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의 질을 살려준 고마르코 침대에게 고마워하는 이야기
2024년 1년의 반이 지났다. 상반기를 돌아보면서, 내가 영향받은 것들을 생각한다. 내가 한 경험들이 지금 나를 만든다는 걸 이젠 몸으로 알고 있어서, 회고를 생략하기 힘들다. 올해 내가 한 경험 중 가장 임팩트 있는 것이 무얼까 생각해 보니, '잠‘과 관련된 것이다.
가장 큰 변화는 잠이 너무 중요한 사람이 되었다는 것이다. 어릴 때부터 난 잠을 잘 자는 사람이었다. 머리가 바닥에 닿으면 잠이 드는 내가 사업을 시작하고, 잠이 깨는 일이 많아졌다. 일주일에 서너번은 새벽 3시나 4시쯤 잠이 깨서, 화들짝 놀라며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잠버릇이 생겼다. 깨고 바로 잠이 들지만, 한 번 깨고 나면 새벽 6시에도 잠이 깨고, 또 자는 형태의 악순환이 반복됐다. 잠의 시간은 짧지 않은데, 예전과는 다른 피곤함이 늘 따라다녔다. 사업 후 일이 많아지면서, 쉬는 시간 자체가 줄었고, 잠은 나에게 유일한 쉼이자 멈춤의 시간이 되었다. ‘잠'은 그 어느 때보다 나에게 너무 중요해진 것이다.
아이러니하게 동시에 나는 잠을 아끼려고 했다. 잠이 많지 않은 사람을 제일 부러워했다. 그건 잠이 내 ‘시간’을 훔쳐간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시간에 쫓겨사는 내가 가장 많은 시간을 쓰는 곳이 수면 시간이니, 그걸 줄여야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늘 따라다녔다. 긴 시간의 수면이 필수적인걸 누구보다 알면서도 잠을 줄이고 싶어 했다. 사람은 참 이렇게 모순적이다. 조금 자고 안피곤하고 싶어 '우리는 왜 잠을 자야 할까'는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묘법은 없었다. 결국 이 책의 핵심은 잠이 보약이라는 진리였다.
이 책의 저자 매슈워커'는 수면 과학자라고 부르는 사람이다. 심리학 및 신경과학 전문가가 쓴 책은 '잠이 보약이다'라는 한 줄의 말을 여러 가지 사회적 맥락과 과학적 근거를 통해 이야기한다.
"잠은 단순히 일생의 1/3을 소모하는 시간이 아닌 회복과 재충전하는 시간이면 이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나머지 2/3 시간이 달라진다" <우리는 왜 잠을 자야 할까> 중에서
책 덕분에 소모가 아닌 충전의 시간으로 잠의 정체를 새롭게 인식하자 위로와 안심이 되었다. 생각해보면 모두에게 주어진 24시간인 거 같지만 그렇지 않다. 1시간을 온전히 똑같이 쓴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에너지가 좋고 집중력이 좋은 사람은 똑같은 1시간도 몰입감 있게 쓸 수 있다. 내가 생각할 때 몰입은 에너지를 소모시키지 않는 유일한 방법이다. 같은 시간을 쓰더라도 몰입으로 쓴 시간은 오히려 에너지를 더하기 때문에지치지 않기 때문이다. 같은 잠을 자더라도, 다른 잠이 필요했다. 온전히 잠에 몰입하고 싶었다.
그럴 때쯤, 고마르코라는 스페인 침구 브랜드를 알게 되었다. 올해 초 서울 리빙디자인페어에서 우연히 매트리스 속을 보고 궁금증 생겼다. 이게 매트리스라고??라는 생각이 들 만큼 독특한 구조였다. 궁금증에 머물고 있을 때, 브랜드 담당자가 다가왔다. '고마르코 너무 소개하고 싶어'라는 얼굴로 다가와서, 열정적으로 설명해 주셨는데, 고마르코를 정말 사랑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브랜드의 진실은 그 브랜드와 연결된 사람들에게서 나온다고 생각하는데, 담당자의 에너지 덕에 브랜드에 대한 관심이 생겼다. 근데 가격을 보고 깜짝 놀랐다. 제일 싼 것도 300만 원이 넘었다.
비싸다고 생각하다가도, 매트리스의 생김새를 보면 '그럴만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누콜'이라는 구조라고 하는데, 잘 보면 약간 톱니바퀴 같기도 하고.. 레고 블럭같기도 하다. 공기 순환이 잘 될 것 같은 기분과 몸이 움직여도 저 바퀴들이 다 받아줄 것 같은 느낌. 나에게 침대는 메모리폼 아니면 스프링인데, 이런 구조를 고민했다는 것 자체에서 잠을 많이 고민하는 회사라는 생각이 들었다. 속이 다 보이니까, 메이커의 신뢰감이 느껴졌다. 타이밍도 있었다. 잠에 대한 고민이 많을 때라, 더 자세하게 듣게 되는 것도 있었다.
