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하 「필 꽃 핀 꽃 진 꽃」
(···)
일 년 내내 꽃이 피는 곳이면
일 년 내내 봄일 거라 생각했으나 살아보니
녹아내리다가 우연히 시원했고
얼어붙다가 따뜻한 기운이 한두 번 찰랑였다
밥을 먹으려고 냉장고 문을 열었다가
시들어버린 것들에 대해 생각했고 생각하기를 멈췄다
필 꽃 안으로 빠져나가듯 들어가 밥을 먹었다
숨이 멎을 것처럼 안전했다 안전은 잠시뿐이었다
핀 꽃 위에서 포만감이
미끄러지듯 내려왔고 소화를 시키려
진 꽃
을 손에 들고
버리러 갔더니,
버리고 와서야 알았다
이원하 「필 꽃 핀 꽃 진 꽃」 부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