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1년 11월 1일부터 15일까지 ]
근래 미세먼지가 극성이었습니다. 밖에선 희끄무레한 시야와 알싸한 코가 주는 불쾌감이, 안에선 환기마저 못 하게 하는 무력감이 따릅니다. 그러고 보니 한동안 미세먼지로 걱정했던 일이 없었던 거 같습니다. 팬더믹이 주는 불안한 일상에 하늘은 늘 근사한 볼거리로 위안을 줬습니다. 해외로 나가 자연이 주는 진풍경을 감상했던 여러 추억을 떠올려보지만, 현재 내가 있는 이곳 하늘이 더 진한 감흥을 불러일으켰다는 걸 알아차립니다. 그런데 대기질이 예전처럼 다시 탁해지니 근심이 불어납니다. 감염병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여전히 생존을 위해 마스크를 착용해야 할 수도 있다는 걸 깨닫습니다.
이번엔 지난번 소개한 음반들(링크)에 이어, 2021년 11월 1일부터 15일까지 들었던 최신 앨범을 소개합니다.
앤더슨 팩(Anderson .Paak)과 브루노 마스(Bruno Mars)가 흥미로운 프로젝트를 진행합니다. 브루노 마스는 이전부터 과거 음악을 향한 애정을 보였기에 네오 소울(Neo Soul)을 근간으로 한 앤더슨 팩과 음악적 지향이나 취향이 자연스럽게 교차했을 듯합니다. 그 지점은 달콤하고 부드럽기도 하며, 때론 훵키하게(Funky) 흥을 돋우는 ‘70년대 스타일을 가리킵니다. 이들의 앨범을 통해 과거의 연주, 제작 등을 충실하게 복원하려는 의도를 전달받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실크 소닉(Silk Sonic)’이란 이름은 앨범 작업에 참여하기도 했던 ‘피-훵크(P-Funk)의 상징’ 부치 콜린스(Bootsy Collins)가 지어준 거라고 하더군요.
커비(KIRBY) 역시 클래식한 멋을 풍기는 음악인입니다. 이번 앨범은 제목에서 느껴지듯 작년에 내놓은 EP 『Sis.』의 분위기를 연장합니다. 비록 이번이 두 번째 EP 앨범이지만, 사실 그녀는 과거에 비욘세(Beyoncé), 리한나(Rihanna), 아리아나 그란데(Ariana Grande) 등 여러 앨범에 작곡가로 참여한 경력이 있습니다. 커비는 특히 팔세토(Falsetto)와 진성을 넘나드는 발성이 인상적입니다. 그녀의 음악을 두고 소울(Soul)을 현대적인 스타일로 풀어내는 ‘컨템포러리 소울(Contemporary Soul)’이라고 말하는 게 가장 적절한 듯합니다.
웨인 스노우(Wayne Snow)의 앨범 커버를 보니 자연스레 존 바티스트(Jon Batiste)를 떠올립니다. 시각적으로 실키한 재질감을 드러내는 천을 망토처럼 두르고 있는 모습과 전반적으로 높은 채도의 단색을 사용해 강렬한 인상을 심어주는 게 존 바티스트의 앨범 『We Are』의 것과 똑 닮았기 때문입니다. 그는 커버 아트뿐만 아니라 영상에서도 색감, 등장인물의 율동 등으로 강렬한 인상을 심어주는 거로 미루어 볼 때 음악의 표현 요소로 시각적 이미지를 중요하게 다루고 있는 듯합니다. 유튜브 채널 ‘Colors’에서 소개되기에 가장 최적의 조건을 지니고 있더군요. 실제로 등장하기도 했고요. 음악은 네오 소울에 기반을 두고 레이 백(Lay Back) 리듬의 몽롱하고 나른한 분위기를 끝까지 이어가는데, 그가 표현하고자 하는 콘셉트와 잘 맞아떨어지는 느낌을 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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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bum] Silk Sonic 『An Evening With Silk Sonic』
[Album] KIRBY 『Sis. He Wasn't The One』
[Album] Wayne Snow 『Figurine』
조이 크룩스(Joy Crookes)는 자신이 처한 환경에서 느낀 개인적인 관점을 모두가 주목하게 하는 이야기로 풀어내는 음악인입니다. 인간의 생래적 특성을 소재로 존엄을 이야기하거나, 자신과 견해가 맞지 않는다고 상대를 끌어내리고 비난하는 최근 대중의 ‘캔슬 컬쳐(Cancel Culture)’ 현상을 짚어내기도 합니다. 본 앨범은 그녀 특유의 고전적인 소울 창법과 잘 어울리는 빈티지한 음악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소리 스타일에선 에이미 와인하우스(Amy Winehouse)를 떠올릴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듭니다.
밴드 콜럼비아 나이츠(Columbia Nights)를 전신으로 둔 골든 브라운(Golden Browne)은 몇 트랙에서 과거 황금기 힙합 시절의 빈티지를 느끼게 합니다. 특히 그룹을 완성하고자 영입된 보컬리스트 제나 카밀(Jenna Camille)의 섬세하고 따뜻한 목소리는 골든 브라운의 매력을 높이는데 단단히 한몫해주고 있습니다.
당신은 모든 공을 가로채길 좋아해.
하지만, 내가 도왔지. 그걸 잊지 마.
내몰림, 난 더 참지 않겠어.
You love to take up all the credit.
But it was me that helped and don’t you forget it.
Erasure, but I won’t take it no more.
젠트리피케이션을 꼬집는 〈Erasure〉의 가사는 희한하게도 내 일상의 다른 억울한 일화에도 일침을 놓아주는 거 같더군요. 마음 한구석 응어리를 시원하게 긁어주는 느낌에 끝내 과몰입하고야 말았습니다.
