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는 글_‘‘온 세상 여자들 다 만나고 오겠네’’

길 위에서 말 건네 본 여자들, 마음에 남은 이야기

by 김성냥

편력遍歷은 이곳저곳을 널리 돌아다닌다는 뜻이 있고, 일방의 성이 전유한 언어로 이여자저여자 많이 건드리고 다닌다는 유해한 뜻도 있다.


나의 편력은 온 세상 여성들 다 만나고 오겠다는 비장한 마음에서 시작되었다. 실제 오랜 시간 길 위에서 헤맸고, 그 길에서 마음에 남은 이야기를 챙겼다. 정말 원한 건 ‘다른 세상은 가능하다’는 느낌이었다. 그만큼 이 땅에서 다른 세상은 가능할 것 같지 않았고, 때마침 도망가기 적절한 이유가 동시다발적으로 생겼다. 그때 나를 괴롭힌 온갖 일들에 감사를. 너네 덕분에 떠날 수 있었어.


여자들의 삶에 집중하는 일은 자연스러웠다. 그들은 대체로 무해했고, 말을 트고 친해지면 따뜻하고 다정했다.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다른 나라 여성들 삶에 놀라고 때로 감탄하면서 더 많이 만나기 위해 더 싸돌아다녔다. 여성은 최후의 식민지라는 말도 있듯이, 그들의 변화는 가능한 다른 세상을 그리는 밑그림이 되기도 했다. 그렇게 나를 웃기고 울렸던 여자들의 이야기를 차곡차곡 쌓았다.


내가 만난 여자들도, 직접 가서 보고 느끼고 냄새 맡은 장소도, 경험한 상황도, 다 자기들만의 맥락으로 꾸린 이야기를 가지고 있었다. 그걸 알고 싶어서 마음이 동할 때마다 이야기를 통해 그 속으로 들어가 봤다. 그리고 나의 맥락으로 이야기를 고르고 기록했다. 기록된 이야기는 사람과 사람을 이어 주기도 한다. 그렇게 만들어진 이 이야기들이 또 누군가에게 다가가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여기까지 왔다.


흥에 겨워서 신나게 써봤다. 여행 떠난 길에서 말 건네 본 여자들에 대한 이야기. 누군가는 승려였고, 또 다른 누군가는 사회주의 국가에서 춤을 추던 여성이었다. 무슬림이었고, 전쟁 피해 당사자였고, 도서관 사서나 청소노동자이기도 했다. 해체된 소비에트 연방의 선생님이기도 했고, 물건을 팔던 아이이기도 했고,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을 때 사진으로만 만난 여성도 있었다. 길을 헤매던 비인간 생명체도 있었고.


여성들이 살아가는 모습은 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다. 다시 여행한다면 그 이유는 또 ‘온 세상 여자들 다 만나고 오겠네’ 일 것이다. 만나야 할 여성이 전 세계에 차고 넘치고, 사실 이 이야기는 그 종착점이 뻔하기도 하다. 엄마. 아직 그 얘기를 들여다보기 겁나서 다른 여성들 얘기가 더 궁금한지도 모르겠다. 언젠간 때가 오겠지. 그전까지 온 세상 여자들과의 눈 맞춤에 집중할 일이다. 여행의 즐거움과 여성에게 말 건네기의 기쁨, 그리고 인식의 확장이 안겨줄 행복감과 함께.



2022. 김성냥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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