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es Deux Magots의 에스프레소 커피-
사람과의 연애, 시작은 두 자아가 서로 뮤즈가 되어 자신들 속에 숨어있던 천상의 신세계를 발견하는 가슴 떨리는 경험이지만 오래 가던가. 못 간다. 곧 두 자아 사이에 파워게임이 벌어지고 적이 되어 치졸한 자신들의 바닥까지 내놓고 다투다 결국 이별선언,서로의 부재과정에서 소중함 깨닫고 다시 만남, 익숙함,권태 ,또 이별 ,만남 그러다 연민과 情이라는 감정으로 발효 숙성된 과정까지 거쳐야 사랑의 인연으로 살아남는다. 나 이외의 자아에 몰입할 수 있는 순수함과 상처까지 견딜 용기와 엄청난 에너지가 요구된다.
반면 책 속 인물들과의 연애는 귀와 마음만 열어놓고 그들의 생체험을 진심으로 들어주기만 하면 된다.상처없이 부담없이... 다소 비겁하지만....
재능있는 여자의 운명’이라는 책은 유명한 예술가들의 아내로 산 재줌마(재능있는 아줌마)들이 당당한 동반자로 결혼에 입성했다가 끝내는 재능도 가정도 실패하게 된 이유를 연구한 이야기다. 결혼 전에 읽었으면 끝까지 독신을 고집했을 텐데 아쉽게도 결혼 후 이미 문제가 발생한 후에 읽게 된 책. 아마 여성학의 원조쯤 되는 책이지 않을까?
며칠 전에 우리 찻집에 연애인이 떴다. 커피소년 ! 우리 찻집의 막내 강샘이 흥분한다. 좋아서 콘서트까지 갔었던 가수라고. 싸인까지 받는다. 누군데 ? 아 ! ‘ 장가갈 수 있을까 노래 부른 가수... 세상이 변했다.(과연 ) 장가는 그리고 시집은 갈 수 있는 (능력)을 내가 가지고는 있는 걸까를 조심스럽게 묻는...저항 반항은 커녕 짠한 세대이다.
30여년 전 시골 중학교 국어교사로 발령이 났을 때가 생각난다. 주중에는 시골에서 자취생활하다 주말은 시내 집으로 나오고 월요일 아침 직행버스로 출근하는 생활을 했다.
“ 민선생 사표내고 시내 사립학교로 간다네. 사립은 결혼하면 바로 사표받는데...아깝네 ,유능한 교산데 ”
“ 잘했네. 그 집안에서 이런 시골에 딸을 함부로 내 돌리겠어.아... 여자는 좋은 남자 만나서 내조 잘하면서 가정 잘 건사하면 젤여. 가만..애인 없던가. 우리 조카 내과 의사인디 중신이나 서 볼까 “
같이 발령받은 시내 유명인사의 따님이셨던 민선생님 이야기였다. 뒷자리 교감샘과 나이 든 남선생님의 대화. 도시 사립 학교에 줄 댈 백그라운드도 없고 시골에 내돌린 별 볼일 없는 집안의 딸인 내 정체성에 잠시 비참해졌고 그 분들 생각에 강한 반발의 언어가 솟구쳤던 기억에 잊혀지지 않는 대화다.
결혼 후 여자의 직장생활은 남편의 수입이 생계유지에 부족해서 어쩔수 없이 선택하는 것으로 폄하하는 예술가들에게도 여류라는 말을 꼭 달아주는 후진 시대였다.
조신하게 홈드레스 입고 내조하는 여자는 내 길이 아님을 본능적으로 알아챘다. 베이유에 빠져있던 나는 당연 독신을 주장했다. 그러나 결혼은 운명이다. 우리집 하숙생이었던 남편이 첨 우리집에 들어오던 날 고등학생이던 내가 남편과 결혼식 하는 꿈을 꾼 것을 어떻게 설명하겠는가 당시는 아저씨라고 생각했던 남편과 ...그런데 몇 년 후 결혼을 했다. 하숙생이던 남편이 점점 가족이 되어 친정의 경제적인 지원까지 챙기는 가장이 되면서 자연스럽게.... 운명과 인연..지금은 믿는다.
