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의 마침표, 그리고 시작
볼품 없던 민물에 홍합떼 출현
지난 한 해는. 그저 좋았다.
민물과 바닷물이 섞여 혼돈과 상식 파괴 속에도
인풋은 호수를 만들고, 자연스럽게 질서를 만들더라
'잠시 쉬어가는 해'라고 다 포기해도 된다 했는데,
그렇게 살다보니 낭만은 사라졌고 나는 회색 인간이 되었다. 지독한 부담감을 덜고나니 그제야 주변이 시야에 들어온다.
물 위로 쌓인 지저분한 나뭇가지와 쓰레기를 정리하고, 진탕 드럽던 흙탕물이 가시고 나니
주인에게마저 버려진 인적없는 내 호수 안에
덕지덕지 붙은 홍합으로 가득하더라.
불가사리가, 손톱만한 해파리가
말미잘을 오가는 민물고기가.
묵묵히 내 곁을 지켜주던 사람들이
묵묵히 오늘을 살아간다.
들춰볼 용기가 나질않아 그대로 덮어버렸던 행위가 회피가 아닌, 기다림의 시간이었다.
자연스레 빈껍데기는 물 위로 떠오르고,
내 곁에 살아 숨쉬는 이들은 질서를 만들어냈다.
그렇게 과거와 새해를 잇는 내 호수가 마치 영랑호같다.
뜰채로 그것들을 걷어내며 생각했다.
손댈 수 없이 뒤죽박죽이라 여겼는데, 물 것 같았는데,
자세히보니 죽은 나뭇가지, 바스라진 낙엽잎, 종량제 봉투에 버릴 쓰레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나는 그날 그대로 도태되었다 생각했는데
어쩌면 좀 더 넓은 바다로 나아갈 수 있을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