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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마사띠 Jun 03. 2019

Moojibaba를 다시 만나다!

비르와의 첫 수업 그리고 무지바바와의 재회

심각한 문제들이 생겼다. 첫째, 창문으로 넘어 들어오는 각종 소음에 이틀 내리 잠을 제대로 못자고 있다는 점. 둘째, 게스트하우스에서 락쉬만쥴라 다리까지 걸어서 가려면 계단길을 다녀야 하는데 깍두기에게 무리가 된다는 점.(심지어 업어달라고...)


이틀 내리 잠을 못잤더니 정신이 비몽사몽했다. 그래도 오늘은 요가 선생님 Veer와의 첫 수업을 약속한 날이어서 피곤한 몸을 영차 이끌고 수업 장소로 갔다. Veer는 한국에서 요가원을 하시는 숙모님의 나이 어린 친구이기도 한데, 인도 와서 얼굴 한번 보려고 한 그와 파르마뜨니께탄 아쉬람 음악잔치에서 우연히 만났었다. 멀리 보이는 페이스북에서 익히 보아오던 익숙한 얼굴! 살그머니 그의 등에 똑똑 노크하고 반갑게 인사를 했었다. 그리고 오늘, 처음으로 그의 수업을 들으러 가는 날.


이틀 전 파르마뜨니께탄에서 우연히 만났다. 피곤깍둑.
Kirtan Night에서 만난 요기Veer

그의 요가 홀은 오리엔트 게스트 하우스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십분 정도 걸어가는 길에 깍두기가 먹을 과일주스와 약간의 간식을 샀다. 오전 8시 30분 수업에 늦지 않게 도착하여 깍두기 매트를 뒤쪽에 하나 깔아주고 내 매트도 깔았다. 영국에서 왔다는 한 여성과 함께 하타요가 수업을 들었는데 1시간 30분짜리 수업이 꽤 인텐시브했다. 내가 요가를 하는 동안 깍두기는 뒤에서 간식도 먹고 그림도 그리고 놀다가 한시간쯤 지나니 내 등에 와서 매달리기 시작했다. 영국에서 온 그녀는 자기도 아이 엄마이자 키즈요가 선생님이라며 분위기 깨는 우리에게 넉넉한 마음을 보여주었다. 만트라, 수리야나마스카라, 아사나, 프라나야마(호흡수련)가 골고루 섞여있는 수업이었다.


수업을 마치고 깍두기와 다시 게스트하우스로 돌아오는 길. 오아시스 카페라고 쓰여있는 간판, 꽤 괜찮아보이는 레스토랑이 있었다. 아침을 먹으러 그곳에 들어갔다.


인도+서양 스타일 아침식사

다 먹고 다시 게스트 하우스로 돌아가서 심심해하는 깍두기와 낮시간을 어떻게 보낼지 고민했다. 의지할 곳은 1등 삼촌 수라지뿐, 그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오늘 깍두기 데리고 갈만한데 없을까?


수라지는 주변에 작은 폭포가 하나 더 있다며 그곳으로 데려다주겠다고 했다. 그래서 이틀 연속 폭포 당첨.


오리엔트 게스트 하우스 우리 방문 앞은...폐허...
폭포에 또 놀러갔다. 부쩍 친해진 둘.
나란히 앉아 그림도 그리고
둘이 수준이 비슷
가리고 숨기고 꺄르르 웃고 난리다
그림을 거의 그려본적 없다는 그에게 걍! 그리면 된다고 알려줌 ㅎㅎ 인도에서 1일 1그림 전파중 ㅋㅋ
맨날 사먹던 물을 그려보았다
좡난꾸래기...뒤에 예술혼 불태우며 그림 그리시는 수삼촌

날이 어제보다 추워 물에 들어가지는 못했다. 어제 간 폭포보다 덜 멋있어서 사진 찍을 감흥도 없고...짜이 한잔 마시고 그림 그리며 한 시간쯤 놀다가 배고프다고 하는 깍두기를 데리고 다시 마을로 내려왔다.


전화를 받고 바빠보이는 인도 삼촌 수라지를 보내고 깍두기와 평소에 눈여겨보던 티베트 식당 ‘리틀붓다’에 갔다. 한국 식당과 걸어서 오분 거리였다. 티베트 음식 중에 뚝빠라고 우리나라로 치면 칼국수같은....뚝빠를 사주면 잘 먹을 것 같았다. 티베트 만두 모모도 같이.


리틀붓다 카페
자고있는 강아지?를 건드려보는 깍둑
자는 개한테 코뽀뽀 시전

뚝바를 기다리며 개랑도 놀고 나랑도 놀고...

음식이 나오자 호로록하고 잘 먹었다. 역시 만 네 살배기의 편견 없는 미각. 나보다 낫다.


뚝바먹기
야채모모와 뚝바를 둘이서 뚝딱

맛있게 먹고 있는데 인도 삼촌 수라지가 전화와서는 빨리 한국식당으로 오라고 했다. 한국 식당에 Moojiji께서 오셨다는 것 아닌가! 오 마이 갓, 진짜?!


깍두기의 손을 잡고 한국식당 드림카페로 갔다. 2층으로 올라가니 평소에 텅 비었던 그곳이 유러피안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우리가 늘 차지하는 창가 자리에 앉아계시는 무지 바바가 보였다. 오 마이 갓! 이토록 가까이서 그를 보다니!!


