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4일 동안 물고기를 잡지 못한 노인은 오늘도 다시 바다로 간다. 지친 마음의 무게만큼 노는 무겁고 바다는 파도로 겁을 주며 쉽게 길을 내주지 않는다. 그냥 집으로 돌아갈까 생각하다가 '오늘은 오늘이니 나가보자'라고 맘을 다잡아 본다.
다시 무거운 노를 저을지
나를 시험하려는 파도
조금은 화난 듯 몰아치며
배를 뒤흔드는 저 바다
- 어부가, 루시드폴
다른 날과 달리 조금 멀리 나간다. 그리고 간절한 마음을 담아 싱싱한 미끼를 끼워 낚싯줄을 내려본다.
드디어
엄청난 녀석이 줄을 당겼다.
행운은 대답한 것인가?
나는 하루 종일 기다린다. 물고기가 잡히기를, 내가 나갈 바닷길이 열리기를.
24일이 지나도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할지 모르겠다.
누가 속시원히 며칠이라 이야기해주면 좋겠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매일매일이 나에겐 새로운 날이니까.
행운이 왔을 때 잘 맞이하려면,
우선 정확한 게 좋지
- 그림책 노인과 바다
오늘이 지나가고 있다.
오늘의 행운을 맞이하기 위해 나는 얼마나 정확하게 간절하게 최선을 다했을까?
내일이면 25일째이다.
다시 무거운 마음이 들지 모르겠다.
하지만 새로운 날이니까. 좋은 미끼를 준비하고, 낚싯대를 바다에 넣고.
기다려야지. 물고기가 잡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