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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브한 것에 대하여

#나 #우리

by 헤이민 HEYMIN


다음 중, 맞춤법이 틀린 것을 고르시오.

1. 나이브하게

2. 나 이브하게

3. 나이브한 나 이브하게

4. 이브한 나 나이브하게


무얼 찍든 그건 답이 아니다. 똑똑히 보자.

이건 다 맞는 것이다. 문제가 틀린 것이지.


맞춤법만큼 소극적인 법이 있던가,

지키지 않아도 지장 없는, 지키는 척만 해도 충분한 것 따위,

한낱 비웃음 값이면 충분한, 틀려도 괜찮은, 그럴만한.


띄어쓰기와 끊어 읽기로만 알 수 없는 세계가 있다.

'나'라는 외 글자가 얼마나 외로운지 아는 이는 아무도 없다.

있다면 그건 거짓말인 말.


나이브하다는 게 그런 거다.

순진하고 무구하게, 아는 척과 모르는 척을 적당히 겸비하는 것, 겸비한 척 하는 것.

알았다고 생각한 것은 결국, 모조리 모름에 가까울 것이다.


나 이브다운 건 그런 것이다.

갈비뼈 진화의 계보를 잇는 뉴 이브인 내가, 이브다운 건 모조리 척이다.

잉글리시가 한글 옷을 입고 한글인 척 하듯,

나이브도 척이고, 나 띄고 이브도 다 척이다. 척,척,척.


나 홀로가 나홀로인 것과 다르지 않다는 걸 이해한다면

그건 아름다움을 볼 줄 아는 순한 마음이다.

나는 나이고, 나이는 나이이고, 나이브는 나이브이다.


이 시는 나 이브와 나이브가 다르지 않을 걸 호소하는 나만의방 식이다.

언제 바뀔지 모르는 나의 나-이브함을 담은,

끝내 벽에 부딪혀 끊어질, 척에 지친 꾀 병앓이.


나-아-아이-이브-으으으-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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