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8월 17일 수요일.
오전 7시 39분에 첫째 하은이가,
7시 41분에는 둘째 예은이가 태어나면서
저는 아버지가 되었습니다.
제왕절개 수술을 받으러 분만실에 들어가는 아내를 바라보며
저는 산부인과 복도에 우두커니 서 있었습니다.
초음파 영상과 심장 박동 소리로만 만났던 두 딸을
잠시 후에 직접 만난다고 생각하니
제가 서 있는 시공간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졌어요.
무언가 기이하고 신비로운 곳으로 순간 이동한 느낌이었습니다.
아내가 쌍둥이를 잉태했음을 처음 알았던 날.
저는 울었습니다.
나도 아빠가 되는구나.
우리 아이들은 어떻게 생겼을까.
나는 아이들을 잘 키울 수 있을까.
아버지 노릇을 잘할 수 있을까.
설레고도 두려웠습니다.
쌍둥이를 품은 배가 점점 무거워지면서
앉으나 서나 아파하고,
누워서도 힘겨워하는 아내가 안쓰러웠고
가끔 아이가 손발로 툭툭 치며 일으키는 태동이 신기했습니다.
무사히 아이가 태어날 순간만을 손꼽아 기다렸는데
그날이 되면 세상 다 얻은 듯 기쁘고 행복할 것만 같았는데....
막상 출산하는 시간이 도래하니
덜컥 겁이 났어요.
어떡하지. 난 아직 아빠가 될 준비가 덜 된 것 같아.... 조금만 더 있다가 태어나면 안 될까.
육아 서적도 더 읽어보고, 육아 유튜브도 더 찾아보고, 육아를 먼저 했던 선배들에게 더 물어본 후에,
육아에 대해 더 알게 되었을 때에, 내가 아빠로서 준비가 더 되었을 때.... 그때 태어나주면 안 되겠니...
임신과 출산으로 무지 고생했던 아내가 알았다면 섭섭해할 생각들을 감히 하고 있었는데...
분만실 문이 열렸습니다.
문을 열고 나오는 간호사 품에
제 아이들이 있었습니다.
하얀 태지로 뒤덮인, 쪼글쪼글한 얼굴과 몸이
꼬물꼬물 움직이면서 응애응애 울고 있는데....
아무 생각이 들지 않았습니다.
"첫째는 7시 39분에 태어났고요. 둘째는 7시 41분에 태어났어요. 산모와 아이 모두 건강해요. 축하드려요."
간호사가 뭐라고 뭐라고 말하고 있는데
귀에 하나도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 네... 네..... 그렇군요... 감사합니다....
얼간이처럼 어벙하게 대답을 몇 번 하다가
문득 정신을 차려보니
아이들은 간호사 품에 안겨 신생아실로 들어가고 있었습니다.
그게 제 아이들과의 첫 만남이었어요.
저는
아버지가 될 준비를 다 하지 못한 상황에서,
얼떨결에, 멍하게, 아무 정신없이,
아이들의 탄생을 맞이했고
그리고
아이가 태어난 지 38개월이 지나
이 글을 쓰고 있는
요즈음도
저는 여전히
얼결에, 어리바리하게, 정신없이
허둥지둥 딸들을 돌봅니다....
에휴.... 언제 즈음 능숙해질는지...
아이를 키우는 동안
무척 힘들었지만
너무나 행복했습니다.
이 글을 쓰며 아이와 함께 했던 순간순간들을 떠올려 봅니다.
아이가 고개를 가눈 날, 뒤집기에 성공했던 순간. 처음 걸음마를 내디뎠던 순간....
아아가 옹알이를 하다가 처음으로 엄마, 아빠 했던 순간....
새벽에 아이 몸이 불덩이 같아서 급히 응급실로 달려갔던 순간, 주사를 맞으며 자지러지는 아이를 꼭 끌어안고 눈물을 흘렸던 순간....
당시에는 기쁨도 슬픔도 모두 강렬했는데
이제는 그 순간들의 관경도 감정도 흐릿하기만 합니다.
그래서 글로써나마 아이와 함께 울고 웃었던 추억들을 붙들어보려 합니다.
매주 한 편씩 글을 쓰며 지난 날과 지금
제가 아버지로서 어떻게 살았는지 돌아보면서
어제보다 오늘, 오늘보다 내일
조금씩 조금씩
더 괜찮은 아빠로 성장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