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처럼 먼저 전화를 걸어오는 법이 없는 아버지가 주희에게 그것도 한낮에 다급하게 연락을 하신 것이다.
아빠 무슨 일 있으세요?
어 그게 말이다.
내가 돈을 외국으로 송금할 일이 생겼는데 너한테 부탁을 좀 하려고.
해외에 아무런 연고도 지인도 없는 분이 무슨 일로 해외 송금을 하시나 싶어 꼬치꼬치 캐묻기 시작했다. 우연히 채팅을 통해 인사를 하고 지내기 시작했다는 정체불명의 한 인물. 개인사를 풀면서 감정에 호소하는 작태라니 이건 초등학생이 봐도 뻔하고 허술한 사기 수법이다 싶은 참이었다.
아버지를 금방 설득할 수 있다는 생각에 잠시 방심한 주희는 돌아오는 아버지의 반응에 너무 큰 충격을 받았다.
요즘 유행하는 사기 수법이라는 점, 명확한 증거가 될 만한 다른 피해자들의 피해 사례, 이미 이런 수법은 너무 흔해서 오히려 당하면 이상하다는 충격요법의 말들도 이게 재기의 발판이 될지 모른다, 이건 운명적인 일대 사건이라고 확신하는 아버지 앞에서는 추풍낙엽과도 같았다.
그래서 못해준다고?
알았다. 내가 알아서 할 테니 신경 쓸 것 없다.
치매라고 하기에는 아직 너무도 멀쩡하신데 어쩌면 이렇게 귀를 막고 막무가내로 나오시는지 너무 당황스러워서 말문이 턱 하고 막히고 말았다.
무슨 일이 나도 나겠다 싶던 참이었는데 결국 두 달여 안에 문제가 터지고 말았다.
2천만 원이란 급전을 빚까지 내서 부치셨지만 송금한 이후로는 상대방과 바로 연락이 두절되었다며 평생 불면증이라고는 전혀 모르셨던 분이 지금은 속을 끓이느라 도통 잠을 못 이루신단다.
물론 아버지는 함구하신 지 오래고 이 모든 상황은 어머니를 통해 전해 들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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