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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나 Oct 10. 2021

16/ 신앙 안에서의 작고 큰 선물

오랜 시간 성당 활동을 하며 유독 작고 큰 선물을 할 일이 많았다. 세례식, 견진성사, 성서모임 그룹 봉사 후 파견 예식, 또 대녀가 많아 대녀의 축일, 신부님과 수녀님이 인사이동하실 때 봉사하던 단체에서 십시일반 돈을 모아 무언가를  사 드리기도 했다. 그 시간 속에 기억에 남는 선물을 떠올려 본다.


꽃 한 송이


세례 받으며 주님의 자녀로 태어나는 날, 대녀가 견진성사 받는 날, 청년 성서모임 봉사자로 활동하며 함께 한 그룹원의 연수 파견 미사에 갈 때, 대녀의 축일 날, 결혼, 이사 등으로 봉사하던 단체에서 졸업하는 마지막 봉사 날... 신앙 안에서는 함께 축하하고, 기뻐할 날이 많다.


그럴 때에 되도록 생화 한 송이를 건넸다. 탈출기 연수를 다녀온 자매에게는 꽃 한 송이를 사서 탈출기 성경 구절을 적어 클립에 껴 주기도, 오랜 지인의 세례식에는 성모님과 함께인 백합을, 사제 성화의 날에는 함께 봉사하는 이들과 당시 우리 담당 신부님에게 해바라기 다발을 선물하기도 했다. '주님만 바라보고 가세요.' 란 메시지를 더해서.


최근에는 아끼는 동생의 5년여 청년 활동을 마무리하는 마지막 봉사 미사에 다녀왔다. 성전에서 기억하는 다양한 청년 활동의 기억, 각자 어떤 때가 되어 봉사를 했기에 만날 수 있었던 인연에 대해서도 돌아보면서. 그때에는 하얀색 히아신스를 선물했다. 그리스도의 향기가 나는 사람으로 살아가려 노력하던 그 시간을, 가까이에 있던 나는 알고 있었기 때문에 유독 향기 나는 꽃으로 골라서, 전달했다.


한 송이여도, 하나의 꽃은 작은 생화 하나 이상으로 축하의 순간을 빛낸다.


한마음한몸운동본부 감사장


천주교 한마음한몸운동본부에선 생애 주기별 기부를 할 수 있다. 생일 기부, 축일 기부는 물론 고인을 위한 기부도 할 수 있다. 늘 주보 사이에 껴 있던 소식지를 통해 이곳을 알고 있었는데, 엄마가 돌아가신 뒤 <고인을 기억하는 고인 추모 기부>에 엄마 이름과 세례명으로 기부하며, 이 단체와의 인연이 시작됐다.


청년 활동 시기에 인연이 있는 신부님의 아버님이 돌아가셔서 무엇이라도 마음을 전하고 싶었다. 조의금 보다 더 의미 있는 선물을 하고 싶었다. 그때 불현듯 생각난 곳이 이곳이었다. 성당에서 봉사로 오랜 시간 함께 자매와  "한마음한몸운동본부에 돌아가신 신부님 아버님 성함으로 '고인을 위한 추모 기부'를 하면 어떨까요?"라고 말하고, 돈을 모아 이 단체에 기부했다.


기부 신청서를 보내고, 돈을 송금하니 며칠 뒤엔 고인의 이름과 기부한 우리들의 이름이 적힌 감사장이 도착했다.


<한마음한몸운동본부는 생명 나눔 운동 및 국내외 질병과 가난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들에게 사랑과 정성을 전하는 NGO단체입니다.


____의 사랑과 정성을 담아 보내주신 소중한 마음이 본부로 잘 전달되었습니다. 보내주신 귀한 후원금은 질병으로 아파하는 이웃을 위해 지원될 것입니다.

아름다운 나눔을 생활에서 실천해주신 귀하의 가정에 다시 한번 깊은 감사의 인사를 드리며 보내주신 따뜻한 마음은 질병과 가난으로 고통받고 있는 이웃들에게 커다란 희망이 될 것입니다.

한마음한몸운동봉부는 보내주신 정성과 사랑이 어려운 이웃들에게 기쁨과 희망의 도구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감사장을 열면, 고인의 이름이 중앙에 적혀있고 아래 이런 글귀가 쓰여있다. 감사장을 열면 보이는 반가운 이름, 그 마음을 신부님을 비롯한 유가족들에게 전하고 싶었다.


미사 후 신부님께 다가가 이 감사장을 드리니 "정말 고마워. 엄마에게도 꼭 전달해드릴게. 열자마자 이름 보고 울컥했어." 라고 말씀하셨다. 당시 조문하러 가진 못했지만, 마음을 전달하고 싶었는데 이렇게 기부할 수 있는 곳을 알고 있어 다행이었고, 또 혼자 보다 함께 할 수 있는 선물이라 뜻깊었다.


마음을 전달하는 것. 보이지 않는 마음을 때로는 꽃으로, 이런 기부와 감사장을 통해서도 정확하게 표현해 전달할 수 있다. 그리고 때론, 그 선물과 나눔 덕분에 관계가 더 깊고, 진해다고 믿는다. 큰 물건보다, 신앙 안에서 영적 선물을 전하고, 그 순간의 빛나는 기억으로 남는 선물을 제때, 잘 전달하고 싶다.


———

이지나 요안나 @lifeisjina

쓰거나 쓰게 하는 사람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신앙 안에서의 다양한 인연과 깊은 체험을 이 연재에 담아보려고 합니다.

<콜링 북스> 이름의 3서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신설화 @shinseolhwa

좋아하는 것을 그리고 만듭니다.

평화의 상점 사라와 카드 숍 P.S. draw and make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요안나의홀리저널 은 매달 2/4주 주일 아침에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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