홀리 하이브(Holy Hive)의 음악은 밴드의 특성을 잘 살린 옛 소울 특유의 빈티지함을 갖추고 있습니다. 역시나 그들 스스로 ‘포크 소울(Folk Soul)’이라고 표현하더군요. 작년에 발표한 『Float Back To You』에서 큰 스타일 변화를 주지 않고 이어가는 이번 앨범은 서정적이고 포근한 분위기로 일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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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bum] Joy Crookes 『Skin』
[Album] Golden Browne 『Golden Browne』
소울풀한 음성의 소유자 앤서니 해밀턴(Anthony Hamilton)이 새 앨범을 발표했습니다. 이번 앨범은 이전부터 들려준 옛 가스펠(Gospel)의 진득한 감성을 고스란히 잇는다거나 주로 남녀 간의 사랑을 노래했던 그가 메시지에 무게를 두는 등의 변화를 줬다는 점에서 감흥을 불러일으켰지만, 몇 가지 아쉬움을 남기기도 합니다. 우선 빈티지로 이해될 수 없는 열악한 녹음 상태입니다. 그렇게 생각하는 까닭은 하나의 질감이 앨범을 전반적으로 관통하는 게 아니라 그 의도를 짐작하기 어려울 정도로 트랙마다 들쑥날쑥했기 때문입니다. 또 지나친 사견일 수 있지만, 그가 선택한 커버곡 〈Superstar〉도 진부한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아마도 너무 많은 음악인이 커버해서 앨범에 담았고, 개인적으로 그때마다 줄곧 소화시켰던 게 물릴 대로 물린 상태에서 또 마주한 탓일 겁니다. 그렇지 않은 이에겐 또 하나의 새로운 발견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누구나 좋아할 수밖에 없는 명곡임이 분명하기 때문이죠.
나오(Nao) 역시 독특한 음성이 인상적인 보컬리스트입니다. 앵앵거리는 듯한 톤이 주는 매력은 비교 대상이 없을 정도로 독보적입니다. 이번 앨범은 데뷔 시절 그녀가 직접 말했던 ‘웡키 훵크(Wonky Funk)’라는 스타일을 걷어냈던 두 번째 앨범 『Saturn』(2018)의 분위기를 이어오는 형태입니다. 그 변화는 알엔비(R&B)에 무게를 둔 차분한 흐름이었습니다. 거기에 보다 정서적으로 안정되고 태도적으로 세련된 모습을 그려내게 합니다. 게다가 아프로(Afro) 감성을 담은 댄스 트랙 〈Antidote〉와 같이 새로운 것을 취하려는 시도 또한 엿볼 수 있었습니다.
‘제임스 블레이크(James Blake)’ 하면 폐부를 깊숙이 찌르는 듯한 얼음장같이 차가운 음성이 떠오릅니다. 게다가 그의 음악은 한겨울 광야의 한 가운데에 서서 무거운 침묵 속에 찬 공기를 무둑하게 들이마시는 듯한 느낌을 주니, 둘의 시너지가 발산하는 매력은 꽤 독보적인 느낌을 풍깁니다. 다만, 이번 앨범은 이전부터 보여준 이미지를 고수하는 느낌입니다. 그에 대한 기대와 바람이 가득했던 상태라면 다소 맥이 빠지는 앨범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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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bum] Anthony Hamilton 『Love Is The New Black』
[Album] Nao 『And Then Life Was Beautiful』
[Album] James Blake 『Friends That Break Your Heart』
'다작왕' 에릭 벨린저(Eric Bellinger)와 함께 덕워스(Duckwrth), 세빈 스트리터(Sevyn Streeter)는 이 시대 트렌드를 대표하는 앨범을 내놓았습니다. 각 앨범은 힙합(Hip-Hop)과 교집합을 이루는 ‘컨템포러리 알엔비(Contemporary R&B)’ 스타일을 지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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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bum] Eric Bellinger 『New Light』
[Album] Sevyn Streeter 『Drunken Wordz Sober Thoughtz』
2019년 케이트라나다(Kaytranada)가 제작한 곡 〈Jheeze〉로 등장한 로렌 페이스(Lauren Faith)를 발견했을 때, 좋은 느낌의 알엔비 신예를 찾은 듯한 즐거움이 있었습니다. 그녀는 이번 앨범에 알엔비에 일렉트로닉을 얹은 타격감 있는 음악으로 꽉 채우며 타악이 주는 쾌감을 선사합니다. 아민디(Amindi)의 앨범은 알엔비를 기조로 한 얼터너티브(Alternative) 성향의 음악을 들려줍니다. 그녀는 한 매체에서 스스로 자신의 음악을 ‘파스텔 랩(Pastel Rap)’이라 하며, 여러 곳에서 ‘얼터너티브 알엔비’라고 표현하는 것에 대해 겸연쩍어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알엔비’라는 단어가 주는 무게감을 생각하는 듯한 음악에 대한 진중하고 겸손한 태도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제임스 이와(James Iwa)+는 전형적인 멀티 악기 연주자 겸 프로듀서가 여러 음악인을 초빙해 만들어내는 전형적인 네오 소울 기반 컴필레이션 성격의 앨범을 만들었습니다.
+ '제임스 이와(James Iwa)'의 발음 표기는, 해당 음악인을 호명하는 영상 또는 소리를 확인한 바 없어 정확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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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bum] Lauren Faith 『No Path To Foll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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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x] Ver. 8
[Mix] Ver.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