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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밤 Apr 18. 2024

아픔의 일상

이젠 아픔이 일상이 되어버렸다.

마음이 아프거나, 몸이 아프거나, 그 둘다이거나.


2년 전 시험관을 시작할 때만 해도 지금보단 팔팔했었다.

아무리 저질 체력이라곤 해도, 이 지경은 아니었다.


그런데 2년이 지난 지금 온몸이 만신창이가 되었다.

거의 아프지 않은 날이 없다.

22년 말, 초기 유산이지만 유산 이후 몸이 좀 안 좋아졌다 느꼈고, 그 뒤로 pgt라는 유전자검사를 한답시고 채취를 여러 번 하니, 거듭될수록 몸이 너무 녹초가 되어간다.



시험관 하는 기간엔 난자 채취 등으로 통증을 호소하고 있고, 시험관을 하지 않는 텀에도 두통이 있거나, 감기몸살이거나, 체하거나... 항상 아파있다.


지난겨울엔 초밥을 먹은 뒤 노로바이러스에 걸렸는데, 증세가 한 달이나 갔다. 그 집에서 초밥 먹은 사람들 모두가 노로바이러스에 걸렸을 것 같지도 않고, 노로바이러스 이후 심한 장염 증세가 한 달이나 지속된 사람도 흔치는 않은 것 같다. 이후 피검사를 하는데 전해질 이상, 당 수치 이상 등이 계속 나왔다. 잘 먹질 못하니 영양이 또 불균형이 된 것이다.

피검사 이상 나온 건 또 처음이다.

면역력이 참 바닥인데, 이런 내가 시험관 이식 때가 되면 또 면역력 낮추는 주사까지 두 번이나 맞는다. 면역지수가 높으면 착상이 안될 수 있다며.


겨울의 노로바이러스 전후로도 감기몸살에 3번 걸렸는데,

봄이 되니 또 시작이다. 비염+급성축농증+몸살 콤보.

이것도 진짜 너무 안 낫고 굉장히 오래간다. 코가 이러니 머리도 지끈거린다.

그리고 과민성방광 때문에 소변검사를 했더니 이젠 또 세균이 3가지나 나왔다. 면역력이 떨어지면 생기는 균이라는데 찾아보니 내성균이라 항생제도 안 듣는단다.

이틀 전엔 병원 갔다가 집에 오는데 온몸이 시리고 쓰러질 것 같은 현기증을 느껴 얼른 집에 들어와 버렸다.


지금 영양제를 이렇게 때려먹고, 이젠 한약까지 지어먹고 있는데, 이게 사람 사는 일상인가 싶다.


몸이 한계치에 도달한 것 같다.

Pgt 통과가 안되거나, 통과된 배아로 착상 실패해서도 마음이 아픈데, 몸이 사실 꽤나 아프다.


임신준비를 42살이 되어서야 한 내 탓을 해야지 별 수 있겠나 싶다가도, 간혹 난자와 자궁 상태가 좋았는데 결혼을 빨리 할걸, 임신준비를 빨리 할걸 하는 후회가 들고 마음이 너무 아프다.


젊은 시절 내게 뻥 차였던 이성들이 아이 아빠가 된 소식을 듣고 있으면 기분이 이상하고 패배자가 된 느낌도 든다. 참 당당하게 살던 나였는데.


모든 것이 다 내 탓인데... 일단 몸이 받쳐주질 않는 것 같다.

마음이 지치기 전에 몸이 지쳤다.

시험관, 이제 그만할 때가 된 것 같다. 몇 달 내로 끝낼 작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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