유럽과 인도 청년들은 약간 흥분한 기색으로 눈이 하트 뿅뿅되어서 그의 말 하나하나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한 명씩 그에게 가서 축원을 받고 본인 이야기를 했다. 사람이 많아서 모두 그 기회를 얻을 수는 없는 분위기여서 누군가 그와 대화를 나누면 내심 부러운 눈치였다. 그와 대화를 나눈 사람들 중 몇몇은 울기도 했다. 그냥 깍두기와 언저리에서 구경만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갑자기 어딘가에서 나타난 인도 삼촌 수라지가 깍두기를 번쩍 들어 무지바바 옆에 턱 하고 앉히는 것 아닌가. 그러더니 애엄마 오라며 나에게 손짓을 했다. 모두의 시선이 우리에게 꽂혔다. 이럴 때는 1분 1초라도 낭비 안하는게 저들을 돕는거다 싶어서 후딱 무지바바와 깍두기의 곁으로 갔다.


그의 곁에 가까이 다가가니 좀 다르긴 했다. 손을 잡고 눈을 감고 함께 기도를 올리고. 짧은 순간이었지만 강렬한. 지난번 파르마뜨니께딴 삿상(법문)에서 뵈었다고 그때 해주신 말씀 중에 어떤 어떤 것들이 감명 깊어 저에게 깨우침이 되었습니다. — 하고 말씀드렸더니 세상에 오로지 나만 존재하는 것처럼 귀 기울여 들으시다가 눈을 깊이 바라보시면서 말씀하셨다.


One Satsang. You learned that. That’s very good.


너무 많은 사람들이 무지바바에게 하트를 보내고 있어서 좀 오글거리기도 하고 오글거릴 때 튕겨나가는 반골기질을 갖고 있기도 해서 울지는 않았다.ㅋ

그래도 무지바바를 이토록 가까이서 뵙고 말씀을 들을 기회가 있어서 개인적으로 무한한 영광이었다.


무지바바 깍둑 나 수라지삼촌

특별한 순간임에는 분명했다. 떨리는 가슴을 진정하며 깍두기를 데리고 강가로 갔다. 무지바바에 관심이 1도 없는 깍두기는 강가에 놀러 간다고 행복해했다.


강가에 갔더니 한국인으로 보이는 여성 한 명이 인도 아이들과 스스럼없이 놀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깍두기는 또래 아이들을 만나자마자 얼굴에 웃음이 한가득이었다.


강가에서 만난 인도 아이들
물에 들어가서 참방참방 놀아도 보고
깍둑신남
강가뷰

그렇게 놀고 있는데 해변에서 꽃을 파는 어린 소년이 나에게 다가왔다. 바가지 요금인걸 알면서도 하나 사주게 되고 또 한 번의 소원을 간절히 빌어보았다.


나만 보면 바가지 요금을 부르는...거참...
깍두기야 얼른와서 열일곱번째 소원빌어
조심조심 불이 꺼지지 않게 강물에 띄워본다
조심조심
띄워보내는 깍둑
멀리멀리
지금은 어디에 있을까

인도 가족들도 성지순례 여행 중인 것 같았다. 우리가 인사하니 같이 사진 한 장 남기고 싶다는 그들. 인도 사람들은 외국인과 사진 찍는 것을 참 좋아했다.



아이들과 아이처럼 놀던 한국인 대학생도 같이
두손을 꼭잡고 있는 꼬맹이들

슬슬 자리를 정리하려는데 아는 얼굴들이 멀리서 걸어왔다. 깍두기의 인도 삼촌 수라지와 그의 친구 시타르 연주자 아비, 지난밤에 피리를 연주하던 인도 친구. 그리고 그들의 멍멍이 그래미까지.


깍두기는 친구들이 없어져서 심심하려던 찰나에 나타난 그래미를 데리고 여기저기 똥강아지처럼 뛰어다녔다. 누가 멍뭉이고 누가 사람인지 잘 모르겠는.


그래미와 산책중인 깍둑
그래미 응가...
해지는 강가가 아름다웠다

그렇게 깍두기는 세명의 인도 삼촌들과 신나게 모래 위를 뛰어놀았다. 그들은 리시케시에서 제일 맛있는 짜이를 사주겠다며 우리를 데리고 버스정류장으로 갔다. 단연코 마셔본 짜이 중에 최고였다. 저녁6시가 가까웠는데 티타임을 가지는 인도 사람들. 보통 저녁식사를 밤 9-10시에 한다고 했다.


짜이를 마시는데 소가 한마리 자리잡고 서있다
우리는 앉아 간식을 먹고
우리 앞에 서있는 소
깍두기 꺅꺅 소리지르고 ㅋㅋ
음메~~~나도 과자 좀 줘
짜이집 앞에서 잠시 시간을 보내다가
저녁에 연주가 있어서 먼저 떠나는 삼촌 2번 3번

사실은 저녁 요가 수업도 들어가려고 마음먹고 있었으나 강가에서 재밌어하는 깍두기를 억지로 끌고 갈 수가 없었다. 어제 한국 식당에서 만난 캐나다 친구 미사가 좋은 요가원과 선생님들을 알려주었기에 내일부터는 한 군데씩 들려보려고 마음먹었다.


오전에 요가 수업 듣고

오후에는 깍두기를 위한 놀이를 하고

다시금 하루 일과가 안정감을 찾아가고 있다.


미사가 알려준 좋은 요가선생님
샨티요가피스 데일리 수업 스케줄
옴샨티옴 데일리 요가 스케줄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국에서 온 미국인 형부의 메시지.

위아 셈셈이라는 콩글리쉬까지 ㅋㅋ

내셔널 지오그래픽에 다 나오는데 왜 굳이 인도를 가느냐고 했던 미국인 데이빗 형부. 내 언제 꼭 한번 그를 인도에 데려오리라...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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