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피서
당신이 좋아하던 내 속눈썹 위에 얼음 두어개를 얹고 냉기 도는 눈꺼풀에 당신을 앉힌다. 당신 손에 들린 부채를 뺏어다 한강 손에 쥐어주고, 물가에 비친 우리 모습으로 소설 한 편 지어달라 청한다.
여름마다 꽃 피는 해로운 녹조는 왜 하필 너그러운 초록빛인가. 아이러니 안을 헤엄치는 무렵, 당신은 아무 말 없이 강가에 스트로우를 꽂고 거침없이 녹조를 빨아들인다. 걷어지는 초록빛, 그럼에도 다시 꿈틀대는 그린 라이트.
작은 몸뚱아리, 작은 위 한 칸, 꿀꺽꿀꺽 초록색 드링크를 주유하는 당신을 본다. 이토록 지그시 바라본다는 게 사랑인가. 해로운 것조차 맛있어 보이는 시각과 사고의 오류가 과연 사랑인가. 전생과 이생에 단 한 번도 겪지 못한 무더위 안에서 사랑 비스무리한 걸 잔뜩 핥아보는 여름, 짙은 초록밤마다 당신은 눈꺼풀 위에서 잔뜩 나를 뭉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