근거 없는 연관성이지만, 스페인이라는 것에 끌린 것은 사실이다. '시에스타'라는 낮잠 시간이 따로 있는 나라니 상대적으로 잠에 더 진심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침대는 누워보야 한다는 생각으로 용인에 놀러 가는 길에, 한국 갤러리가 운영하는 고마르코 스토어에 다녀왔다. 가서 여러 가지 종류의 침대에 누우니까, 잠이 잘 올 것 같은 생각에 기대감이 생겼다. 일반 매트리스 구조들도 있었지만, 난 누콜(언제부터 알았다고)이 끌렸다. 첫인상이 이래서 중요. 실제로 가장 내가 편하다고 느끼기도 했다.
침대 속을 저렇게 열어봐 주시니까, 뭔가 만두 속을 보듯이 신기했다. 이렇게 커버를 열 수 있게 했다니.. 섬세함이 느껴졌다. 속이 괜찮나 괜히 한 번씩 열어보고 싶다.
우리 집에서 가장 비싼 가구 중에 하나가 테이블인데, 그 이유는 난 집에서 자는 시간 외에 모두 테이블에서 생활하는 테이블 생활자다. 밥도 테이블에서, 일도 테이블에서, TV가 없기 때문에 짬짬이 보는 영상콘텐츠도 모두 테이블에서 일어난다. 이 정도면, 테이블이 곧 내 삶이라 할 수 있어서, 몇 해 전 600만 원이 넘는 테이블을 구매한 적이 있다. 7년간, 거의 하루에 평균 4시간은 썼으니, 사실 매일 1000원도 안 되는 금액을 쓰고 있다. 어떤 구매를 할 때, 물건의 절대적 가격보다 중요한 것은 내가 이 물건에 얼마나 시간을 쓰느냐고, 쓰는 시간의 밀도에 따라 소비를 결정하는 편이다. 그래서 명품가방을 잘 안메는 나에겐 아주 비싼 물건인 셈이고, 이 테이블은 실용적인 편에 속한다.
고마르코는 그런 면에서 테이블보다는 쌌고, 시간의 질로 따지면 사실 더 중요한 것을 담당하는 '침대'라는 점에서 잠만 잘 잘 수 있다면 아깝지 않은 금액이다. 그렇게 침대를 사용한 지 이제 6개월이 다가가는 시점에서 정말 많은 변화가 있었다. 실제로 가끔 놀러 오는 지인들도 자고 일어나서 '와.. 진짜 잠을 한 번도 안 깨고 잤네'라는 말을 할 정도로 확연히 다르다. 내가 6개월간 경험한 것은 모두 정성적 경험이지만, 확실한 효과라 공유하고 싶다.
- 새벽 3시-4시쯤 눈이 떠져서 잠이 살짝 깼는데 그게 모두 사라졌다.
- 난 아침에 몸이 무척 무겁고 뻐근한 타입인데 그게 모두 사라졌다.
- 비가 오면 소리가 많이 들리는 방인데, 자는 동안 비가 온 줄 모른다.
- 모기 소리에는 유독 잘 깼는데, 최근 피를 많이 먹은 모기가 2마리나 방에 있는데도 무는 줄도 모르고 잤다.
- 체력이 좋아졌다는 생각이 많이 드는데, 지나고 보니 변한 건 침대뿐이다. 운동을 특별히 더 하거나, 더 다른 영양제를 먹는 것이 없다.
이쯤 되면 나는 잠을 정말 잘 자고 있다. 그리고 침대에 눕는 시간이 어느 때보다 기대되는 이유는 쉼과 휴식의 상징이던 잠이 실제로 그렇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 침대만 있으면, ‘난 피로를 회복할 수 있어’라는 강력한 믿음이 생겼다.
내가 수면에 대한 관심을 가진 건 잠의 질 측면도 있지만, 사실 꿈에 대한 관심이 생긴 배경도 있다. '나를 알아가는' 사업인 밑미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꿈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나의 생애는 무의식의 자기실현의 역사다"라고 말한 융의 말에 끌려 '카를 융 기억 꿈 사상'을 읽고 있는 중인데, 꿈은 생각보다 너무 중요한 삶의 재료다. 융은 누구보다 자신이 어려서부터 체험한 경험과 꿈이 어떻게 자신의 삶에 영향을 끼쳤는지 관찰하고 생각하고 분석한 사람이고, 꿈을 통해 자신을 투명하게 알게 되었다고 한다.
이제 잠을 잘 자게 됐으니, 꿈에 대한 기록도 잘해보고 싶어졌다. 요즘은 잠을 너무 깊이 자서 꿈을 꾸는지도 몰라, 꿈을 꾸게 해달라고 속으로 생각 중이다. 앞으로 꼭 기록하기 시작한다면 그 주제는 '꿈'이다.
잠으로 시작해 꿈으로 끝낼 수 있게 도와주는 나의 침대에게 상반기에 고마움을 전하며!
2024년 7월, 하반기 잘 시작해 보자!! 잠도 잘 자고 꿈도 많이 꾸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