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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앵버박사 Aug 24. 2022

감정 해방일지

나를 괴롭히는 모든 감정으로부터의 해방을 위하여


구도자, 진리나 종교적 깨달음의 경지를 구하는 사람



감정 해방선언


누구나 살다 보면 마음의 어려움이 찾아올 때가 있다. 만성 고질병처럼 어린 시절부터 나를 괴롭혀온 감정이 있는가 하면, 성인이 되어 여러 경험과 상황에 놓이면서 생겨난 어려움도 있다. 물론 나도 이런 어려움을 겪고 있고 최근에서야 이 녀석들이 누구인지 알게 됐다. 30년 이상을 살아왔지만 그동안 나를 괴롭히는 마음의 정체에 대해 잘 몰랐었다. 이 글은 나를 괴롭히는 모든 감정으로부터의 해방을 위한 나의 감정 해방일지다.



지피지기 백전불태


만성 고질병


먼저 내 만성 고질병을 고백해 본다. 나는 말수가 적은 편이다. 특히 여러 명이 모인 자리에서는 한마디도 꺼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단순히 말만 없는 것이라면 별다른 고민이 아닐지 모른다. 그러나 말을 잘하지 않는 이유를 들여다보면 조금 달라진다.


먼저 나는 타인에게 쉽게 마음을 열지 못한다. 마음을 열지 못하기 때문에 나의 생각, 가치관, 심지어는 단순한 인사말까지도 적극적으로 표현하지 못한다. 그래서 사람과 길고 깊은 인연을 이어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이유 때문에 사람들과 어울려야 얻을 수 있는 긍정적인 에너지를 얻지 못하고, 말을 하지 못했던 상황이 발생하면 갑자기 침울한 기분이 들며 끝없이 밑을 향해 내려간다. 그 상황에 함께 있던 사람들이 나를 부정적으로 바라볼 것이라 무의식적으로 판단하고, 머릿속으로 그런 상대방의 잘못됨을 비판하며 나를 옹호하려는 자기 방어기제가 발동한다. 나도 이렇게 하고 싶지 않지만 내 마음이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항상 말을 못 하는 것은 아니다.  일대일인 상황에서는 오히려 상대방 보다도 적극적으로 의사를 표현하기도 한다. 변수가 적고 통제 가능한 안정적인 상황일 경우, 충분히 나를 표현하지만 더 복잡한 다수가 모인 상황에서는 그렇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공통 관심사가 있거나 둘만 있는 상황에서는 수다쟁이가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또한 아주 가까운 극 소수에게는 쉽게 나를 표현한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가에 대해 고민해봤는데, 나의 생각과 말을 타인이 어떻게 바라볼지에 대한 생각 즉, 비난받을 것이라는 무의식적 인식과 이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라고 판단했다. 지금도 그렇지만 어릴 적 나는 유독 내성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었다. 이런 내성적인 성향이 기질인지 아니면 다른 무언가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더 극단적으로 이런 성향을 강화시키고 사람들의 나에 대한 인식을 두려워하게 만들었던 몇 가지 사건들은 기억하고 있다.


{사건 번호 #1}
어릴 적 친가 가족들이 모이던 날. 내가 밖으로 나간 줄 알고 일부 어른들이 “아이가 너무 말이 없고..” 하며 부정적인 뉘앙스로 내 이야기를 하는 것을 들음.

{사건 번호 #2}
나는 학원 버스기사님께 이번에 내려야 한다는 말을 잘하지 못했는데, 어느 날은 내가 타지 않은 줄 아시고는 “내린다는 말을 안 하는 아이가 있는데..” 라며 답답해하시는 말을 들음.

{사건 번호 #3}
동생 친구가 우리 집에 오는 것이 부담스러워 집에 없는 척을 하고 문을 열어주지 않은 상황 때문에 부모님께 혼이 남.

{사건 번호 #4}
사회 초년생 때 회식자리에서 직장 상사가 내가 말수가 적은 것에 대해 여러 사람 앞에서 이야기함. 그러면서 지금 이렇게 이야기하는 와중에도 말이 없다며 장난스럽게 말하니 내가 놀림거리가 되어 다들 웃음.


