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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경

#자존감

by 헤이민 HEYMIN


컴컴한 우물 속,

뾰족한 빛이 들어 나를 찌른다.

모서리에 놀라 질끈 감은 두 눈.


하나, 둘, 셋

삼을 세고 눈을 뜨니

하나, 둘, 셋

눈 앞에 놓인 거울 세 개.

그 안에 사람 셋이 앉아 있다.


나의 어제와 오늘과 내일

알고보니 다른 영혼들.

여섯 개의 눈동자가 만드는

유일하고 무이한 무늬.


지금의 나에게

내일의 너가 낯설 듯

내일의 너에겐

어제의 너도 새로웠을 거라고,


한참을 떠드니

뭉툭해진 빛의 모서리.


무늬는 또 다른 무늬로,


아 그래,

이제 더이상

이곳은 우물이 아니구나,

이곳은 우물이 아니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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