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0월부터 줌으로 한 수녀님, 그리고 전혀 모르던 두 자매와 함께 <시편 읽기>를 하고 있다.
총 150장이라 약 1년이 걸리는 여정으로. 처음엔 1년이란 기간보단, 가운데에서 연결해주신 엄마와도 오랜 인연이 있는 수녀님, 코로나 시기 미사도 잘 못 가고, 예전보다 봉사나 교육 듣는 것도 없어서 일단 해보겠다고 하고 어느새 그 시간을 시작한 10월이 됐다. 150장 중에 지지난 주 110장까지 읽고 나누었으니, 2/3 이상이 끝났다. 물론 취소된 적, 못 들어간 적, 일이 복잡해 그냥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던 적 등이 있었지만 그래도 대부분 참석해 시편 읽고 나눔을 해왔다. 그간 성서모임을 했어도 최대 5개월 정도였는데 1년을 줌으로 만나 <시편>을 나누는 일을 생각보다 쉽지 않은 날도 많았다.
늘 미사 안 화답송으로만 노래하고, 읽던 시편을 아예 작정하고 함께 읽고 나눔 하는 시간은 각기 다른 인연으로 모인 또래 청년인 우리들에게도 각자 필요한 말씀으로 다가왔다.
일상 속 깨달음, 신앙생활의 고민거리, 봉사의 고충 등을 나누다 보면 언제나 그 중심에서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수녀님이 계셨다. 엄마 이야기도, 신앙 속 피로감이나 봉사 속 사람으로 지치는 이야기도 - 어쩌면 서로 얽히고설킨 인간관계, 내가 말하는 사람을 우리 서로가 알지 않기 때문에 훨씬 더 편하고 자유로이 이야기해볼 수 있었다. 때론 수녀님이 다시 던져준 그 질문을 품고 한 주간을 보내며 그 답을 통해 좀 더 지혜로이 행동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게다가 그 1년 사이, 함께 나눔 한 셋에게 각기 다른 <시작>의 시간도 존재했다. 이 글을 쓰는 나는 작은 책 공간을 통해 내 부르심을 그곳에서 이어가고 있고, 한 자매는 지난주 혼배성사를, 또 다른 자매는 일로 고민하던 때에 그래도 보다 나은 곳에서 일을 하게 됐다. 말씀 안에 힘을 내고, 용기내고 스스로 돌아보며 성찰하는 시간. 분명 이 시기에, 우리 각자에게 어떤 인연이 닿았기에, 연결됐을 거다. 그래서 담당 수녀님은 “분명, 우리 안에 계시는 하느님을, 이렇게 직접은 본 적 없지만 줌으로 1년 가까이 만나는 여러분을 통해 증명하고, 볼 수 있네요.”라고 말씀하셨다.
언젠가 내가 시편에서 골라 나눔 한 구절은
‘사람이란 그 세월 풀과 같아 들의 꽃처럼 피어나지만 바람이 그를 스치면 이내 사라져 그 있던 자리조차 알아내지 못한다. (시편 103:15-16)’
읽고, 듣고, 나누고, 말하기 속에 분명 깨달음이 있다. 신앙인으로서 책도, 성경도 읽고 나눌 사람이 있어서 분명 각자의 시간에 새로이 싹트고 나누어진 것들이 있었다. 나눔 속에 지난 한 주간을 성찰하고, 성경 구절 속 일상의 이야기를 빗대어 말해보는 경험. 1년 동안 각자가 일단 빼두고 1순위로 둔 그 시간에, 각자의 용기, 신념, 행동, 사랑, 가치, 추구••• 등을 생각해볼 수 있었던 것 같다.
2021년 목요일 밤, 시편과 함께한 시간 속에 ‘하느님’을 만나려고 노력한 우리의 시간을 기억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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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나 요안나 @lifeisjina
쓰거나 쓰게 하는 사람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신앙 안에서의 다양한 인연과 깊은 체험을 이 연재에 담아보려고 합니다.
<콜링 북스>란 이름의 서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신설화 @shinseolhw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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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의 상점 사라와 카드 숍 P.S. draw and make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요안나의홀리저널 은 매달 2/4주 주일 아침에 연재합니다. (오늘은, 늦었습니다.:) 11월 그리스도왕 대축일까지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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