나에게  말을  하냐고   하라고 지적했던 사람들이 잘못되었다는 이야기를 하려는  아니다. 어찌 보면 당연한 반응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직 어렸던 나는 “ 성격이 이상한 거구나.”, “내가 잘못하고 있는 거구나.”라는 무의식적 인식을 마음에 심었고, 이와 같은 상황에서는 타인이 나를 무조건 비판적인 시각으로 바라볼 것이라는 거짓된 두려움을 만들어냈다.


최근 오은영 박사님이 출현하는 “금쪽같은 내 새끼”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현대 정신의학이 나와 같은 증상을 어떻게 정의하고 있는지 알게 됐다.


선택적 함묵증. 위키백과에 따르면 어떤 상황에서는 말을 잘하는데도 특정한 장소에서 또는 상황에서는 말을 하지 못하는 일종의 불안 장애라고 한다.


어렸을 때는 다들 나를 내성적인 아이라고만 정의했는데, 지금은 이렇게 세부적으로 분류하고 사전에 대처할 수 있다는 것이 참 좋다고 생각한다. 덕분에 30여 년 만에 구체화된 나를 바라볼 수 있었다.



세상이 나를 힘들게 할지라도


이번에는 최근 3년간 겪었던 마음의 어려움에 대해 이야기해볼까 한다. 그 어려움의 정체는 바로 무기력과 무능감이다. 나는 대학생 때 좋아하는 일을 찾았고, 그 일을 직업 삼아 나름의 성과를 냈기 때문인지 꽤 높은 자존감을 가지고 20대를 보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무기력과 무능감이 천천히 나를 뒤덮었고, 최근에 와서는 그 기세가 최대치에 도달했다. 자존감이 높아지고부터는 이런 일이 생길 것이라는 상상을 해본 적이 없다. 그런데 왜 이렇게 되었을까.


정확히 기간을 나누어 본다면, 내 자존감이 올라갔던 시기는 취업준비와 취업 후 몇 년 간이었고, 내 자존감이 하락하며 무기력과 무능감이 찾아온 시기는 결혼 시점부터 아이를 낳은 후 최근까지이다. 나는 결혼하고 아이를 낳은 것을 단 한 번도 후회해본 적이 없고, 아내와 아이를 나 이상으로 사랑한다. 그들이 없는 삶은 이제 상상조차 할 수 없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삶에 커다란 시련이 찾아온 계기가 되기도 했다.


혼자만의 세상에 살던 내가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가정이라는 회사를 운영하게 됐다. 이 회사의 동료들과는 세상에서 가장 깊고 떼려야 뗄 수 없는 공동운명체여서 혼자만 걸어갈 때보다 훨씬 많고 복잡한 것들이 고려되어야 했다. 서로의 마음도 깊숙이 연결되어있어서 한 명이 힘들면 다른 한 명도 힘들어지고 그러다 모두가 힘들어 어려운 시기에 누구도 버팀목이 되어줄 수 없는 때가 많았다.


그러면서 나는 계속 무기력해졌고, 그 이유를 누군가의 탓으로 돌리곤 했다. “아내가 자꾸 힘들어하니까 나도 점점 힘들어져. 내가 어쩔 수가 없어.”, “아이 때문에 시간이 없어서 할 수 있는 일이 없어.” 내가 원하는 이상과 현실의 차이가 벌어지고, 같은 상황이 반복되면서 무기력은 학습되고 스스로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마음인 무능감이 점점 자라나게 됐다.



해방을 향한 진군


원인 파헤치기


자존감은 자신 스스로에 대해 만족하는 정도를, 행복은 삶에 충분한 만족을 느끼는 상태를 말한다. 그렇기 때문에 자존감의 하락은 행복한 삶을 영위하는데 방해가 되는 어떤 문제에 직면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생각해볼 수 있다.


자존감을 구성하는 3가지 요소가 있는데, 자신이 얼마나 쓸모 있는 사람인지에 대한 인식인 자기 효능감. 자신이 원하는 대로, 무언가를 하고 싶은 본능을 충족하는지에 대한 자기 조절감. 안전하고 편안함을 느끼는 정도인 자기 안전감이 그것이다.