그렇게 가족처럼 익숙해서 한 결혼인데 막상 살아보니 그게 큰 스트레스 였다. 늘 친정과 남편 사이에서 갈팡질팡 눈치보아야 했으며 결정적인 것은 애당초 결혼한 이유가 서로 달랐던 것이다 참다참다 아이 서너살 무렵 이혼하려고 일주일간 가출하여 친구 집에서 출퇴근을 했는데 그 때 책 속 재줌마들을 만났다
아인슈타인 못지 않은 뛰어난 수학자 였고 아인슈타인 노벨물리학상에 큰 조력자였으나 병약한 아들을 돌보다 남편으로 이혼당하고 만년을 쓸쓸하게 보내다 사라진 밀레바 마리치 아인슈타인, 유명한 작가인 남편에게 정작 자신의 글도 강탈당하고 남편을 뛰어 넘으려고 기를 쓰다가 정신병원에서 자살한 첼다 자이레 피츠제럴드 , 로댕의 그늘에서 빠져나와 독자적인 조각가의 길을 가려고 애를 쓰다가 로댕이 자신의 모든 것을 빼앗으려 한다는 추적망상의 정신병자로 생을 마친 카미유 클로델 ,자신의 창작욕구를 참고 남편이 쓴 글의 교정자 남편의 과도한 성욕과 모성의 강조에 13명의 아이를 출산해야 했던 소피야 안드레예브나 톨스토이야, 자신의 새로운 음악을 창조하는 작곡가의 재능을 묻어두고 남편의 곡을 연주하는 반쪽자리 삶을 산 클라라 바크 슈만 , 지적호기심과 지적 능력이 탁월했으나 여자에게 공공교육의 기회가 없는 사회를 한탄하며 카를 마르크스의 논문 발췌,정리 ,출판을 도맡아 비서와 동지로 지냈으나 만년에는 자신의 삶이 묻혀버린 우울증과 장암을 고통스런 삶을 마감한 제니 베스트팔렌 마르크스. .....
반짝반짝 자신의 색깔로 빛이 나고 재능과 자의식이 분명했던 여자들이 같은 길을 가는 유명한 남편과 동반자의 자격으로 연애, 결혼을 했으나 결론은 모두 재줌마들의 처참한 패배.책의 저자인 독문학자인 잉에슈테판은 재줌마 개개인의 잘못이 아닌 가부장제의 잔재로 사회 구조 상의 모순으로 설명한다.
책 속의 재줌마들과 연애하면서 준비없이 떠난 길에서 피투성이가 된 그들의 생체험을 진심으로 듣고 가슴아파하면서 비로소 내 결혼생활을 정직하게 들여다 보았다.
복잡한 가족사로 혼자 객지를 떠돌던 30대 초반의 남편은 안정되고 대우가 좋았던 직장에 취업을 하자 돈 버는 여자 보다는 따뜻한 집밥과 가정을 만들 아이를 낳아줄 여자가 필요했고 그래서 내게 교사를 그만두라했고 아직 20대 중반인 나는 다니던 대학원 공부가 재미있어서 학문과 글 쓰는 일을 계속 하고 싶었다. 그리고 내게는 갑작스런 아버지의 죽음으로 궁핍한 시기를 보낸 경험이 가장도 안전망은 아니라는 불안감으로 자리잡고 있었고 혼자된 엄마의 고군분투를 짠하게 지켜 보면서 여자도 경제적으로 독립해야한다는 철칙이 세워져있었다.일하면서 돈을 버는 것은 내겐 독립과 자립의 근본으로 한치도 양보할 수 없는 중요한 가치였다.
동상이몽 同床異夢 ! 어찌할 것인가.
재줌마들과 날마다 연애를 했다. 그들이 말했다.
동시에 두 종류의 사람이 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첫째, 자신의 고유한 법칙에 따라서 살려는 사람 그리고 둘째로는 고전적인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사랑과 보호 속에서 안락하게 살고 싶은 사람
둘 중 하나를 선택 하는 것이라고 .
나는 이 두 종류에 하나를 더 보태어 우리 안에 살고 있는 여자는 세 여자라고 말했다.
