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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나솔 Jan 25. 2024

3일차

1월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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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에 내가 자주 다니는 길목에 땡땡 필라테스라는 곳이 있다. ‘저기를 다녀볼까?’라는 생각을 혼자서 30번은 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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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체중인 것도 있지만 나는 자세가 안 좋다. 거북목, 구부정한 등 등등. 지인 분들은 한 번씩 내게 등을 펴라는 이야길 한다. 운동을 좋아하던, 그리고 열심히 하던 전 직원은 필라테스를 권했다. 다른 운동을 하더라도 그 전에 코어를 잡아야 한다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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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에는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운동을 배워야지 해서, 하나를 골라서 재미있게 배우다가 9월 무렵엔가 일이 몰아치면서 다니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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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이 되기 전부터, 뭔가 운동을 해야 하는데 생각은 계속 했다. 그 후보로는 필라테스가 좋을 것 같은데 도저히 다닐 엄두가 안났다. 첫째 이유는 시간, 둘째 이유는 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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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에 대한 생각이 안 풀리니 돈 고민은 시작하지도 못했다. 시간에 대한 나의 어려움은, 절대적 시간을 낼 수 없다는 게 아니라, 약속된 시간을 맞추기 어려울 거라는 생각이었다. 아침잠이 많아 이른 시간에 하는 것도 엄두가 안 났다. 시간을 못 맞추어 돈을 낭비하게 되는 것으로 이어질까 우려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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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렇게 우유부단한 줄 몰랐다. ’자세랑 건강을 위해 뭔가 해야 하는데 > 필라테스 할까? > 시간을 못 맞추겠지? > 돈이 아깝다고 느끼겠지? > 그만두겠지?‘ 이 풀리지 않는 고민이 지속되며, 건강을 챙기는 운동을 시작하지 못한 채, 1년이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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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새해를 맞아, 올해는 필라테스에 대한 나의 고민을 진척시켜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 길목의 필라테스에 전화할까 하다가, 인터넷에서 찾아보았다. 개인레슨은 가격이 어마어마 했다. 그룹레슨은 그래도 부담할 만한데 효과가 적다는 댓글이 마음에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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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우연히 인스타에서 광고를 봤다. 그 전에도 운동 관련 앱 광고를 본 적은 많았는데, 왜 이번에는 유독 눈에 띄었던 건지. 요는 벽을 사용해서 집에서 혼자 영상을 보면서 필라테스를 하는 방식이었다. ’이걸로 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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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가지 생각이 들었다.

1)(코치가 없이 영상 보며 혼자 하는 것으로) 효과가 있을까?

2)(이전의 앱이나 소프트웨어 서비스에 대해서 자주 느꼈던, 오프라인 보다는 싸지만, 콘텐츠 서비스 치고는) 상당히 비싸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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앱을 깔고 묻는 질문들에 답해 보았다. 답하는 과정에서 체계적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영상보고 혼자서 하는 것만 따라할 만 하다면 괜찮으려나 생각이 들었다. 이제 비로소 고려하게 되는 것은 가격이었다. 이런 체계적인 느낌이 드는 것으로 보아, 월간 약 5-6만원에 연간 50만원 정도가 아니려나 싶었다. 과도한 금액은 아닌데, 걸리는 것은 5-6만원을 결제했는데 앱이 별로이면 (영상이 별로이거나, 영상이 좋아도 혼자 따라하기에 별로이면) 그 5-6만원이 아까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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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 앱은 이런 예상되는 고객의 심정을 모두 검토했던 것일까. 1주일짜리 플랜을 9,800원에 판다. 이걸 써보고 괜찮으면 내 입장에서는 한달짜리를 안쓸 이유가 없었다. 그리고 개별 코치 연결도 시켜준다. 개별 코치 도움을 받으면 목표 달성율이 높다는 통계를 제시하며. 나는 신청하지는 않았지만, 혼자서 해보다가 가려움이 있으면 코치의 도움을 받아보아도 좋겠다는 때가 올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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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앱을 사용 한지 3일차. 구입한지 3년이 넘었지만 세 번도 안 썼을 요가매트를 펼쳐서, 내가 등을 대고 운동할 수 있는 벽을 찾아서, 영상에서 하라는 것을 열심히 따라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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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짜리 플랜을 살 것이냐고 묻는다면, 대답은 예스. 일년치 결제하면 할인은 되겠지만, 아무리 지금 몇 일 할 만 하더라도, 이 습관이 내 일상 속에 자리 잡을 수 있는지는 석달은 해보아야 알 일이다. 일년 결제는 두달 반 한 시점에서 결정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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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몸이 아프며 운동이 된다는 느낌이다. 자세가 좋아졌는지는 3개월 후에 확인해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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