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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나 Nov 14. 2021

18/일상 안 작은 기적

2021년은 나에게 용기와 도전이 함께 한 한 해였다.

아끼는 친구이자, 좋아하는 작가와의 이 연재도, 또 <콜링 북스>란 이름으로 책과 관련된 활동,

문화사업을 하고 있는 것이 그렇다.


책의 부름을 (calling) 받아, 일상 안에서 크고 작은 소명(calling)으로 생각하고  책과 사람을 잇고,

책이 놓이는 장소에 대해  고민해 제안하는 일을, 책방을 통해 하나씩 해보고 있다. 돌아보면 '어떻게 이걸 혼자서 하고 있지?'란 생각이 들지만, 작은 3평의 서점에서 나는 혼자가 아니라, 늘 든든히 지켜주고, 등대처럼 빛을 비춰주는 이들의 손길을 느끼고 있다.


지난 10월, 서점 휴무일에 카톨릭 회관에 갔다가 바오로 딸 출판사에서 운영하는 서점에 들렀다. 그러다 내 눈에 들어온 포스터 한 장! 바로, <바오로 딸> 다이어리를 100권 이상 구입하면, 원하는 성경 구절이나 로고 등을 새겨 제작이 가능하다는 홍보 포스터였다. 집에 돌아와서, 최근 몇 년 동안 사용하던 이 다이어리를 보면서, '100권, 팔 수 있을까?', '팔리게 잘 만들어보자!', '어떤 성경 구절이 좋을까?', '어떤 색이 좋을까?' 등을 고심하는 나를 발견했다.


그 뒤로는 좋아하는 성경구절을 찾고, 글씨체 폰트를 몇 가지로 만들어보고, 라틴어의 문장도 찾아보며 며칠 간 생각을 발전시키다가, 나무의 나이테 같은 갈색 다이어리로 색을 먼저 결정하고, 작년 전례단 회합에서 내가 뽑고, 올해의 다이어리, 달력 등에도 적어둔 성경 구절을 새겨보기로 했다. 그 후로 열흘 뒤 다이어리가 도착했고, 포장이나 기타 판매 방법을 고민하고 난 뒤, 이번주 서점 영업시간부터 판매를 시작했다.


 다이어리 하나의 값은 5천원이지만, 좀더 의미있게 사용하고 싶어서 1만원을 받고, 나머지 다이어리 수익금을 천주교 한마음 한몸운동본부<명동 밥집> 에 기부해보고 싶어서, 그런 내용을 담아 주문서를 만들었다.

/

노트 값에 한 사람을 위한 밥값,

추워지는 날들, 내가 잘 모르지만 누군가의 밥 한끼를

대접한다고 생각하고 구입해주시면 좋겠습니다.

그 마음으로부터 <불가능한 일> 없이,

새해의 좋은 일들이 시작되리라 믿어봅니다.

/


이 다이어리는 이틀 만에 100권을 모두 팔았고, 추가로 100권을 주문하고, 이달 말을 기다리고 있다.


매주 성당에 가고, 기도하는 것만이 신앙이 아니라 내가 가진 작은 아이디어를 더해  경험. 신앙 안에서의 이런 시도와 확장을 많은 이들과 나눌  있어 기쁘다. 겨울, 나눔이 필요하고 도움이 필요한   앞의 사람,  곁의 사람들도 살펴보고,  나와 아예 상관없는, 내가 모르는 이를 위해 선뜻 5천원도 건넬  있는 이들을, 더욱 많이 만날  있게 되길 바란다.


오늘은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선포한 <세계 가난한 이의 >. 물질적 풍요, 정신적 가난, 정신적 풍요와, 물질적 가난도 돌아보게 되는 주일 아침이다.


'하느님께는 불가능한 일이 없다.(루카 1:37)'

일상 안 작은 기적과 작은 체험을 쌓아가고, 나누며 살아가고 싶다.




———

이지나 요안나 @lifeisjina

쓰거나 쓰게 하는 사람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현재 3평 서점 <콜링 북스>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신앙 안에서의 다양한 인연과 깊은 체험을 이 연재에 담았습니다.


신설화 @shinseolhwa

좋아하는 것을 그리고 만듭니다.

평화의 상점 사라와 카드 숍 P.S. draw and make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지난 10개월 간 이 글과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지나 요안나로 살고, 신설화가 신설화 사라가 된 2021년.

저희 둘에게도 뜻깊은 작업이었습니다.

11월 28일, 대림 1주, 둘의 마지막 인사를 끝으로

글쓰는 요안나와 그림 그리는 사라가 만난 <요안나의 홀리저널> 연재를 마무리합니다.

이 작업은 작고 얇은 책으로 제작해 새해 1,2월 중 <콜링 북스>에서 작은 전시로 소개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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