1. 여성성을 무기로 스폰서같은 남편의 사랑과 보호 속에서 우아하게 살고 싶은 왕비
2. 티브이 쇼, 또는 연극무대 같은 세상에 내 아바타로 가족들을 내보내 그들 뒤에서 뮤즈, 컨설턴트, 무보수 집사 ,마음 속 베이스 캠프가 되고 대리만족 하는 내조의 여왕.
3. 주변에 휩쓸리지 않고 자신의 색 ,속도, 자신의 정체성대로 자신 만의 왕국에서 자신이 왕이 되고 싶은 여자
물론 3번이 되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혼하는 수 밖에. 하지만 어쩔 것인가. 아이는 태어났고 책임은 져야하고 무엇보다 그 시절 이혼녀는 주변의 몰이해를 견뎌내야 하는 용기도 있어야 했다. 그때나 지금이나 소심하고 찌질한 골 아픈 착한여자인 나는 3번 여자를 버리고 2번과 타협했다. 학문과 글은 꿈으로 남기고 일은 하기로. 3번을 버린 여자들의 마지막을 보았기에 3번을 잊지 않으려고 옮기는 집마다 지하에 나만의 서재를 파서 아지트로 만들어 잠깐씩 책 속 선남 선녀들과 연애도 하면서....
그 결과물이 지금 여기 호숫가 차실에서 글 쓰고 있는 나이다.
앞서서 걷다가 상처입은 선배 재줌마님들 ...잘난 남편과 그 남편이 돌보지 않는 애틋한 아들 딸들에게 자신의 아지트를 뺏긴 당신들에게 서재와 작업실을 드리고 싶습니다.
살림 공간에 들어선 작은 서재 , 감성있는 작업실 ....
당신들과 지하서재에서 연애한 덕분에 늘 제 멘토가 되어 주셔서 조금이라도 제 정체성 잊지 않고 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차마 아까운 재줌마들인 당신들께는 파리 레되 마고 카페의 진한 에스프레소 커피 한 잔씩 드리겠습니다 .커피맛과 커피잔 설명은 하지 않겠습니다. 맛보다 커피 한 잔에 담긴 이 공간을 오간 사람들의 수다,침묵,사색,창작 모든 아우라가 중요하게 담긴 커피 한 잔.
당신들의 실패를 밑거름으로 사르트르라는 유명한 남편과 계약결혼이라는 새로운 결혼의 시스템을 현실이라는 컴퓨터에 깐...시몬느보봐르 . 의식은 깨어나게 했으나 형식은 뒤따르는 후배들이 없는 것으로 보아 성공한 것 같지는 않지만, 본디 사람의 삶이라는 것이 자신이 직접 경험해서 깨지기 전 까지는 자신의 사랑 만은 자신의 결혼 만은 절대 그렇지 않다라고 환상을 버리지 못하는거니까. 사실 또 그런 환상 때문에 사람이 사는 것이기도 하고. 인생은 모순(矛盾 ) 과 역설 (Paradox )이 진실이니까. 보봐르가 사르트르와 하루에 2시간씩 단골로 다니면서 토론하고 사색하고 글을 쓰곤 했다던 파리 카페 레 되 마고.
자유로운 영혼을 상징하는 치렁치렁 긴머리, 은회색 낡은 스웨터 ,보헤미안 풍 낡은 긴 고동색 짚시치마, 샤넬 No 44. 루즈빛 입술, 카키색 부츠에 담배 물고 열심히 수첩에 글을 적다가 다시 생기발랄하게 여행지도를 펼쳐드는 ...내 안에 이루지 못한 꿈으로 남은 3번 여자에 대한 상상... 그런 상상을 하게 했던 카페.
무대위의 조명처럼 눈부시고 화려한 봄햇살에 차마 아까운 재줌마들의 마음속, 푸른 곰팡이로 피어있는 우울도 바싹 말라 사라질 것 같은 그런 봄날 스르렁스르렁 바람까지 불어 잠자고 있던 꿈과 감성까지 다시 살아날 것 같은 그런 봄날 ,
성당 옆 노천 카페에서 당신들을 내 오랜 컴컴한 지하 서재에서 비로서 해방시킵니다.
굿바이 ! 차마 아까운 재줌마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