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동 찻잔으로 남은 연인들과
차 한잔 10

- 고려단차 -

by tea웨이

해가 막 넘어가고 초저녁 별들이 깜박깜박 속눈썹으로 그렁그렁한 눈물을 밀어내며 밤하늘로 출근하는 시간 .



쑥대 ~머리, 구신형용 ..보고지고... 보고지고 한양낭군 보고지고


얼마나 애가 끓고 절절한지 이승과 저승의 경계를 허물고 저 저승 깊은 곳, 이미 이승의 기억은 깡그리 잃어버린 연인의 맘까지도 흔들어서 저승을 탈출하고 싶은 유혹을 느끼게 하는 그런 ,,, 임방울님의 절창이 스피커에서 흘러 나온다 .


사랑하나 ,사랑할 수 없는 운명을 타고난 연인들 , 중국 작가 다이호우잉의 ‘사람아 사람아!’ 의 손유에와 호젠후 . ‘시인의 죽음’에 나오는 샹난과 위즈치가 생각날 때마다 떠오르는 풍경이다. 눈시울이 붉어지면서 ....... 내 영혼이 가장 순수해지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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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얘길 들었어. 너는 벌써 30평에 사는구나.

난 매일 라면만 먹어. 나이를 먹어도 입맛이 안 변해.

I'm fine thank you thank you and you. 우리 옛날에 사랑을 했다니 우스워


10센티의 ‘아임 파인 탱큐’ 라는 노래다. 여친이 자기를 차버리고 돈 많은 남자와 결혼해 비싼 차, 넓은 아파트 사는 것이 실은 부글부글 화나고 속 뒤집히는 노 ~탱큐인데 나 괜찮다고 쿨하게 큰 소리 치며 안 슬픈 척 유쾌하게 부르는 역설의 노래 .


카페에서 진동벨이 울리는 시간만큼, 테이크아웃용 플라스틱 컵 속의 커피가 사라지는 시간만큼 아주 잠시, 서로의 마음 속을 같이 산책하다가 미련없이 휴지통에 버려지는 사랑. 진지하고 깊이 있는 사랑은 부담스럽고 촌스러운 ... 이별의 슬픔과 고통도 아임 파인 탱규....


치유도 혼밥 혼술처럼 스스로 해야 하는 혼사랑의 시대.



그러나 원래 사랑은 혼자가 아닌 두 영혼이 진동하는 것이 아니던가. 내 사랑하는 마음을 알아챘으나 행여 상대에게 누가 될까봐 숨기고 숨기면서 묵묵히 견디는 작가 호젠후. 블랙리스트에 오르내린 전력이 그림자처럼 따라다녀 여전히 힘든 일상을 보낸다.


이런 호젠후가 사랑하는 손유에. 그녀에게는 고향 동창인 남편과 딸이 있다. 직장 때문에 별거하면서 사는 중이었다. 중국문화혁명이란 혼란기에 정치적인 사건에 휘말려 손유에가 궁지에 몰리자 이혼을 요구하고 다른 여자와 사는 남편, 배신의 충격에 비틀거리는 손유에. 그러나 당대의 지식인답게 상처를 정면으로 맞이하여 싸우고 치유하면서 남편에 대한 감정은 우정이었고 진짜 사랑하는 사람은 호젠후였음을 뒤늦게 깨닫는다.


이 시간이 무려 이십년 .둘의 마음이 사랑이고 서로 사랑한다는 확인 까지 걸린 시간.


그러나 그렇게 긴 시간을 돌아왔음에도 둘의 사랑은 안타깝게 불발로 끝난다. 사회주의 국가의 시스템이

사랑이라는 감정마저 정치적으로 해석하던 흑역사 시절이었으므로 ....

작가 다이호우잉의 자전적 소설이어서 더 안타까웠다. 현실에서 정말 이 연인이 자살해버렸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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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문화혁명 시절은 자고나면 어제의 영웅이 오늘은 반체제 인사가 되고 담날은 또 역전되는 혼란의 시기였다.속마음을 정직하게 표현하는 것이 늘 조마조마하고 위태롭던 시대였다.


속마음을 상황에 따라 팔색조로 변신하여 철저하게 권력이라는 길로 가든지

속마음은 철저히 속이고 일상생활의 깨알같은 행복으로 도피하는 길을 가든지


자신의 그릇만큼 선택하여 제각기 자신의 길을 갔다. 살기위해.... 그 중에는

그런 혼란과 흔들리는 자신의 마음을 정직하게 쓴 시인이 있다. ‘ 시인의 죽음’에 나오는 ‘ 위즈치 ’


정직하고 진실한 언어는 타협하는 언어를 불편하고 불안하게 하여 탄압과 아웃당하는 형벌을 받는다.


결국 공개비판의 자리에 서게 된 위기의 위즈치. 그 위즈치의 죄를 심사하러 간 심사위원 샹난 ! 심문하고 심사하면 할수록 오히려 위즈치의 진실함과 정직함에 매료되는 샹난 ... 둘은 사랑하게 되고 당에 결혼을 신청한다. 당은 반체제시인과 수정주의 싹이있는 불온한 당원사이의 결혼이라 왜곡시켜 반대하고 이슈화시켜서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하는 모략을 한다. 모략은 시작되고 자신 때문에 진퇴양난에 빠진 샹난을 위해 결국 자살하고야 마는 위즈치 .죽음으로 타협하는 언어에 저항하고 자신의 언어를 ,연인을 지킨 위즈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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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을 무렵 난 삼십대였다. 집에서 아주 가까운 도시 학교로 발령이 났었다.

