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할머니의 "맴메 맞을래? "VS 엄마의 "싱크대 아래로 가!"-
하.. 지마"
손녀의 세면대 비누가 바뀌었다. 향도 좋고 모양이 하트인 비누로 색도 이쁘고 감촉이 부드럽고 무엇보다 물을 조금만 묻혀도 부글부글 게거품처럼 올라오는 비누거품이 환상이다. 손녀의 마음을 얼마나 콩닥콩닥 하게 하는지 손녀의 표정을 보면 안다. 환상을 깨기 싫어 오래 기다려 주었다. 이제 그만하자. 그만 두기는 커녕 이번에는 비누를 아예 세면대 물에 담근다." 야! 진아 !좋은 비누 다 녹네. "비누를 물에서 건져서 놓으려니 "하지 마" 내 손 안의 비누를 뺐는다.
타이르다가 얼르다가 혼내다가 급기야 비누를 빼서 강제로 압수했다
"하.. 지마! 할머니 집에 가!"
재미를 빼앗은 할머니에게. 눈물까지 그렁그렁 해 지면서 악담을 한다. 싫다.! 아니다!라는 감정을 분명하게 표현한다
손녀에게 ' 하지 마 '는 NO, 아니다 의 한국말 버전인 셈이다
그렇다. 저리
쪼그마한 어린아이도 자기감정이 아닌 것에 대해 저리 분명한 의사표현을 하는데
나는 베이비부머 세대다. 세대자체가 우리 세대는 유교노인시대여서 연장자의 말에 네 라고 대답해야 예를 지킨다고 생각한 시대이다.
지금도 그 유교의 잔재가 뼛속깊이 박혀있어서 손녀와 딸과 밀당을 하다가 늘 내가 깨진다.
. 손녀와 할머니의 달콤한 허니문 시간도 땡땡땡. 끝이 났다. 잠시 눈을 돌린 사이, 바닥에 떨어진 무언가를 주어서 입에 넣은 것이 확실해 보여 악착같이 빼려는 할머니의 손가락과 필사적으로 물고 안 놓아주는 손녀의 밀당, 전기 감전을 보호하려 얹은 콘센트 보호 뚜껑을 빼버려 손에 쥐고 콘센트에서 빨간 불과 삐삐소리 나는 걸 즐기며 뚜껑 들고 도망 다닐 때, 새로운 바나나 그려진 기저귀 입고 싶은데 아까 잠시 벗어놓은 쓰던 기저귀를 차라 하는 할머니가 싫다고 요리조리 도망다녀 늙은 할머니를 숨차고 열받게 할 때.
얼른 달려가서
"때치 , 얼른 안 뱉어? 먹으면 죽는다. 할머니 손에 든 이 맴매 안 보여?"
가장 최단시간에 내 의도대로 상대방을 돌려놓기에 좋은 것들. 매와 폭력, 위협적인 언어
를 하고 싶은 유혹을 참는다.남들이 하니까 남들도 하니까. 나도 맞으면서 성장했으니까.
오랫동안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 내 아이 둘에게 했던 회초리, 맴매 ,매 를 든 폭력육아!
뒤늦게 반성한다.
딸은 무조건 싱크대 아래로 손녀를 소환한다. 그리고 알아들을 성싶지도 않는 말을
조곤조곤 이야기한다. 손녀는 듣는 둥 마는 둥 건성인 듯 보인다. 그래도 앉아있긴 하다.
시간 들여서 지치지도 않고 언어육아를 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보니 알겠다.
저 언어에 공들인 엄마의 마음은 손녀의 마음 어딘가에 씨앗으로 남아 꼭 필요할 때
꽃이 핀다고 .
육아의 지존이신
오은영샘이 왜 폭력은 절대 안 된다고 했는지 알 것 같다.
폭력은 짧고 순간의 해결이다. 대화의 길은 길고 지루한 길이나 근본을 해결한다 -
하지 마. 손녀의 언어를 기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