싯다르타와 홍차 한잔6

-정산소종 홍차-

by tea웨이

소설가는 늘 기존 세상의 틀과 불화하여 상처입고 때론 로그아웃까지 당한다. 살기위해 새인물을 창조하여 저항한다. 이 새 인물이 세상의 시스템을 한 단계 버전 업 시키면서 세상은 진화한다. 소설가들의 반항과 저항은 타고난 숙명이다. 불교라는 종교 안에 갇혀 성인이 되어버린 부처님을 부정하고 싣달타라는 인간적인 부처님으로 재 창조하여 누구나 부처가 될 수 있다는 파격적인 소설이 바로 헤르만헷세의 ‘싯다르타’이다 . 어떻게 살아야 하나 고민될 때마다 꺼내서 읽고 또 읽은 내 인생 레시피 였다.


싯다르타1.jpg
싯다르타.jpg

콩 한쪽도 나누어 먹고 동네아줌마들의 무보수 상처치유자, 사랑방 제공자 이셨던 엄마. 평소 베풀어 놓은 엄마의 따뜻한 마음이 돈 빌려준 사람들 마음까지 움직여 원만한 해결을 보시고 집으로 귀환하셨다. 나도 일상으로 돌아왔다.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 교과서와 참고서에 코 처박고 밑줄 그어가면서 암기하고 사지선다형 질문 중 하나를 고르는 기능을 열심히 기르는 고교생으로 살았다. 드디어 원했던 대학입학 ...그러나 내겐 실망과 혼돈이었다. 학비조달을 위한 과외교사 일도 힘들긴 했지만 , 더 힘든 건 자유였다. 늘 이미 누군가 만들어 놓은 4개의 질문 중 하나만 선택하면 만사 ok 인 일상에서 살다가 아무런 제시글도 없는 상황에서 혼자 주관식으로 질의응답을 해야 하는 귀찮고 공포스러운 자유. 그 와중에 내게 닥친 가장 큰 위기는 ‘죽음’ 이라는 화두였다. 어린 시절부터 늘 마음 속에 공포로 남아있던 이미지 하나가 다시 내 맘을 흔들고 불안해했다. 어린 시절, 그 시절은 주택가를 거쳐서 산에 매장하러 가는 장례행렬 보는 것이 장례버스 마주치는 것처럼 흔한 일상이었다. 장례행렬의 꽃이신 종이꽃상여 ...저 아름답고도 슬프고도 불편한 마음을 자아내는 상여의 끝은 어디인가 , 호기심을 못 이겨 장례행렬 끝까지 따라가서 본 생의 마지막 끝자락 . 가족들의 울음소리와 함께 관이 들어가고 그 위에 흙이 던져지고 새하얀 눈꽃이 하얗게 내려 앉았던 갓 대패질한 나무관 ... 이 강렬한 이미지와 함께 불쑥불쑥 내 육신이라는 것이 언제 허물어져서 땅에 매장될지도 모르는 불안감, 허무감에 생의 활기를 문득문득 정전시키곤 했었는데 동창생의 자살, 친한 친구 엄마의 죽음으로 그 캄캄한 내면의 우울과 정전은 한층 더 깊어졌다

숙우회 류리화 차행법회.jpg


홀연히 생각하니 도시 몽중이로다 .천만고 영웅호걸 북망산의 무덤이요.부귀 문장 쓸데 없다. 황천객을 면할소냐 오호라 이내 몸이 풀끝의 이슬이요 바람속의 등불이라

- 경허스님 참선곡 -


언제 사라질 지도 모르는데 도대체 왜 사나? 아침에 나간 가족들은 저녁에 무사하게 귀환들 할까 ? 내 안에 깊이깊이 숨어있었던 아버지의 마지막 모습 . 그때 만난 분이 싯다르타다 .


인간 싯다르타는 자신이 누구인지 찾기 위해 궁궐을 나와 처음에는 스승 밑에서 금욕적인 수행을 한다. 수행 하다가 문득 깨닫는다. 자신의 길이 아님을 금욕적 수행은 도피임을. 진정한 자신을 찾기 위해서는 직접 세속 속으로 들어가 사랑도 나누고 돈도 벌어보고 자식으로 인한 애착의 고통을 겪는 등 인간이 겪는 희로애락의 풍상을 마음으로 겪어내야 한다는 것을. 지식보다는 체험 속의 지혜를 구해야 한다는 것을 . 사원 안에서 불경을 읽고 명상 ,금욕적인 수행하는 것이 저자거리에서 초라한 외모로 사람들에게 강을 건네주는 늙은 뱃사공이나 몸 파는 기생 보다 더 나을 것도 없음을..... 싯다르타는 생각을 바로 실천한다. 세속에서 기생과 사랑을 나누고 노름도 하고 사업도 하고 자식으로 인한 고통도 겪고 그런 시간을 겪은 후 자신의 껍질을 벗는다. 그리고 본인이 뱃사공이 되기 위해 강가로 돌아오면서 뱃사공의 의미와 늘 지금,여기 만이 있는 강물을 발견하고 비로서 죽음과 고에서 해방된다. 강물은 이전에도 존재했으나 눈 먼 마음이 못 보았을 뿐.


