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나 Jul 08. 2022

의지박약은 아닙니다

밤에 읽는 수필.08

별 헤는 밤,

구름에 가려 보이지 않는 희끗한 밤

조용히 창가에 기대어 밖을 내다본다.

나는 어디쯤에 있는가

추락하고 있는걸까

잠식하고 있는걸까

발전을 포기하고 이대로 멈춰버린 게으름뱅일까

침몰하는 걸까

늦어버린 걸지도..


두려움 감추려 낡고 깨진 발톱 바짝 세우는

야생 동물, 여기있다

외로움 감추려 퍼석한 입술 썩은니 드러내는

유기 동물, 여기있다

무력감 감추려 잠든 채 시야혼탁을 기다리는

수조 동물, 여기있다

모두가 갇혔는데 그들은 어디쯤에 있는가


날개가 있으나 날지 않고

다리가 있으나 갈 곳이 없고

허파가 있으나 숨 쉬지 않는다

나는 문이 있으나 쉽사리 문고리를 돌리지 못한다


같은 안구에 금빛 나는 밤,

마음에 가려 보이지 않아 희뿌연 밤

어쨌든 별은 떠있고, 두 눈 반짝일 때

창문 타고 들어와 은하수가 내리니


오늘은 창을 너머 맑음을 찾아보겠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멘탈 복구비용, 3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