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음차 백비차 -
지금, 여기 우리 안에 숨어있는 욕망을 정신적인 내면의 성찰없이 마음대로 질주를 하게한다면.... 그리하여 탐욕이 맘껏 꽃을 피운 것을 보고 싶다면 요즘 화제의 인물인 최순실, 그 여자의 소유물과 갑질 행동을 보면 된다. 엑기스만 뽑은 욕망의 클라이막스.
더...더 ...더 가지려고 한 여자 최순실을 지겹도록 보고 기사를 읽노라니 .
문득 다 ...다...다 버리려고 한 여자가 눈물나게 그립다. 시몬느 베이유 . 프랑스 철학자. 철학 교수 학위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노동자로, 전쟁터의 군사로 ,농부,로 억압받고 굶주리는 자들과 고통을 함께 하다가 34세 젊은 나이에 굶어죽었다는, 행동하는 지식인의 상징인 여자.
“이 몸과 영혼을 갈갈이 찢어 당신을 위해 쓰게 하시고 제게는 아무 것도 남아있지 않게 해 주옵소서 ” 라고 기도하며 자기 것을 다 버린 여자.
저항하는 영혼 만이 새 길을 만들어 간다.특히 젊은 사람들의 저항은 특권이며 책임이기도 하다, 자... 떠나자 ~고래 잡으러, 삼등.. 삼등 완행열차 타고 동해 바다로 간다는 송창식 노래가 요즘 에픽하이의 랩보다 더 참 신선한 반항으로 들렸던 그때 그 시절.
부모님의 논밭 판 돈으로 등골휘게 대학 다니던 우리 세대는 행동없는 지식인을 비야냥거리는 먹물이라는 단어를 듣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자신과 가족을 위해 생업에 몰두하는 삶과 사회의 약자를 위해 일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양심 사이에서 한번 쯤은 고민하다가 자기 길을 갔다. 최저 임금 개념조차 생겨나기 전의 열악한 노동자들의 권익을 위해 자신이 누릴 수 있는 것도 과감히 다 버리는 사람이 막 생겨나기 시작한 시대였다.
하지만 지금이나 그때나 내 저항은 철저히 사적이고 찌질한 것들이었다. 세끼 먹는 관습에 대한 저항으로 금식과 소식하는 것으로 내 안의 도파민을 억제하는 욕망 단련 훈련을 했다. 내 나름의 세속 욕망 버리기 프로젝트 ㅠㅠ , 제사는 남자만...하는 유교적인 사고에 저항하여 제사 지낼 때 전 부치고 나물 볶는 여자일 대신 일부러 顯考 學生 으로 시작하는 지방을 쓴다거나 , 명당 풍수 이야기 , 수맥 , 선거이야기 ,족보이야기를 부엌이 아닌 음복상에 끼어서 남자친척들과 대화를 나누는 행동을 했다.
그때 내 앞에 등장한 여자가 시몬느 베이유였다. 화장기 전혀 없고 식욕을 철저히 억제한 듯한 금욕적인 빼빼 마른 외모. 개화기 선비들이 썼을 법한 엔틱 둥근 안경, 긴 외투, 짧은 단발. 여성적인 섹시함은 흔적도 없고 담백하고 지성만 남은, 온 몸으로 나 지적인 여자야를 주장하는 여자가 거기 있었다. 당시 좀 반항하고 진보적이라고 한 여자들이 눈에 안 띄이게 피던 담배까지 물고 .. 오 ! 아 !
책 속의 사진에 필이 꽂혀 빌려만 보던 책도 서점에서 샀다. 시력이 안 좋아져서 착용해야했던 안경도 비로서 샀다. 안경의 시작이 생각해보니 베이유 였다 . 긴 오버도 샀다. 아이들 과외비 받은 돈을 몽땅 털어서 급 지식인 코스프레를 한 셈이었다.
