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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서율 Mar 26. 2024

잊고 있었던 것들에 대해서

나의 설렘은 어디에 있을까

아무도 모르게 손이 가는 대로

책장에서 책을 한 권 꺼낸다


2007년 어느 날 내가 쓴 글들이

빼곡히 적혀 있는 그 시절의 블로그 글 모음집


2024년 날짜가 찍혔지만 이미 당첨 발표가 지나버린

최근에 구매한 복권 한 장도 덩그러니 책갈피처럼


설레는 것이 없는 요즘이다.

밥 먹고 살기 위해 일하다 어느 순간 일이 친구가 되어버린


외로움이 그림자처럼 있어야 설렘도 그 반대편에 있을 것 같은데

감정이 메말라 버린 행성에 사는 사람처럼 지금 여기에 고립되어 있다


요가 매트 위에서 흘리는 땀방울

시끌벅적하게 떠드는 사람들 한가운데의 나


시원하게 덥혀진 맥주

궁금한 상대방의 이야기


잊고 있었던 소포의 도착

그리워했던 친구의 메시지


그런 것들에 더 이상 설레지 않는다

삶은 이미 평지의 수많은 역들을 지나 산 중턱으로 접어들었다


그곳에는 빛과 어둠이, 절망과 환희가 숨 막히게 교차한다

죽지 않고 조금씩 타들어가는 생명의 불꽃처럼


찰나의 순간을 느낄 틈도 없게

휙휙 지나쳐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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