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고 있었던 것들에 대해서
나의 설렘은 어디에 있을까
아무도 모르게 손이 가는 대로
책장에서 책을 한 권 꺼낸다
2007년 어느 날 내가 쓴 글들이
빼곡히 적혀 있는 그 시절의 블로그 글 모음집
2024년 날짜가 찍혔지만 이미 당첨 발표가 지나버린
최근에 구매한 복권 한 장도 덩그러니 책갈피처럼
설레는 것이 없는 요즘이다.
밥 먹고 살기 위해 일하다 어느 순간 일이 친구가 되어버린
외로움이 그림자처럼 있어야 설렘도 그 반대편에 있을 것 같은데
감정이 메말라 버린 행성에 사는 사람처럼 지금 여기에 고립되어 있다
요가 매트 위에서 흘리는 땀방울
시끌벅적하게 떠드는 사람들 한가운데의 나
시원하게 덥혀진 맥주
궁금한 상대방의 이야기
잊고 있었던 소포의 도착
그리워했던 친구의 메시지
그런 것들에 더 이상 설레지 않는다
삶은 이미 평지의 수많은 역들을 지나 산 중턱으로 접어들었다
그곳에는 빛과 어둠이, 절망과 환희가 숨 막히게 교차한다
죽지 않고 조금씩 타들어가는 생명의 불꽃처럼
찰나의 순간을 느낄 틈도 없게
휙휙 지나쳐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