이를 토대로 추측해 보건대, 나에게 찾아온 무기력과 무능감의 원인은 직면한 문제에 대한 책임을 나 외의 타인에게 돌림으로써 스스로 어쩔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고 단정하며 생긴 자기 조절감의 하락 때문이다.


{자존감 측정 방법}
자존감을 측정하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스스로에 대해 그리고 자신의 삶에 대해 점수를 준다면 10점 만점에 몇 점인지 생각해보면 된다. 자신에 대한 자신의 생각이 곧 자존감이기 때문에 이처럼 간단하게 파악해 볼 수 있다. 외부 요인이나 타인의 생각은 관계없다.


그렇다면 내가 바뀐다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처음에는 정말 고민되고 혼란스러웠다. 내가 문제인가. 다른 무언가가 문제인가. 그러나 어떤 실험을 통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게 됐다. 문제의 원인이 타인으로부터 시작되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로부터 영향을 받아 어려운 나의 마음은 오롯이 내 문제다. 내 마음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은 나 자신밖에 없기 때문이다. 단지 타인이 형성한 어떤 문제를 내가 인식하고 생각하면서 힘든 감정을 만들어 낸 것이다. 그러므로 내가 바뀌면 적어도 내가 겪는 문제는 해결된다.



한달살기 아닌 한달실험, 명상


나는 문제 해결을 위해 많은 고민을 했다. 그러나 딱히 진전은 없었다. 이렇게 해야지 저렇게 해야지 하며 의지를 내야 하는 일은 이미 무기력해진 나에게는 소용없는 일이었다. 하려고 했던 것을 못하게 되면 자책을 하게 되고 또다시 자기 조절감은 하락하게 될 뿐이었다. 그런데 딱히 큰 의지가 필요하지도 않고 많은 시간도 들지 않으며 즉각적인 효과를 내는 마법 같은 방법을 알게 됐는데, 그것이 바로 명상이었다.


명상에는 평소에도 관심이 있었지만 꾸준히 해본 적은 없었다. 어느 날 아내와 아이를 처가로 보내기 위해 공항으로 갔다. 둘을 보내고 홀로 남아 공항 안에 있는 작은 책장으로 가서 책을 살펴보는데 “당신의 삶에 명상이 필요할 때”라는 제목의 책이 눈에 띄웠다. 제목을 보니 내 삶에 명상이 필요한 것은 지금이라는 생각이 들어 잠깐 살펴보고 바로 서점으로 가서 책을 구입해 집으로 돌아왔다.


이 책에서 추천하는 하루 10분 명상의 가이드를 따라 한 달간 하루 10분 명상을 해보기로 다짐했다. 30일간의 일정을 표시할 수 있는 표가 인쇄된 종이에 그날 10분 명상을 완료할 때마다 스티커를 하나씩 붙여 나갔다. 아무리 무기력해진 나였지만 하루 10분 정도는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결국 30일간의 일정을 완료했다. 하루 10분을 지키지 못할 때도 있었는데 그때는 다른 날에 아침과 저녁 하루 두 번 명상을 했다.


효과는 어땠을까? 효과는 정말 놀라웠다. 30일의 명상을 끝내고 되돌아보니 이 한 달간 내 마음의 큰 파도가 친 적이 없었다는 것을 발견했다. 지난 몇 개월간의 힘들었던 마음 상태를 생각하면 놀라운 일이었다. 그뿐만 아니라 아내도 아들도 마음이 평안하다고 느꼈다. 물론 내가 명상을 한다고 다른 사람이 직접적으로 바뀌는 것은 아니겠지만 명상이 나를 바꾸면서 나의 말투, 행동,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주는 에너지를 비롯해 변화된 여러 가지 측면이 아주 가까운 주변 사람에게도 충분히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무언가를 변화시키기엔 하루 10분 30일의 시간이라는 것이 길지 않기에 놀라운 경험이었고, 스스로 마음을 다스리고 더 행복한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 명상이라는 도구가 굉장히 매력적이라 느꼈다.



두 번째 한달실험, 요가


이에 힘 입어 그동안 미루기만 해왔던 요가 수련(아사나)을 시작할 수 있었다. 이번에는 30분간 주 5일 요가 수련을 4주간 하는 것으로 목표를 설정했다. 명상 덕에 탄력을 받아서인지 이 목표도 쉽게 달성했다.


