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나 자신을 너무 버려두고 살았다.
인생에서 몇 년인가를 송두리째 도려내고 '지금'을 이어 붙어서 억지로, 억지로 괜찮은 척 그렇게 이혼 후 지난 3년을 버텼다. 충분히 슬퍼하지 않았던 내가, 힘이 들어 하루 쉬어 간 오늘에서야, 그에 대한 모든 감정들을 내려놓으니 그제야, 그 자리에 그와 함께 있었던 내가 보였다.
억지로 돌아보지 않으려 했었다. 작은 도시에 사는 만큼, 그와 가보지 않은 곳이 없을 것 같지만, 기실 우리는 거의 한 장소에서만 데이트를 했다. 단조로워도 그와 함께 미래를 꿈꾸던 그때는 행복했었을 것이다. 이제와 새삼 이 도시의 화려하고 아름다운 곳에 오면, 왜 한 번도 여유를 내어 그와 이 곳에 오지 못했나 하는 약간의 후회와, 같이 갔던 곳의 추억들이 희미해져서, 이제 더 이상 아프지 않아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함께 몰려왔다.
서러움일까?
늦은 나이에 결혼하는 거라고 생각해서 한 푼이라도 아껴야지 하며 아등바등 살았던 건. 좋아하는 산책길 정도는 매일 같이 걸었어도 될 일인데 그냥 그럴 여유가 없었다. 여유가 사라지자 서로를 바라보는 인내심도 함께 사라져 갔다. 시공간을 함께 하지 않으니 옆에 있어도 제일 먼 타인이 되어버렸다. 아니라면 서서히 놓아도 되었던 것을, 무식하게 용감하게만 살았던 나는 생살 도려내듯이 잘라내 버렸다. 그리고 그 인연의 업으로 지난 몇 년을 박제된 채로 살았던 것 같다. 내가 포기한 것은 당연히 주어지는 모든 따듯한 것들에 대한 거부감, 미래를 꿈꾸던 사람이 한순간 모든 걸 잃었을 때 찾아오는 공허감... 이런 감정들이 일어나서 서러움도 몰려오지 않게, 아무에게도 기대하는 것 없이, 오로지 버텼다. 살아남기 위해서, 일하고 술 마시고, 일하고 여행하고, 일하고...
그렇게 돌보지 않은 내 마음이, 한 순간 멈춰 서서 고삐를 늦추니 서서히 고개를 든다. 희미하게 웃는다. 눈물은 흐르지만 서럽지 않은 울음이다. 어딘가에서 읽은 말, 이혼을 하는 것도 힘들지만, 결혼 생활 자체도 힘들다는 말은, 서로 견디어야 한다는 말이었을 터인데, 고집 덩어리인 나는 나 자신조차도 견디지 못했나 보다.
힘 빼고 주변을 돌아보며 걷는다. 풀냄새도 맡고 하늘도 바라본다. 오랫동안 만진 일 없는 피아노에 앉아 한 시간을 연습해 서툴지만 한 곡을 끝까지 쳐 본다. 내가 지내는 방에는 없는 푹신한 소파에 앉아 음악을 듣는다. 재잘대며 친구와 집밥을 먹는다. 과거에 대한 응어리 없이 몰입하는 즐거움을 느끼며 요리를 한다. 오늘 하루 연차를 내고 내가 한 일들. 단조로울 수 있던 하루가 나에게 속삭인다.
혼자라도 괜찮아. 외롭지 않아. 이제는 정말 괜찮아.
환한 곳을 찾아 걷자. 주변에 감사하자. 내 마음자리 살피는 걸, 내 몸을 아끼는 걸, 잊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