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났다.
단편 소설 같은 내 2017년은
오늘을 끝으로 이야기가 막을 내렸다.
기쁨 섞인 두려움을 안고 조심스레 시작한 2017년이었다.
기틀을 잡고 세부적인 흐름을 그려갔었다.
해피엔딩을 위한 기초작업을 차근히 해나갔다.
차분하게, 감정적으로 동요하지 않으며 침착하게.
장시간의 이야기를 유연하게 풀어가기 위해
나를 다독이던 시간들은
계획대로 혹은 계획과 다르게
환경과 관계의 변화를 겪으며 달궈져 갔다.
조바심에 조금 빠르게 달궈진 마음은
빗방울이 몽글몽글 맺히다가 기어이
툭툭-
떨어지곤 했다.
작고 작은 갈등들이 일으킨 감정의 동요는
회오리가 되어
구상해놓은 이야기를 양껏 헤집어 놓았다.
원치 않은 방향이었다.
쉽게 결론을 내릴 수 없었다.
시간은 지리멸렬하게 흘러갔고
끝내 절정까지 도달해서야
'나'라는 캐릭터는 결말을 결정했다.
사건의 끝은 명료했지만,
사건 속 감정들은 간단치 않았다.
무언지 알기 힘든 마음들이
잔물결처럼
찰랑찰랑-
가슴에 닿았다, 떠나간다.
이야기는 끝났지만
잡아두기 어려운 마음이다.
당분간은 이 여운을 고스란히 느껴볼 참이다.
책장을 덮기 아쉬운
진한 아픔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