교육계에서는 참교육이 한참 이슈였으나 그 학교는 무풍지대. 본디 속마음을 변신시키는데 능한 사람들의 삶이 현실에서는 편하고 영향력 있는 자리에 앉는 법. 출근이 편한 도시학교 발령이 난 샘들은 나처럼 촌 시골학교 경력 점수로 온 사람과는 달랐다. 속마음 털어놓을 사람 하나 없는 고립무원. 외로운 시절이었다.


둘째 아이 임신, 육아에 보충수업까지 하면 몸도 마음도 파김치처럼 퍼졌다. 거기에 최고참 여교사 둘이 패를 갈라 세과시를 하는 분위기는 이해불가였다. 영향력 있는 여교사의 이중적인 모습이 싫어 무시한 결과 난생 처음 왕따를 당했다. 왕따는 정신적인 살인이다. 내 존재 자체가 집단에서 무시를 당하면 내 고유의 정신세계는 쓸모없는 쓰레기가 된다 . 그 여교사는 집요하게 나를 뒷조사했다. 심지어 내가 교생실습 나갔던 학교 지도교사에게 까지 나에 대해 물었다 했다.


혼자 먹게 된 점심이 비참해 햄버거나 김밥 한줄 후닥닥 해치우고 학교 주변을 배회하며 소설 속 위즈치와 호젠후에 흠뻑 빠져 참 깊은 연애를 했다. 이 분들도 자기 사회의 왕따들이었으므로 ...

그래서 소설 속의 위즈치가 죽었을 때는 정말 현실의 연인의 죽음처럼 내내 맘이 아프고 쓰렸다.많은 사람들이 이상형으로 그리스인 조르바 이야길 한다. 위즈치와 호젠후 가 나에겐 동양의 조르바 였다


그때 고수 왕따들인 그들의 조언은 심플했다.


내 안의 진심에 충실할 것 .내 밖의 상황은 흘러갈 뿐이고.........

중심이 비로서 나로 이동.......하게 해 주었다.물론 수시로 흔들렸지만.......


유명 아나운서 오상진님이 신부될 아나운서와 주고 받았다는 책이 바로 이 ‘ 사람아 사람아’ 책이다. 사랑에 대해서 진실하고 정직하게 사색하고 실천하는 손유에와 지식이 아닌 실제 생생한 삶에서 건져올린 지혜를 가진 ,호젠후의 사랑이야기는 오늘날에도 유효한가 보다. 현실에서는 영영 만나지 못한 귀한 이야기여서일까......


.내 가장 중요한 보석함에 간직해온 사리 (捨離)와 골동찻잔같은 두 분을 꺼내서

호젠후는 자신의 영혼의 베이스캠프인 만리장성으로 위즈치는 ....




일본의 고베라는 작고 아담한 도시에 간 적이 있다.도시가 태평양으로 열려있다. 멀리 산중턱의 집에서 보면 태평양으로 막 출항하는 선박들의 들뜬 움직임도 보이고 밤에는 캄캄한 어둠 속에 깜박깜박 샛노란 등 달고 뱀들처럼 구불구불 달리는 신칸센이 일본 애니의 은하철도 999처럼 환상적인 도시..문득 누군가가 왈칵 그리워지면서 현실에서 인정받지 못한 연인들이 도망하여 숨어살기에 참 좋은 도시라는 생각을 했다. 단기 임대 집을 얻어 도시에 비해 유달리 큰 이케아 창고에서 조립만 하면 금방 만들어지는 노랑 빨강빛 산뜻한 젊은 원색 가구를 들여 맞추어 놓으면 공간은 완성 ... 위즈치 당신은..연인 샹난과 함께 고배 , 숨어살기에 좋은 곳으로 보내드리겠습니다.


차 한 잔 드리겠습니다. 소설 속 중요 장면마다 차 마시는 장면이 있는데 차 이름이 무엇인지,그 차맛은 어떠했는지, 어떤 다관인지에 대한 설명이 없습니다. 차는 글쎄.. 귀한 무이암차 ? 서호용정? 아니지..사치스럽지 않으니 가장 흔한 쟈스민꽃차?다관은 ? 찻잔은? 혼자 상상하다가 그 당시 억울하게 블랙리스트에 올라서 힘드셨던 분들이 무슨 여유가 있으셨을까 싶어 그만두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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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시대 귀한 단차 한 잔 올려드립니다. 우리나라 차문화의 꽃이 피던 고려시대,


그 시절에는 사헌부 관리들이 법을 집행하기 전에 공정하고 바른 판단을 위해 꼭 티타임 후 판결에 임했다고 합니다.


그분들이 마신 차는 요즘처럼 잎차형식의 녹차가 아니라 떡차 형식의 단단한 단차였으며. 이 단차를 부수어 가루로 만들어 차솔로 휘휘 젓어 카푸치노처럼 흰...젖처럼 뽀얀 거품을 일으켜 마셨다고 합니다. 찻잔은 오래된 고려시대 골동 찻잔에 드리겠습니다 .마침 사라진 단차를 힘들게 재현하신 분이 있다 해서 먼먼 길을 찾아 구해다 놓았습니다. 당신들에게 정성껏 한 잔 드리겠습니다 .



티타임입니다..

어제의 행정관료가 ,재벌총수가,대학총장이, 의사가... 자고 일어나니 피고인이 되어 법정에 서서 위증.. 위증.. 위증퍼레이드입니다 .이제는 집행관이 아닌 피고인에게 티타임을 줘야할 시대인가 봅니다.

죽은 후에 저승의 차실에서 영영 자기 위증을 망각 못하게 하는 차를 마시게 될지도 모르는데. 괜히 걱정입니다.

굿바이 ,위즈치 ...... 호젠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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