수류1.jpg

깨달음은 지금 , 여기에 , 마음의 점을 찍는 것. 깨달은 자는 지금, 현재라는 시간만이 늘 새롭게 전개될 뿐 과거의 그림자와 미래의 향기는 자취도 없다. 깨달은 자는 흐름에 따를 뿐 ( 隨流 ) ,마음의 집을 땅이 아닌 물 위에 짓는다. 땅에 묻은 마음은 뿌리를 내려 움직일 수 없는 집착의 고통을 주기에 .... 집착없이 물 위로 흘러가는 마음을 가진 자가 깨달은 자다 .늘 현재로 흘러가기 때문에 죽음은 언어가 붙들어 놓은 착각 .


지금 현재 내 생각이다. 그때 당시는 살아보자 ! 살아보면 답이 나올 것이다. 이게 내 생각이었다.


세존의 교단 체제 안에서 평생 수행한 싣달타의 벗 고오빈다에게 마지막으로 평화를 준 사람은 누구였던가 . 존경받고 성인으로 추대받은 세존이었던가 . 아니었다. 세존처럼 존경의 아우라도 없고 따르는 제자 하나 없는 초라하고 늙은 뱃사공이 된 싯다르타였다. 세존이 아닌 싯다르타에게서 교단 안에서도 평생 못 얻은 마음의 평화를 얻고 당황하지 않았던가. 싯다르타처럼 무조건 살자. 살아내면서 답을 얻자


나는 사고할수 있고 나는 금식할 수 있고 나는 기다릴 수 있소 -싯다르타-


나는 학자가 아니요,나는 말할 줄은 모르오 , 나는 또한 생각할 줄도 모르오. 나는 다만 들을 줄 알 뿐이오. 진실하고 경건한 마음을 가지고. 듣는 것 외에는 아무 것도 배운 것이 없소 - 뱃사공 바스데바 -


20150919_183303.jpg

살다가 흔들릴 때마다 위 글귀를 삶의 레시피로 삼아 흘러가다보니 나는 지금 호숫가에서 차 한잔씩 타 주는 찻집아줌마가 되어있다 . 싣달타가 세존보다 더 존경했던 뱃사공의 삶을 동경한 결과이다. 강가까지는 못 가서 호숫가에서, 배는 못 몰아서 찻잔으로, 찻잔 속의 차 한잔으로 세속의 시간에서 깨달음의 시간으로 이동시키는 찻집아줌마가 되고야 말았다 .


수류.jpg

싯다르타님 ...정말 감사했습니다. 너무 오래 제 서재에 붙들었습니다. 안타깝지만 이제는 정말 당신과 헤어져야 할 시간입니다. 당신께는 실패가 오히려 행운이 된 역설의 의미가 담긴 정산소종 홍차 한잔 드리겠습니다 . 전쟁으로 사람들의 손길을 못 받아 망친 중국 무이산 젖은 찻잎들이 소나무로 말리는 과정에서 드라마틱하게 한번도 존재하지 않았던 홍차로 탄생합니다.인공향이 가미되지 않고 살짝 불맛만 살아있는 이 최초의 홍차가 정산소종입니다. 정산소총 한잔 우립니다. 상처와 시간을 견디고 견뎌낸 낡은 탁자가 적당합니다.. 검고 작은 뾰족한 찻잎들을 한 스푼 넉넉하게 예열한 티 팥에 넣고 뜨거운 물을 부으면 화악 코를 찌르는 불에 그을린 훈연향 , 삼 분쯤 숨 고르며 기다렸다 오래된 청화골동찻잔에 따라서 마시면 불맛과 바로 이어지는 말끔한 단맛. 생에 한번은 젖은 찻잎이 되어서 절망의 바닥까지 떨어져 보지 않으면 절대로 제대로 된 맛을 감 잡을 수 없는 정산 소총 한잔 ...


지금.여기에 충실한 당신을 광화문으로 보내드립니다. 백만명 시민들이 모여서 나라 걱정하는 시위하는 가장 핫한 곳으로 .........국민의 공공의 적이 된 최순실은 저와 같은 나이입니다.언론에서 발표하는 게 진실이라면 인간이 가진 욕망의 총체적인 집합체 같은 인물입니다. 물욕,권력욕,핏줄에 대한 과도한 애정... 최순실 안 에도 부처가 있으며 해탈할 수 있다고 말하실 건가요 ? 그분들 때문에 가족들과 느닷없이 사별한 배 속의 아이들은요 ? 금수저 중의 금수저인 그 분 따님을 물끄러미 바라볼 수 밖에 없는 흙수저에게도 한 말씀..

이 시대에 맞는 뉴버전의 싯다르타 언어로 부탁드립니다.

굿바이 싯다르타 !

~~ 옴 ~~



keyword
이전 05화 석녀 (石女) 지원과  차 한잔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