그리고 “시몬느베이유 불꽃의 여자 ” 라는 제목의 책을 읽었다. 이 책은 여자 동창생인 시몬느 빼트르망이 사실중심 연대기로 쓴 책으로 이런 류의 책은 권력자들이 싫어하는 책이어서 비밀사회과학출판사도 생기기 시작하던 때였다. 그 때나 지금이나 권력자는 똑똑한 국민을 싫어한다. 똑같다.
1909년 -1943년 이 여자가 살아 낸 시대 안에 프랑스 자본주의 사회의 모순 ,스페인내란, 2차대전이 고스란이 다 들어있는 셈이다. 의사아버지에 본인이 철학교수 자격증을 딴 지식인임에도 불구하고 그런 자의식 없이 항시 노동자들과 친하고 그들의 고통에 공감하고 돕기위해 공장노동자 생활을 한 여자다 . 첨엔 노동자들이나 학교제자 교사들에게 이해받지 못할 재수없는 여자였으나 ( 그렇치 않았겠나. 손도 기형적으로 작아 노동자로 부적격인 교사라는 여자가 노동을 한다니 ,,, 옷차림과 외모에 신경도 안 쓰고 노동자와 친한 사람이 교단에 서서 교사의 격을 떨어트리니 ) 하지만. 진심은 통하는 법. 이 여자의 순진무구한 열정과 자신에게 가혹한 금욕적인 일상 생활에 교사로서, 노동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프랑스 사회의 모순에 대한 글은 철학자로서 인정받게 된다. 늘 억압받는 사람 편에 섰던 이 여자 ,스페인 내란 때는 직접 군인으로 , 2차 대전 때는 레지스탕스로 활동했다. 피난 간 마르세이유에서 조차 농부가 되어 직접 노동을 했던 우리식 대로 말하자면 17세기 현실에 유용한 사상을 추구한 실학자 였다. 특히 육체노동과 정신노동에 대한 그의 생각은 참 신선한 유토피아다.
"가장 인간적인 문명은 육체노동을 최고의 가치로 삼는 문명이어야 한다.그러나 사회구조자체가 정신노동과 육체노동으로 이분되어 있으며, 육체노동에 비해 정신노동을 중시하는 가치 평가가 숨어있어서 최상의 계층이 정신적인 노동에, 그리고 최하의 계층은 육체적 노동에 종사하는 구조이다. 이런 이중적 계층 구조 자체가 인간의 삶을 비극으로 몰아가기 때문에 이 구조를 붕괴 시켜야 한다.
베이유의 주장대로 구조붕괴가 된다면 법관 ,의사 ,대기업 회사원, 교수최상급 계층의 정신노동자가 되기 위해 치열하게 아까운 청춘을 지적 경쟁으로 보내는 사람이 사라질까. 행복한 삶을 살까... 가능할까 ...요즘 뜨는 연예인.스포츠 선수들은 육체노동자인가... 베이유가 겪지 않는 40대 50대를 이제 막 통과한 내 낡은 영혼은 반문한다. 아직 중년을 겪어보지 못하고 34년 만큼만 살다간 분의 순수한 환타지는 아닐까. 어쨌든 늘 내 분수보다 조금 적은 평수의 공간에서 산 것. 사람을 볼 때 사회적인 의미와 계층의 시각으로 관찰하는 태도를 가지게 된 것. 종교적인 진리를 표현한 역설이라는 단어에 대한 지적인 호기심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 대학원 까지 진학하게 된 것.모두 베이유 당신 덕분이다.
1941년 봄 마르세이유에서 라는 사진 속의 베이유를 보면서 언젠가는 꼭 마르세이유 에 가서 베이유를 느껴보겠다고 벼르다가 작년에 다녀왔다. 마치 세상의 가장 끝에 서 있는 것 같은 ,마르세이유 시내가 내려다 보이는 성당 꼭대기 옥상에 서서 정말 순수 블루그대로인 바다빛과 이국적인 건물들을 보고 있노라니 문득 눈물이 나며 베이유가 지인에게 쓴 편지
저는 진리의 바깥에 있고 어떤 인간적인 것도 저를 진리로 이끌 수 없습니다. 하나님도 고뇌 이외의 다른 방법으로 저를 진리에 이르게 할 수 없으십니다.....
