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가전제품에 점점 더 고가를 지불하게 되는 이유
버튼을 꾹 누른다.
위잉 ㅡ 하고 원두가 갈리는 소리가 들린다.
각진 기계 안에는 토니스타크라도 몰래 숨어 있는건지
틱틱 탁탁 소리를 내며 무언가 열심히 드르륵 갈리는 소리가 난다.
몇 초간 기다리니 짙은 커피향이 풍기고, 출구로 커피가 나온다.
짙은 크레마가 잔 끝자락에 가득 채워진다.
카페에 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만큼 커피의 퀄리티가 놀랍다.
저 각진 기계 안에 모 브랜드 광고 속, 인간ㅋㄴ라 불리우는
그런 미니미 바리스타라도 한 명 들어가 있나보다.
버튼 한 번 눌렀을 뿐이다.
버튼 한 번에, 초 고퀄리티의 커피 한 잔이 내려졌고,
그건 630만원이었다.
전자동 커피머신, 유라 브랜드의 이야기이다.
커피 좋아하세요? 라는 질문을 들으면,
네, 그럼요. 커피 엄청 좋아하죠.
하루도 안 마시면 하루를 버티지를 못해요.
카페인 수혈이라고 하잖아요.
정말이지 커피 안드시는 분들은 하루의 고단함을
어찌 버텨내시는지 모르겠어요. 호호호호호호.
라고 세상 고상한 듯, 내가 이 시대의 최고 커리어우먼인냥 답을 한다.
하지만 그간의 나의 질의응답은 잘못된 답변이였다.
알고보니 나는 사실 난 커피의 ㅋ도 알지 못하는 커알못이었던 것이다.
커피 좋아하세요? 라는 질문에 응당 대답했던 내 머리는 사실
커피를 아는게 아니라, 그냥 카페의 분위기를 소비하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와인은 공부한답시고 그렇게나 마셔댔는데, 커피는 여전히 신생아 병아리 삐약삐약이다.
생각해보면 와인도 포도 몇 종류로 수십 수백만가지의 맛을 내는데
이 커피콩이라는 원두 역시, 단순히 커피. 에 그칠리가 없었다.
이제사 커피머신 회사를 다니다보니, 커피의 대한 관심이 조금 생겨난 것이다.
사실 커피, 보다도
내 인생의 첫 커피야 당연하게도 레쓰비였고,
그 다음은 엄마 몰래 타먹던 커피 설탕 프림 둘둘둘 맥심이었고,
내 인생 최초 "카페"에서 사 먹은 커피는 고2때 별다방 카라멜마끼아또였다.
회사에 입사하면서 처음 알게된 브랜드였다.
유라. 기술력이라면 둘째가라면 서러운 스위스의 브랜드.
겉으로 봤을때 첫 이미지는, 이게 왠 반짝반짝 빛나는 정수기인가 했으나
알면 알수록 이 브랜드의 스토리는, 이 브랜드의 제품력은 놀랄 노 자였다.
기술력이 전부인 브랜드이기에, 사실 외관상으로는 큰 군더더기가 없이 그냥 깔끔하다.
이 커피머신의 가격은 전부 다 기술력에 녹아 있었다.
사실상 커피가 버튼눌러 나오면 그만이지, 라고 생각하시는 분이라면
이렇게까지 고가의 머신 안사셔도 된다.
하지만 세상이 달라졌다.
내가 좋아하는 원두의 맛을 찾고, 하물며 직접 로스팅을 해서 즐기는 애호가들이라면,
당연 내려지는 도구 역시 생각을 안 할 수가 없다.
여유롭게 핸드드립 내려 마셔도 좋지만, 현대인은 바쁘다.
특히나 한국인은 더더 바쁘다.
아침 출근길, 업무 바쁜 와중에, 챡챡 핸드드립 매번 내려먹기란 너무 어렵다.
그 뿐인가, 바쁜 현대인에게 카페인 수혈은 필수인데
매일매일 별다방에 출근도장찍고 커피 사서 마시면 좋겠지만
매일 최소 4000원의 돈으로 따져 계산해보아도, 한 달이면 12만원. 일년이면 240.
기본적인 머신 한 대 사면 일 년이면 뽕을 뽑는다.
그리고 유라는 잘 망가지지도 않는다.
고객님들 보니, 최소 5년 이상은 사용하시고 나서
다시 또 새로운 모델로 바꾸시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더군다나 재택근무가 이어지는 일상. 지인이라도 놀러오면
커피 한 잔 맛있게 대접하기 위해 버튼 한 번 누르면 그만이다.
그런고로, 이제는 버튼 한 번 타탁 630만원이 아깝지 않다는 것을 안다.
똑같은 원두로, 다양하게 다 내려 마셔본 결과,
그만한 값어치를 하는 데에는, 다 그만한 이유가 확연하게 있었다.
음식도 장비빨 무시 못한다는 것처럼,
커피 또한 장비빨 절대적이었던 것이다.
이름도 생소한 안개분사추출시스템이나,
앱으로 작동시키는 커피머신을 만들어내는 유일무이한 브랜드 유라.
에스프레소에 설탕을 타지 않아도,
에스프레소가 절대적으로 아이 써 너무 써, 의 느낌이 아닌
정말 그 향과 맛 그대로를 즐길 수 있음을
유라 커피머신을 통해서 배웠다.
이제 나도 에스프레소 그 자체를 즐길 줄 아는 고오급진 미각을 갖게 되었다는 말 !
요리는 나름 오래 해 와서 그 장비가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이제 좀 알지만,
커피는 여전히 나에게 공부가 필요한, 숙제같은 과목이다.
넓게 보면 커피 또한 요리의 일부분인데,
(이제나 저제나 결국 다 식재료 아니겠는가)
그동안 너무 무지했다.
이제는 카페인 수혈만을 위해 커피를 마시지 않는다.
그 맛과 향을 즐길 줄 알게 되었고, 그렇기에 더욱 다양한 커피 원두의 맛을
찾아다니게 된 비기너로 성장하게 되었다.
오늘도 벌써 아침부터 지금까지 커피만 두 잔 째이다.
나에게 이제 커피는 밥이요, 원두는 좋은 쌀, 유라 커피머신은 쿠쿠와도 같은 존재이다.
크레마 가득한 시원한 아이스 커피 한 잔을 크게 쭉 들이키며
오늘의 커피 이야기는 여기서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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