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사람의 존엄은 어디에서 오는가?

요양일지

by tea웨이

친척 어른 들 중 유일하게 내 찻집 공간의 의미를 진심으로 이해해 주셨던 이모부님은

깔끔한 성품으로 남에게 폐 끼치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셨다.

사시던 아파트 근처 시내 요양병원 7층이 마지막 몸이 머물르셨던 공간이었다.

노련한 간병인이 오늘 저녁은 못 넘기실 것 같다고 하셔서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마지막 가시는 길을

지켜드렸다. 잠시 복도 의자에 앉았다가 큰 소리가 나길래 들어갔더니 화가 난 이모부께서

"커튼 좀 쳐 줘라!"라고 말씀하셨다.


놀라 옆을 보니 할머니 기저귀를 갈아 채우는 간병인의 무심한 손동작이 보였다.

망가진 늙은 몸은 품위, 존엄, 남 녀 구분도 없었다.

슬프고 충격적인 장면이었다.


"낑낑.. 깨갱"

아침부터 하풍이의 비명소리가 마음을 불편하게 한다.

하풍이는 우리 집 풍산개 이름이다.

-사람 아닌 동물이라고 컹...컹 내 집 안방 한가운데.. 배설을.. 하.... 쪽팔려요!!! 풀어주세요.

저도 배설만큼은 은밀하고 사적인 공간에서 하고 싶단 말입니다. -.

-안 속아, 이 놈아! 은밀하고 사적인 곳이 저 앞집 ㅇㅇ선생님 꽃밭이냐.

니 동네방네 싸지르는 배설 때문에 동네 사람들에게 원성을 얼마나 들었는지 아느냐.-

하풍이에게는 미안했지만

몸도 힘도 세진 하풍이는 더 이상 남편이나 내가 산책시키기에는 힘이 부쳤다

하풍이의 힘에 밀려 줄을 놓치기라도 하면 온 동네가 시끄럽고 전화통이 불이 났다.

결국 하루에 한 번씩 하풍이의 반항 섞인 아우성과 배설물 처리라는 번거로운 일과가 더해졌다.

하지만 배설의 은밀함을 지켜주지 못한 우리가 견뎌야 할 고통이라 생각하고 군말 없이

치워냈다.




친정어머님의 장염과 욕창과 손과 팔 골절치료 가 별 탈 없이 끝났다ㆍ종합병원에서의 치료였다

이제 진짜 어디로 갈 것인가.

가족들 마다 생각이 달랐으나

궁리 끝에 엄마께 부탁을 드렸다. 한 달간 만 요양병원에 경험해 보시라고ㆍ다행히 마침 성당에 신도대표로 봉사하는 여동생이 있어 수녀님들이 운영하는 요양병원에 자리를 잡게 되셨다


싫으면 언제든지 집으로 갈 수 있다고 약속드렸다. 내키지 않지만 받아들이셨으나

첫날부터 불만이셨다. 4명인 방에 자신이 입구 쪽이라 춥다느니, 남들은 아들이 날마다 와서 저렇게

지 엄마 지성으로 같이 밥 먹여 주고 운동시켜 주는데.... 우리 아들놈 새끼는..날마다 문안인사 드리고 출퇴근하는 아들 자랑은 다 잊으셨다.그러다가 소문을 듣고 오신 경로당 회원들이 병문안을 오자 자신의 가장 들키고 싶지 않은 치부를 들키신 분처럼 부끄러워하시더니 의기 소침해지셨다. 가슴이 먹먹했다. 더 이상 엄마의 유일한 베이스캠프인 경로당에 돌아갈 수 없다는 생각을 하시는 듯 정말 어두운 표정이었다. 엄마와 같은 지역에 사는 여동생과 남동생 둘이 날마다 들르기로 했고 나머지 가족은 다 자기 형편 되는 대로 방문하기로 하였다.




KakaoTalk_20250325_183217317_02.jpg



" 어서 가라 바쁜데

나는 여기 응접실에서 좀 더 쉬다 들어가련다

ㅇㅇ엄마 딸기 사 와 같은 방 사람 둘 나눠먹었습니다.

별일 없습니다."


."퇴근 시간 막히니 얼른 다녀오면 어떠냐 ㅇㅇ아빠 말에 다녀왔네요

도넛을 덥혀 설탕을 좀 뿌리고 딸기 몇 개

들고 저녁식사 전 다녀왔습니다

딸기는 아까 먹었으니 도넛만.. 2개를 후다닥 드시고 어서 가라.


ㅇㅇ 핸드폰 안 갖다 준다고 뭐라 하고

왜 필요해? 했더니 전화를 받고 싶다고.


차 키를 놓고 와 다시 들어갔더니 화장실에 앉아 계시네요.

운동도 하고 자유롭게 돌아다니시고 잘 계십니다요


어서가 식구들 밥 차려 줘라

내일 또 올게. 잘 자요.

그려 나는 조금 있다 들어가련다. 잘 가라


오늘도 컨디션 좋습니다

워커 도움을 받긴 하지만 화장실 출입을 혼자 스스로 하시고 더 이상 기저귀도 착용하지 않으신데. 완전 자립 하셨습니다


같은 도시에 산다는 이유로 매일 들르는 여동생이 단톡에 올린 카톡이다.

맨 먹는 이야기이다. 그러나 넉넉히 도 못 드리는...

멀 사다 주어도 간호사 요양보호선생님 눈치를 보셨다



111111.jpg



집으로 돌아가는 것. 엄마나 자식들은 두렵다.

누가 딱 맡아서 때맞추어 끼니 때워주고 외로움 달래 줄 말 벗도 되어 주어햐 하고 목욕 병원 모시기...

해 줄 사람은 없다. 다 피치못할 사정이 있다 .돌아갈 베이스 캠프 경로당도 없다


여기가 그래도 좋다.

밥 주지

목욕시켜주지.

딸이 날마다 무얼 가져다 먹이지


진짜 인 줄 알았다.

이제 완전히 적응하셨다고 좋아했다




기저귀 찬 노친네가 어딜...

말 끝마다 엄마가 자주 하시는 이 말의 진짜 의미를 깨닫기 전까지는



인간의 존엄은...



아무리 맘을 다스려도 가족 중 소중한 한 사람만 쫒아내서 비내리는 길에 버려두고 온 느낌

의 최책감 짠한 감정으로 괴로웠다.


keyword
이전 11화불안하면 책으로 도망가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