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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rry go round Jun 01. 2022

야채를 달라 아우성

내 몸이 소리쳐서 지향하게 된 어설픈 비건인

트러플소금을 뿌려 구운 양송이 버섯과, 느타리/마늘쫑 볶음. 그리고 달래장을 곁들인 두부구이


"배고파"

"뭐가 먹고 싶은데? 치킨이나 떡볶이 ?"

"아니, 그런거 말고"

"그럼.. 고기를 먹으러 갈까?"

"음.. 아냐, 그런게 아니야. 너무 헤비해"

"그럼... 파스타 먹을까? 아님 맛집 좀 찾아볼게."

"아니야. 그런 느낌이 아니야. 어떤거냐면.."


팔팔 끓는 물에 일단 미나리를 한 줌 가득 넣고 데치는거야.

냄비 한 가득, 아주아주 한 가득.

아마 데치고 나면 끽해봐야 한 줌 정도 밖에 되지 않을거거든.

미나리를 데치고 난 물을 굳이 버리지 말고

거기에 그대로 그냥 통통하고 싱싱한 오징어나 한치를 살짝 데쳐내.

알지? 이건 내장을 제거하고 데쳐야해.

그래 맞아, 숙회로 먹고 싶은거니까.

아직 팔팔 끓고 있는 냄비 속 물에 내장을 제거한 오징어나 한치를 통으로 집어 넣어.

집에 남은 소주나 청하 없지 ?

없다구? 그래, 그게 아있으면 술이니 ?

여하튼 청하를 국자로 한 국자 정도 넣어줘.

는데 어떻게 넣냐구? 나가서 사와야지 !

어차피 남은건 반주로 곁들일거잖아 - ?


그럼 그 미끄덩한 애들이 삶아지며 통통하게 탱글탱글 하얗게 익겠지?

다 데쳤으면 그걸 건져내어 슥슥 썰어줘.

하.. 너무 뽀얗고 탱글한 오징어.. 한치 속살이 이미 입 안 가득 탱글거리는 느낌이야.

오족뽀족뽀조족한 그 느낌 !!!!

거기에 데쳐서 향긋한 미나리를 곁들여서 탁 ! 초장을 찍어서 탁 !!

히야.. 이미 입 안 가득 탱글뽀족 !! 너무 맛있을 것 같지 않아??

....

" 그러니까 그 말은, 지금 가서 미나리랑 오징어를 사오라는 뜻이야?"



그런 이야기 들어본 적 있지 않은가?

지금 당장 당기는 음식이 있다면,

그건 지금 내 몸에 필요한 영양소,

혹은 스트레스 해소 요소가 그 음식에 들어있어서라고.


평소엔 먹고 싶지도 않던 돈가스나 치킨이 당긴다면

그건 아마도 내가 지금 몸에 기름진 무언가가 필요해서이고,

일 년에 한 두 번 먹을까 말까 하는 초콜릿이나 달달한 디저트가 생각나면

그 날은 아마도 업무 스트레스가 하늘을 찌르고 있는

어느 평일의 당 떨어진 오후일 것이다.


그런 내가 요즘 너무나도 몸에서 땡겨 찾아먹는것이 있었으니,

그것은 다름 아닌 바로 야채류이다.

별다른 조리과정을 크게 거치지 않은, 데치거나 간단하게 볶은 정도, 딱 그정도류의 야채류.

혹은 해산물들.



난 원래 야채를 좋아한다.

아니지,

어릴 땐 좋아하지 않았다. 지금 좀 알아서 잘 찾아 먹을 뿐.


어렸을 적부터 모든 야채를 지금처럼 좋아했던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왠만한 어린이들보다는 야채를 잘 먹긴 했던 것 같다.

그것은 어렸을 적 엄마아빠가 바로 잡아 둔 식습관 때문이었을건데,

"어린이" 치고는 잘 먹는 편이었다는거지,

모든 엄마들이 로망으로 삼던 모든 야채 골고루 잘먹는 착한 어린이는 아니었다.

어린이 향은, 밥상에 고기가 없으면 밥을 안먹고 숟가락을 탁 내려놓던

(_그 숟가락으로 아빠한테 등짝 여러 번 맞고 밥그릇도 뺏겼었던) 고기러버 어린이였으니까.


어릴 적 우리집 밥상은

대체적으로 완전한 집밥 밥상을 차리던 아빠로 인해

인스턴트 식품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던 밥상이었다.

(아, 우리집은 아빠가 출퇴근이 없는 프리랜서 디자이너셔서 보통 아빠가 대부분의 살림을 하셨다)

돈까스와 탕수육, 떡볶이조차도 전부 아빠가 직접해주셨고

인스턴트 식품 _ 분홍햄이나 심지어 참치조차도 !!!_ 거의 밥상에서 볼 수 없었다.


그렇기에 동생과 나는 나름 몸에 해롭지 않은 건강한 집밥들만으로,

어린이 입맛과는 별개로 의도치 않게 건강하게 자라났다.


_다른 집에 비해 분명 잘 먹고 컸지만-

그래도 어린이들 입맛 어디 가겠는가,

나도 향이 어린이였단 말이다. 가끔은 햄도, 참치도 먹고 싶었다고 !!

