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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a웨이 Feb 12. 2024

 먼지 쌓인 찻잔 꺼내 정리하는 데 왜 눈물이 날까?

- 엄마들의 찻잔-




인생 이막으로 시작한 찻집을 이십 년에서 이년을 못 다 채우고 잠시 쉬고 있다. 왜?

적자가 나서 유지를 못 해서?  그건 아니다. 전성기보다는 매출이 줄기는 했지만

 다달이 월세 내는 상가도 아닌 내 건물이었고  첨부터 유지할 정도의 수입만 되면 된다 생각한 공간이었다. 생각보다 괜찮아서 , 오히려  공간을 더 늘리고 직원도 더 늘어나기도 했다. 문제는 나도 나이가 먹고  내 건강에 이상이 생겼다는 것이다.  거기에 호수가  유명세를 타면서 관광객들이 몰려들었고  우후죽순처럼 카페가 늘어났다. 몇십억씩 투자해서 만들었다는 대형카페도 출몰하기 시작했다. 내 찻잔도 변화가 필요한 시점인데 난 더 이상 젊지 않았고 내 치병에 더 관심을 두어야 했다. 그래서 공간이 꼭 필요한 사람에게 예약제 공간대여만 하면서  잠시 쉬어 가기로 했다. 그러나  몇 달만 쉰다는 것이  금세  일 년이 흘러갔고 명절과 폭설 때만 빼고  열일해서 먼지가 앉을 틈이 없었던  찻잔에도  먼지가 뽀얗게  쌓인다. 심란한 마음이다


-언니 꼭 보세요... 찻잔이야기 -

 환우카페에서 만나 절친이 된 헤라가 보낸 톡, 그리고  유튜브 영상 하나

https://youtu.be/5XGJNn6UsTA?si=5bJQHQ8b7-p1_63R



너무도 이쁜 갓 30대 된 루게릭 처자의 투병과 그 딸을 지극 간병하는  엄마의 브이로그였다.

제목은"아픈 딸 이외에는 아무것도 관심 없어진 우리 엄마" 였는데 제목만 읽어도 가슴이 찡하고 눈물이

났다. 엄마가 집정리하려고 새 가구 들이는 날의 풍경이었다. 한 참 혈기왕성하게 들어주어야 할 가장 젊은

딸은 몸이 굳어 식탁 의자에 앉아  다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작업지시를 하고 정작 지시해야 할

연약해 보이는 엄마와 도움 받아야 할 늙은 할머니가 낑낑대며 가구를 움직이는 풍경도 가슴 찡했다.


-ㅇㅇ 이가 아프기 전에는 차공부도 하고 차회도 참석하고 차봉사도 하고. 그랬는데

. 이제 ㅇㅇ 외에는 관심이 없어졌어요 찻잔도 먼지가 뽀얗게 내려앉아 가지고...-


 


애지중지했던 찻잔, 차도구를 정리하면서   딸이 아프기 전의 자신의 생활을 회상하는 장면에서 울고 말았다. 무슨 생각을 했을지 짐작이 간다. 나 역시 잘 나가던 카페를 내 몸의 회복을 위해 무관심 한 척 내버려 두었으니까.. 가장 두려움은 나이 들수록 몸이 점점 망가져서  식구들의 짐이  되는 거다.

환우 카페에서 환우 보호자로 만난 젊은 싱글녀가 있었다. 항상 예리하게 정곡을 찌르는 글을 카페에

쓰곤 해서 참 좋아했던 그녀 , 알고 보니  서울대 사범대를 문과 이과 두 군데나 다녀서 교사자격증도 두 개나 있는 전직 교사 출신이었다. 아버지 어머님 두 분 모두 뇌질환과 신경계통 이상으로 쓰러지시자 그분들 간호로  젊은 시절을 다보내고. 어떻게 하면 짐이 되지 않을까..

그런데 이 글을 읽다 보니

. 식구들 중에서 누군가 아파야 한다면 차라리 내가 아픈 것이 정말 다행이구나.

자식이 아팠으면 얼마나 더 힘들을까

오.. 하느님 부처님... 저를 아프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반전의 생각을 했다





하나의 생명을 태어나게 하는 그 순간부터 불러지는 엄.. 마라는 존재는

탄생시킨 생명체가 생, 노, 병, 사, 희, 로, 애, 락  우주에서 사라질  때까지 겪는 모든 것들을

같이 공감하고 같이 기뻐하고 같이 슬퍼하고.... 떼려야 뗄 수 없는 한 몸 같은 존재 들이다



95세 친정엄마는 내 엄마이고 친정엄마에게 딸인 나는 우리 딸에게는  엄마이고  나에게 딸인 우리 딸은 손녀의 엄마이다. 일찍 가장을 잃은 친정 엄마는 아예 자신 만의 찻잔이 없었다. 찻잔을 가질 여유가 없었다. 자식들의 인생이  바로 자신이었고  오로지 자식들의 인생에 따라 울고 웃었다. 좋은 성적표, 두둑한 월급봉투 자식들은 가급적 좋은 일 기쁜 일만 엄마에게 알렸다. 그러나 인생의 폭풍우  폭설 장마는 가리려야 가릴 수가 없다



구정 전.. 전 날, 95세 친정 엄마는 그동안 숨겼던 내 지병을 알게 되었다.

곧 돌아가실 거라 생각하여 돌아가시는 날까지 숨기려고 했는데 내가 몸이 좀 안 좋아 전화받기도

거북하고 힘든 날 (약이 잘 안 돌면 목소리에 힘이 빠진다) , 과하게 운동하여 초저녁부터 잠든 날

.. 전화기라도 꺼놓고 잠을 자면 자신에게 서운한가. 자신이  늙었다고 딸년이 무시하나, 무슨 일 있나.

아프나... 세상의 온갖 근심 다 상상하고 더 조급해져 , 여동생들  내 딸에게  전화폭탄을 터트렸다

어쩔 수 없이 아프다고 고백하고 조금 소홀하더라도 이해해 달라고 했더니 이번에는 내 병이 걱정되어

금방 죽을병 아니며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병이라 해도 우리 딸 불쌍해서 어쩌냐고 잘 먹으라고 자기가 나 보더 더 오래 살면 어쩌냐고  걱정하며 불안해한다. 내 실수다. 말하는 게 아니었다


구정날 잘 놀다가 밤운전 하고 간 딸이 걱정되어 전화를 하니

 손녀가 감기 몸살인지 기운이 하나도 없다고 걱정한다

다 그렇게 크는 거라고 말하면서

네가 너무 피곤해 보인다고 좀 쉬라고

나는 내 딸을 , 내 딸은 자기 딸을 걱정하며 전화를 끊는다.


그런데 아무리 가까워도 인생은 슬프게도 결국은 혼자다.

봄이다!!!   찻잔의 먼지 털어내고 설거지해서  따뜻한 봄볕에

바싹 말려보자. 희망은 변화에서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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