했습니다. ‘좋은 결과가 있었던 것은 맞지만, 여기서 성과가 어디에 있는거야?’, ‘홍보팀 구성원들은 그냥 운이 좋았던 거잖아. 이게 정말 맞는 거야?’
조금은 극단적인 예시 같지만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실제로 많이 벌어지고 있는 일이기도 합니다. 이런 일들이 반복될수록 구성원들의 직무몰입도는 낮아지고, 때론 운에 기대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생각을 하는 구성원들도 생겨나게 됩니다. 
이렇게 ‘성과 = 결과’라고 생각하는 경우 어떤 현상들이 주로 나타날까요? 몇 가지 징후들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만약 우리 조직에서 아래와 같은 현상이 많이 나타난다면, 구성원들이 성과의 개념을 다르게 이해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고, 성과관리시스템을 다시 점검해봐야 할 수 있습니다.


“우리 부서는 성과를 창출하는 부서가 아니에요”


보통 스탭부서에서 흔히 언급하는 내용입니다. 비슷한 버전으로 “우리 부서는 성과창출에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영업부서입니다.” 라거나 “제 직무는 성과를 많이 창출하는 직무가 아니어서 다른 팀으로 이동하고 싶어요”가 있습니다. 모두 성과가 재무적인 결과라는 인식에 기반해서 발생한 표현들입니다. 이 같은 인식을 그대로 인정한다면 어느 순간 구성원들은 조직레벨의 성과창출에 기여하기 위한 지식노동자라기 보다는 해오던 일을 하는 매뉴얼워커로 본인을 포지셔닝하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른 영역의 조직장도 마찬가지 이지만 이런 이유로 특히 스탭부서의 조직장들은 경영계획(단위조직의 미션, 과제, 전략)에 대한 컨텐츠를 구성원들과 충분히 소통하면서 원페이지를 바라보게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성과평가의 기준은 목표달성도 아닌가요?”


비슷한 맥락으로 “성과평가를 제대로 하려면 목표를 합의하는게 중요합니다.”와 “목표를 자주 수정하는 것은 바람직 하지 않잖아요.”가 있습니다. 목표는 결과를 구체적으로 정의한 것이기 때문에 성과평가의 기준을 목표로 잡게 되면 수립한 계획이 마치 평가의 기준인 것처럼 인식하게 되고, 구성원들은 애초부터 달성하기 쉬운 수준의 목표를 수립하고 측정이 용이한 문제만 다뤄 진짜 해결해야 할 과제가 뒤로 밀려나게 되거나, 보다 못한 조직장이 구성원들에게 도전적인 목표를 잡으라고 강요하면서 줄다리기 끝에 일방적으로 목표수준을 내려 보내기도 합니다.
이런 현실들이 반복되면 내외부 환경변화에 맞춰 기민하게 계획을 조정하거나 더 높은 성과창출을 위한 방향설정이 필요할 때 어려움을 겪게 될 수 있습니다. 이런 부작용 때문에 리워크팀은 성과계획을 수립 할 때는 ‘목표’가 아닌 ‘해결과제’를 중심으로 계획을 수립하는 것이 중요하고, 성과를 평가할 때는 두 가지를 고려해서 ‘성과’ 그 자체에 대한 ‘가치판단’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1) 결과의 임팩트가 얼마나 큰가? 2)’과제해결을 위한 솔루션’이라고 할 수 있는 ‘성과’와 ‘결과’와의 인과관계가 얼마나 긴밀한가? 두 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한다면 높은 성과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만약 위 A사 홍보팀의 사례처럼 결과만 있고 과제해결을 위해 의도했던 내용이 없다면? 평가할 수 있는 ‘성과’가 없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일 것입니다. 


“일상적인 업무가 너무 많아서 성과창출을 할 만한 여력이 없어요”


비슷한 표현으로 “저는 올해 딱히 성과라고 할만한 게 없습니다.”가 있습니다. 이 역시 성과를 뭔가 거창한 재무적인 결과와 연관되지 않으면 성과라고 생각하지 않는 편향이 반영된 표현입니다. 일상업무와 성과창출을 위한 업무를 이분법적으로 구분하는 현상 그 자체가 어쩌면 구성원들이 성과창출을 위한 동기가 낮아지고 있는 원인일 수 있습니다. 일상업무와 성과창출을 위한 업무는 현실에서 구분되지 않고, 일상적인 일이라고 하더라도 그 안에서 내가 가설과 의도를 가지고 변화시킨 것이 있다면 성과로 볼 수 있습니다. 마치 구글의 전 CHRO였던 라즐러 복이 이력서를 쓸 때  'Accomplished [X] as measured by [Y] by doing [Z]' XYZ를 모두 쓰라고 권장했던 것과 같은 맥락입니다. ‘무언가를 만들고 변화시켰다면’ 우린 그것을 성과라고 부를 수 있습니다. 그래서 리워크팀은 성과평가를 할 때  ‘해결해야 하는 문제상황’, ‘솔루션’(성과), ‘이해관계자의 행동변화’(결과1), ‘조직에 미친 영향’(결과2) 4가지 차원으로 맥락적으로 기술하는 것을 강조합니다.


“저는 주로 장기 프로젝트를 수행하기 때문에 지금 당장은 성과가 없네요”


이 역시 성과를 결과로 인식한 대표적인 표현입니다.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성공을 위해 거쳐야 하는 중요한 마일스톤들이 있는 것처럼,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얼마든지 성과에 해당하는 내용이 있을 수 있습니다.

성과를 ‘과제해결을 위한 솔루션’이라고 정의하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성과 = 결과’라고 생각하는 뿌리깊은 인식과 균형상태를 변화시키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기존에 성과관리시스템(경영계획, 성과계획, 1on1, 피드백,  의사결정체계, KPI, 성과평가)의 관행을 모두 새롭게 뒤집어 봐야하기 때문입니다. 나아가 성과평가 결과를 적용하는 기본급 결정의 기존 관행들도 이러한 인식을 강화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것이 구성원들이 ‘성과’ 그 자체에 초점을 맞추고 왜곡이 발생하지 않길 바란다면, 기존의 시스템 중에서 ‘성과’를 결과라고 오해할만한 요소가 없는지 찾아서 제거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더 나은 성과관리는 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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