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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잉절미 Jun 26. 2017

통하거나 질문하거나, 마음을 태우고 있지.

주간 잉절미 6월 3주차

    밤의 아이스크림이 어느 계절보다 더 생각나는 날들이다. 계절을 타는 음식이 있는가 하면, 마음을 타는 것들도 있다. 어떤 모임보다 편안한 사람들, 어떤 도시보다 친근한 공간. 그런데 잉절미 독서나눔은 꽤 친근한 곳에서 꽤 편안한 사람들과 진행하는 데 마음을 쉽게 탈 수 없다. 한 사람 한 사람 늘어놓는 이야기들이 31가지 아이스크림 개수보다 더 다양하게, 새롭고 낯설고 가끔은 어렵고 가끔은 불편하기 때문이다. 이번 모임에 새로운 회원님이 체험 차 참석했는데, 그의 이야기도 기존 회원들에게 들을 수 없던 것이었다. 

    반전은 누구의 이야기든 천천히 귀 기울여 듣는다면 그 이야기만의 맛과 매력을 느껴 결국 마음까지 주어버릴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그렇게 자서전을 읽지 않던 사람이 자서전을 읽기도 하고, 특정 작가의 책을 읽지 않던 사람이 그 작가에게 관심이 가기도 한다. 또 모르는 일이다. 지금 마음이 가지 않더라도, 새로운 계절이나 새로운 자신을 발견할 때 쯤 여기서 누군가가 했던 이야기에 매료되어 있을 지도. 이런 시각으로 본다면, 우리는 과거나 현재나 미래에서 잉절미 독서나눔에 마음을 태우고 있나보다.


준우

날씨는 점점 더워지고, 몸도 더위에 축축 늘어지는지라 조금은 쉽게 책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별생각 없이 간 서울국제도서전에서 지역 도서 부스를 둘러보다 이 책이 눈에 들어왔다. 나도 잘 몰랐던 대전의 여러 골목을 사진과 취재담을 통해 담담히 소개하고 있는데, 직접 발로 뛰며 지역 주민의 이야기를 귀담아 쓴 성실함이 빛난다. 구도심의 이야기를 다루는지라 재개발의 명암이 책 곳곳에서 드러난다. 이 책은 1편이라 대전광역시 중구만 나오는데, 다음 편이 나온다면 아마 동구나 대덕구에 대해 다루지 않을까.

다른 사람과 내 출신지에 관해 이야기한 것도 오랜만이었지만, 자유의지에 대한 이야기를 진지하게 나눈 것도 오랜만이었다. 모임에 오면 50% 확률로 '미래는 정해져 있는가'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기분인데, 영화 '컨택트' 관람기가 모임에서 계속 나오면서부터 그랬던 것 같다. 인간의 의지는 정말 환경을 거스르는 것만으로 증명되는 것일까? 인간이 분자로 '프로그래밍'된 존재라면, 그 분자들의 화학적 작용이 단순히 자연법칙 이상의 의미를 지닐 수 있는 것일까? 이런저런 생각들이 든다. 


뭐, 모임은 늘 이렇게 많은 질문과 맞닥뜨리는 시간이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성연

 잉절미는 보통 5~10명 사이의 사람이 모입니다. 보통은 두 시간 정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번 주 잉절미에는 체험을 위해 찾아오신 1분을 포함하여 총 5명이 모였습니다. 이야기를 시작하면서 완독의 전당과 주간 잉절미가 겹치는 부분이 있고 이를 잘 분리해보자는 의견을 냈습니다. 아직 결론은 나지 않았지만 어쩌면 앞으로 주간 잉절미는 지금 보다는 더 잉절미 모임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모임에 나가는 것이 즐겁습니다. 다른 분들도  즐거웠으면 좋겠습니다. 주간 잉절미도 그런 시도 중 하나이고 도움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모두가 매주 어떤 책을 읽고 온다는 것만으로도 꽤나 통하는 느낌으로 이야기할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열대야가 벌써 온 것인지 잠자기가 힘들 날입니다. 책 많이 보고 열심히 함께 했으면 좋겠습니다. 다음 주 주간 잉절미는 상반기 올해의 책 이야기로 돌아옵니다. 기대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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