유치원에 햄 반찬 싸온 친구가 어찌나 부럽던지 !

그렇게 우리집 어린이들_나와 내 동생_은 반강제적 건강밥상에 길들여진 어린이들이었다.


어린 시절의 기억을 되짚어 봐도 야채를 막 어마어마하게 좋아했던 건 아니었다.

그저 아빠엄마가 먹으라고 했으니 열심히 잘 먹는 척을 했던 것 뿐.

버섯류는 정말 너무나 다 싫어했고, 두부도 그닥 좋아하진 않았던 것 같다.

(심지어 그 어떤 종류이던간에 버섯이 들어가 있는 모든 요리는 입에 대지도 않아서 밥그릇을 아빠에게 뺏기기 일쑤였다)


시금치 먹으면 뽀빠이처럼 튼튼해진다는 말에는

그냥 뽀빠이나 더 먹으라고 갖다주고 싶다 생각했고,

도대체가 고기 쌈을 싸먹을 때, 상추에 깻잎도 꼭 넣어서 먹으라는 아빠의 잔소리가

진짜 세상 너무나도 듣기 싫었다. 아니 왜 ? 향이 너무 강하잖아 ! 씁쓰름한 그 맛이 너무너무 싫은데!

(다행이도 지금은 싫어서 안 먹는게 아니라, 없어서 못 먹는다 없어서.

깻잎에 쌈장만 있어도 밥 두 공기는 뚝딱 할 수 있는 어른이로 자라났다)


여하튼 그래도 간식으로 오이를 된장 찍어 먹고,

상추쌈을 좋아하던 나름 건강한 어린이 입맛이었다 자부한다.


 여하튼, 원래도 어린시절부터 식습관을 잘 들이고 그만큼 건강하게 잘 먹고 커서

돈까스나 치킨보다는 제육볶음과 닭백숙을,

사탕 초콜렛 아이스크림보다는 감자 옥수수 고구마 과일을 좋아하는 어른이로 자라났는데


요 근래는 꽤 많이 먹는다고 생각함에도 불구하고

그렇게나 야채가 땡긴다.

분명 남들보다 배로는 먹는거 같은데,

(스스로의 별칭을 브라키오사우르스라 칭할 정도면 말 다한거 아닌가?)

그럼에도 몸에서 야채 ! 야채 ! 야채 ! 를 외쳐대니

내 몸이 원치 않게 근래에 기름진 것들을 먹었나 싶다.

그렇게 많이 먹지 않은 것 같은데 ...




맨 처음 비건이라는 분야를 접했을 때,

참 사람들이 유난스럽다 - 싶었다.

뭘 그렇게까지 자연을 지키고

뭘 그렇게까지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나 싶었다.

사실 각자가 추구하는 식생활에서의 원하는 맛은 따로 있는데

남들에게 좋아 보이려 연기하는 것이라 생각했다.


(비건지향이 뭔지 제대로 모르는 내 입장에선

그냥 유난떠는걸로밖에 안보였는지도 모르겠다_

라고 이실직고 하는 중이다. 죄송합니다)


네이버 지식백과 발췌 - 채식주의자 유형의 따른 사전적 정의

사전적 정의에 따른 채식주의자 유형에서 골라보자면

난 아직은 채식을 하지만 아주 가끔 육식을 겸하는

준채식주의자인 플렉시테리언 정도 되는 것 같다.


채식주의자 단계 중에서도 가장 하위 단계인 플렉시테리언 수준이긴 하지만

지금의 난, 확실히 고기보단 야채를 먹을 때 속이 가장 편안하다.  

내가 채소가 가장 좋다고 하면,

무슨 그런 애가 남의 내장은 그리도 잘먹느냐고

주변 지인들이 비웃을 정도의 수준의

비건인 같지도 않은 비건인이지만,

(그래 맞다. 난 무언가 내 스스로의 강한 신념의 의한 비건인은 아니다 ! 고기 좋아 ! 고기 러버!)


완전한 비건인의 삶을 지향하는 것도 아닌, 여전히도 고기를 그렇게 좋아하는 나는,

이제는

야채를 찾고, 아주 가아끔 비건을 외치는 비건지향인이 되어선

야채를 주기적으로 먹어줘야, 그래야 내 속이 편하단 이야기를 한다.


여하튼간에 내가 되고자 하는 비건인의 삶이란,

때론 내 몸이 이끄는대로, 내 몸이 바라는대로 먹는 순리대로

내 자신의 건강을 돌아보고,

진정으로 내 몸이 원하는 영양소와 요소들을 제 때에 섭취하는 것이

가장 건강하고 바람직한 비건라이프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완전한 채식주의자는 아니지만,

내 몸이 스스로 적극적으로 필요한 영양소를 땡겨할 때에,

시기에 맞게, 제철에 나는 건강한 재료들을 섭취하려 노력한다.

땅에서 오고, 자연에서 오는 풍부한 영양소를 그 때 그 때 몸으로 받아들여

건강한 식습관 라이프로 내 몸을 제대로 들여다 볼 줄 아는 채식주의를 지향하는 것이

개개인 모두에게 가장 적합한 비건라이프는 아닐런지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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