시작하기 전에는 육아로 인해 아내와 시간을 조율해 가며 서로 도와야만 하루 30분 이상의 시간을 사용할 수 있을 것 만 같았다. 하지만 막상 시작해보니 이 정도의 시간을 내는 것이 어렵지 않았다. 시작도 하기 전에 나도 모르게 마음속에 큰 장애물을 만들어왔다는 것을 깨달았다.


요가수련의 효과도 분명 있었다. 성취감은 물론이거니와 어딘가 내 몸이 내 몸 같지 않은 것만 같은 느낌. 몸이 내 통제에서 벗어난 것 같은 불편감이 있었는데, 이런 불편감이 많이 감소하였다. 몸이 유연해지고 마음도 유연해져 갔다.


목표를 성공적으로 수행하는데 큰 도움을 준 골트래커 기법



명상과 요가의 실제


그렇다면 명상과 요가가 도대체 무엇이기에 그토록 방황하던 마음을 단시간 내에 바로잡을 수 있었을까?



명상 is


명상이라고 하면 사람들은 도인들의 깨달음을 위한 수련법이나 종교적인 의식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나는 명상이 살아가는데 반드시 필요한 일상의 기술이라고 말하고 싶다. 인생 실험 #2에 기술한 나의 행복 이론에 따르면, 사람의 의식이 현재에 머물러 있어야 감각이 활성화되고 본능이 충족되어 행복을 느낄 수 있다. 명상을 할 때, 보통 눈을 감고 어떤 대상이나 지금의 순간에 집중하는데, 이때 다른 생각이나 감정이 올라오면 이것을 알아차리고 다시 집중의 대상으로 주의를 돌린다. 이처럼 명상은 의식을 현재에 지속적으로 머물 수 있도록 훈련하는 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명상을 하면 세타파로 뇌파가 변화하거나 좌측 전전두피질이 활성화되는 등 뇌에 변화가 생겨 우리가 정서적으로 안정을 되찾도록 해준다. 명상이 우리 몸과 마음에 미치는 많은 긍정적인 영향은 이미 과학적으로 증명되었다. 과학을 중시하는 서구사회, 특히 미국 의학계에서도 심리 치료로 명상 프로그램을 많이 사용하며, 구글과 같은 세계적인 기업도 직원들을 위한 명상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명상 관련 추천 도서



요가 is


우리나라에서 요가는 주로 여성들이 하는 다이어트나 운동처럼 여겨지지만, 실제 요가의 본질은 깨달음을 위한 종교적인 실천법의 의미를 가진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특정 자세를 취하는 요가는 사실 요가의 전부가 아니라 아사나라고 하는 요가의 일부 수련법이다. 크게 보면 요가는 동작(아사나), 호흡(프라야나마), 명상(디아나)으로 구분된다. 아사나를 통해 육체와 정신의 조화를 이루고, 호흡을 통해 자율신경계를 조절하며 몸과 마음을 연결한다. 마지막으로 명상을 통해 마음의 평화를 얻는다.


내가 요가를 시작한 계기는 내 몸이 내 몸 같지 않은 느낌이 싫었기 때문이다. 뻣뻣한 이 육체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싶었다. 요가 아사나를 통해 육체적인 자유를 얻고, 명상을 통해 정신적인 자유를 얻는다면 보다 즐겁고 행복하게 삶을 이끌어 갈 수 있지 않을까.



구도자의 길


끝없이 내려가기만 했던 마음의 기세가 멈췄다. 천재일우의 기회가 찾아왔다. 귀촌한 지 1년 6개월이 지난 이 시점에 자연이 나를 정화하기 시작한 듯했다. 아직도 많이 부족하여 또다시 마음이 이리저리 날뛸 때도 있지만 한번 몸과 마음을 통제해봤던 경험이 있어 자신감이 생겼다. 나는 구도자가 되기로 했다. 종교적이거나 어떤 거창한 이유가 아니라 내 삶이 내 것이기 위해 그저 더 행복한 삶을 영위하기 위해 구도의 여정을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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