고난을 통해서만이 완전한 진리에 도달한다는 이야기가 떠올랐고 내 몸의 고통으로 인한 억울함과 분함의 감정을 조용히 내려놓았다, 그리고 나도 한 생을 마감하는 시간을 지나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늘 더 배우고 더 벌고 더 내 존재를 드러내야 사는 것 같았던 한 시기가 마감되고 다 버리고 또 버려서 내 존재를 서서이 지우고 품위있게 사라지는 법을 고민해야 하는 낯선 노년의 시기가 도래했다는 사실을 아프게 깨닫고 왔다 .
또 당신께 배운 지적 호기심을 발동시켜 ‘회색쇼크’, ‘노년의 역사’,‘55세부터 헬로라이프’,,,,,등 책을 사 모은다 . 존재하지 않았던 나만의 노년의 길을 새로 만들어 가려고...
이젠 당신과 작별해야할 시간이다. 차 한잔, 미음차로 ... 한 잔, 아니 장독에 가득 담아 드립니다
베이유님 ! ‘바베트의 만찬’ 영화 보셨는지요 . 금욕생활이 신에 다가가는 지름길임을 굳게 믿고 먹는 기쁨과 즐거움도 사치라 여기신 분들에게 자비를 털어 멋진 만찬을 차려줘서 잃어버린 일상의 즐거움과 활기를 찾아준 요리사 이야기. 저도 10년 내공의 찻집아줌마 답게 이런 차 한잔 드리고 싶었습니다. 찻잔은 1940년대 당신 시대의 크리스마스꽃 문양의 엔틱 찻잔. 차는 금욕적인 당신께 잠시라도 행복한 사랑을 느끼시라고 아주 달콤한 초콜릿향의 마리아쥬프레리의 웨딩 임페리얼 홍차. 한 잔 드리고 싶었습니다.그러나 당신은 분명 거절하실 터 ...곰곰 생각한 끝에 당신을 우리의 차 문화 전성시대인 고려 시대로 타임슬립시킵니다. 오늘날 스타벅스처럼 찻집이 즐비했던 궁궐 앞에 차는 커녕 끼니도 거르는 사람들을 위해 연등회 팔관회 있을 때마다 천막치고 쌀뜨물과 쌀을 갈아서 미음처럼 끓인 미음차를 커다란 항아리 가득가득 채워놓고 한 사발씩 퍼 드렸던 고궁 앞 포장마차 티룸으로 ... 당신을 보냅니다
당신은 즐겁게 마구 마구 퍼 주겠지요 그리고 초라한 행색의 그분들께 격의없이 봉쥬르 마담 ! 프랑스식 인사하면서 .... 부석 부석한 머리 화장기 없이 건조한 당신 뺨에 키스해 주면서 당신 가슴을 아주 깊이 안아 줄게요. 굿바이 베이유 ...
뉴스 볼 때 마다 등장하는 최O실님 ! 당신께는 몸의 독소를 뺀다는 백비탕 한 잔 드리겠습니다.맹물을 끓인 차.
꿈과 철학이 없는 욕망은 부끄러움도 연민도 휴식도 없이 무한 질주한다는 것.
무한질주한 당신의 욕망의 실체를 날마다 확인하면서 대한민국 국민인 것이 부끄럽고 유구무언입니다.
구치소의 당신께
‘시몬느베이유 불꽃의 여자’ 책과
이적의 ‘ 같이 걸을까 ’ 노래 ,
백비탕 차 한잔 드립니다.
너무 순진한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