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의 끝자락은
(茶)향에 젖어15

- 산녹차, 구절초꽃차-

by tea웨이

내 죽음에 대한 상상 ....

죽음을 향한 내 몸은 자꾸 떨리고 굳어지면서 지상의 마지막 시간을 버티고 있고

몸에서 막 빠져나온 영혼을 위로하고 편안하게 풀어주는

차 한잔의 향기가 절실할 때 녹차향이었음 좋겠다.


이제 막 가향처리 끝낸 첫물 차, 구수하고 젖 비린내 ,

신생아 살냄새 같은 부드러운 세작향..

어쩌다가가 아닌 늘상 익숙하게 마시던 지리산 화계 근처의 산녹차로.


음악까지 준비해주신다면 혁오 밴드의 ‘공드리’,

영혼을 물이 아닌 빛으로 목욕시킨다면 그런 느낌일 것 같은 음악.


그리고 맨 마지막 향 마무리는 늦가을 유리 다관에서 살포시 연보라빛 꽃잎으로 피어나서

모든 세속의 잡냄새를 다 몰아내고 맑고 담백한 향으로 남게 하는 구절초 꽃잎차향.


무거웠던 생의 무게를 다 덜어내고 구절초 꽃잎차 향처럼 가볍고

맑은 향기만 남겨진 사람들에게 남겨두고 가고 싶어서....

그런 마지막을 맞이할 수 있을까.


사람은 누구나 한번쯤 자신의 마지막인 죽음에 대해 상상해 본다.

죽음에 대한 이미지도 , 죽음 이후에 대한 상상도, 죽을 때 듣고 싶은 음악도,

무엇보다 얼마 전에 화제의 드라마였던 ‘도깨비’라는 드라마도

이런 의문에 대한 상상력 몇 개를 준다.

유인나와 이동욱의 전생과 환생이야기.

다음 생으로 넘어가기 위해서는 이 생을

잊기 위한 망각차 한 잔을 마셔야 한다는 설정. 그래서 저승사자와 맞대면 하는 장면이

커다란 차실 인 것도 참 인상 적이었다.


나는 정말 미련없이 다 망각할 수 있을까. "아니다."

이 생에 읽었던 책들도 책들 속의 애인들도 망각하고 싶지 않다.

다 망각하고 다음 생에 또 다시 이 생의 책들을 뒤적이고 있는 장면은 끔찍하니까....


그렇다면 어떻게 죽음을 맞이해야 할까 ? 아예 이 생에서 끝나고 더 이상 윤회하지

않는 법을 배워야 한다는 것이다.

생의 궁극적인 독서는 죽음에 대한 책이고

그래서 내게도 마지막 독서는 ‘티벳 사자의 서 ’라는 책이 될 것이다.


『티벳 사자의 서』는 치송데첸왕의 초청으로 티벳을 방문한 파드마삼바바가 인도에서 가져온 경전들을 티벳어로 번역한 책으로 죽음을 맞이하는 사람에게 이 책을 읽어주면 죽음의 공포가 아닌 마음의 평화를 발견하게 되고, 깨달음에 다가갈 수 있다는 것이다.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의 수행법 즉



죽음의 순간에 갖는 마지막 생각이 그 다음 환생의 성격을 결정짓는다고 믿는 책이다.


과연 나는 이 책 내용대로 윤회하지 않고 마음의 평화를 발견하게 될까 ?

그럴까 ?

늘 인생은 내 꿈을 배반해왔는데 ...그래도 또 끈질기게

또 꿈을 꾸어본다.


내 마지막 생각은 아무런 집착이나 미련이 없는 경지이기를......

향을 뿌리고 차 한 잔 정성스럽게 올리는 산향이라는 망자를 위한 다법을


한번 행해보면서 내 오래된 서재를 비로서 폐쇄시키고 떠납니다.


굿바이 ! 희말라야 설산의 숨은 도인님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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