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음 믹스커피와 기문홍차 -
와다나베,야메니,세타우,호젠후,위즈치,
몽테크리스토백작, 싣다르타.......
오랜 연인들이 떠난 책들은 텅 빈 집 같아서 이제 치워야 겠어요.
이스탄불 그 해협에서 , 시애틀에서, 만리장성에서, 고베에서 ,다 잘 들 계시는 거죠.
마시고 간 찻잔, 비스켓 담은 파란 유리 접시,연인 들이 걸어 나가 빈집이 된 책들 , 앉았던 쇼파.
저에게 때론 위안과 때론 얄짤없는 냉혹한 비난과 객관적인 방향 제시와 존경과 애정 ....마음을 나눈
흔적들이 유물처럼 남겨진 나만의 내 비밀 아지트를 하나하나 거두어 들이고 치우고 정리해야 하는
시간입니다.
이 마음들은 원래 한곳에 머물거나 한 사람의 소유로 끝나면 썩는 법. 흘러서 다른 곳을 적셔주어야 우주가 생기를 잃지 않는 법.
곧 저도 정리하고 이곳을 떠나
그동안 가르쳐 주신 지혜를 차 한 잔이라는 제 색깔의 언어로 만들어 누군가의 연인이 되어 줄 차례입니다. 초라하고 하찮을 지라도 제 정성이 담긴 차 한잔을 저도 세상에 내놓아야 할 때.
어머 ! 마플여사님 박완서님 .
끝까지 가족처럼 남아주셨군요. 마플여사님은 오늘도 역시 뜨개질 거리 들고 편한 모습으로 저 역시 당신들을 내 아지트에 오신 손님이 아닌 가족처럼 생각합니다.
특별한 날 말고 그 많은 지루한 일상에 늘 곁에 있어주신
당신들이 진정한 내 인생의 베이스 캠프이며 동반자 이셨습니다.
배고프면 밥상 위에 차려진 집밥처럼 제 일상에 당신들이 차려낸 수많은 이야기들
아무 때나 아무 곳에서나 편하게 다가와 소곤소곤 귓속말로 쓴소리 ,때론 썰렁한 유머로
때론 애정담긴 칭찬으로 ,때론 내 혼잣말을 맞장구쳐 줘 가면서 제 곁에서 늘 존재하신 당신들이 만들어 낸 이야기 속 사람들 ...
박완서님, 당신의 소설 속 주인공을 처음 만난 순간이 생각나네요 .
대학입학 후 느닷없이 몸무게가 불어 잔뜩 주눅 들고 아무도 만나고 싶지 않아 피신처로 찾아 들어갔던 곳 .
낮에도 약간 음침하고 눅눅했던 대학교 석조 도서관 제일 구석진 자리였습니다.
그곳 월간지 문학사상의 연재소설이었지요,
아마도 ‘ 도시의 흉년 ’ 쯤 되지 않았을까 ...
우리가 부러워하던 70년대 부유한 가정의 가족 속내 이야기 ,
돈을 지상의 최고 가치로 생각하는 사람들을 속물로 생각하면서도 속으로는 자신도 부유하고 싶어 했던
그런 시대.
악착같은 돈벌레 엄마,
자신의 존재 의미를 첩에게서 찾는 무능한 아버지 ,
엄마의 꼭두각시인 큰 딸 수희, 정상이어서 오히려 집안에서 비정상으로 인정받는 수연,수빈 두 쌍둥이들 .
바로 우리 옆집에 일어난 일인 것 같아 수연이 시각으로 참 몰두해서 열독했던 것 같습니다.
이면에 진실이 살아 숨쉰다는 것.
진실은 생각보다 외양이 평범하고
진실이 결국은 이긴다는 것 . - 당시의 메모 -
‘ 나목 ’ 이라는 소설은 마흔 살에 등단하셨다는 말에 늦깍이 작가로 도전해 보려고도 했고 ,
‘
니 알고 내 알고.....’는 간병인 할머니의 시각으로 본가족들의 위선과 속물근성에 놀라고 내 안의 속물근성에 반성도 하고 ‘ 그대 아직도 꿈꾸는가 ’ 의 차문경 샘은 내가 흔들릴 때마다 본질을 생각게 하는 롤 모델이기도 했습 니다.
소설 속 화자들이 평범한 이웃집 아줌마 할머니
총각 이모 선생님 들로 따뜻한 수다처럼 느껴져서
참 편했고
어쩌다 수다 속에 뼈를 담아 훈계를 해도
금방 수긍을 하곤 했습니다
따뜻한 수다 ....
이제 제 아지트 정리도 다 끝나가고 마지막 이별을 저 담양온천 ,노천탕에서 할까요 ?
수다하기 좋은 곳
오래동안 퀴퀴한 종이 책 속에 갇혀있던 분들 모두 탈출시키고 싶습니다.
- 날이 좋아서... 말입니다.-
‘ 담양온천 노천탕 ’
-공간에 있어보면 그 공간을 만든 사람의 맘이 고스란이 느껴집니다.
이 공간에만 들어서면 저는 저를 귀하게 여깁니다.-
이곳 에서 마지막 수다를 떨면서
차는 큰 초록색 유리 보울에 커피믹스로 탄 얼음 둥둥 띠운 달디단 커피를 빨간 플라스틱 잔에 듬뿍듬뿍 담아서 한 잔씩....나눠 마시며
각자 캐릭터 대로 ...‘휘청거리는 오후’의 초희, 말희,우희도 보이고 돈만 아는 현금이도 보이고 ...
수다 떨다가 은목서 나무 향기와 함께 흩어지며 굿바이 !!! 하고 싶습니다.
마플여사님 !
첨 만날 때부터 제 마지막 로망은 마플여사처럼 이었습니다.
제 다음, 네이버 카페 닉네임을 거의 한동안 마플로 도배한 적도 있습니다. 당신이 앉으면 어울릴 것 같다는 이유 하나로 작은 이인용 소파를 빈티지카페에서 구입하려다 비싼 가격에 포기하기도 했습니다.
호수 가운데 외딴 섬이 보이면 섬으로 사람들을 불려놓고 하나하나 죽게 만드는이야기에 대한 상상 ,
상상하는 질문하는 즐거움 !!!
당신이 만든 인물들에게 전염된 것
실은 홍차에 대한 관심도 당신이 늘 홍차를 마셨기 때문이었습니다.
당신처럼 세상 사물에 다 스토리를 부칠 수는 없고
차에 관한 상상력과 추리로 스토리텔러가 되고 싶습니다
아직 당신은 조금만 아주 쪼금 더 제 공간에서 머물러 주십시오 .
머무시는 동안 당신이 한번도 경험하지 못하신 기문 홍차와 한입 베물면 버터가 턱 아래로 질질 흘르는 진짜 머핀. 진한 딸기잼이 듬뿍 든 진짜 도넛도 준비해 놓겠습니다 .
잠시만요
아직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