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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솔직한캐치업 Dec 21. 2016

날씨와 계절


겨울비가 내리고 있는 12월, 오늘.


작은 공간에 혼자 있는 나는

창문을 열었다.


비가 온다.


우산에 부딪히는 빗방울 소리가 좋아서,

차갑고 싱긋한 냄새가 빗소리와 잘 어울려서

그래서 비오는 날은 좋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다.


푹한 날씨에 내리는 오늘의 비는

겨울이 물러남을 알려주는 봄비 같기도

가을의 온기도 이제 끝이라 얘기하는 가을비 같기도 하다.


겨울은 싫지만

오늘같은 겨울은 좋다고 생각하다,


문득

내가 좋아하는 계절이 많아졌음을 떠올린다.


따듯함이 좋아서 내게 필요한 계절은 봄 뿐이었다.

꽃들도 따스함을 환영하여 흐드러지게 피는 것 같았다.

알록달록한 색채와 함께하는 봄이 좋았다.


2년전인가,

녹음이 기다려졌다. 무작정.

한 없이 푸르고 울창한 계절이 오기를 바랬다.

더위를 덜 타는 나는, 가만 있어도 땀이 흐르는 무더위에도

어디든 앉아

녹음을 보는 것이

청해를 보는 것이

좋아졌다.


나에게 가을은 겨울이 온다는 알람같은 계절이라,

단풍의 화려함도

곧 사라질 아름다움이란 생각에 반갑지 않았으나


'코 끝이 시려오는 순간'을 청아한 냄새로

낙엽이 될 단풍도 봄 꽃만큼이나 찬란한 빛깔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그 간 갖고있던 가을에 대한 나의 개념이 이렇게 한 순간에 변할 수 있는건

어떤 이유인지 나도 도통 모르겠지만

좋아지는 것이 많아졌으니

그저 좋아하기로 했다.


오늘같은 겨울도 좋은걸 보면

겨울도 끌어안게 되는 날이 오겠지.


이렇게 네 계절을 받아들이고 있듯이


나의 불호들이

휴지에 물이 스며들듯

빠르고 갑작스럽지만

거부감은 들지 않게

나의 생각 속에 물들어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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