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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나 Sep 13. 2021

14/ 만남과 헤어짐 속의 은총



8 마지막 , 서울대교구 신부님의 인사이동으로 다니고 있는 성당의  신부님이 임기를 마치고 떠나시기에 마지막 미사를 드렸다.


미사 시작하며 부른 노래가 좋아 가톨릭 성가의 작곡가를 보는데  이름에 ‘슈베르트 적혀있었다.  이름 너머의 시간을 상상하고 5(주임신부), 2(부주임신부) 기간이 얼마나 길고도 짧은지  미사를 통해, 함께하는  성전의 마지막 미사 속에 느껴볼 수 있었다. 환송식이 있는 헤어짐 시간에 그간의 일들을 사진으로 모아 보면, 한 주, 한 주간의 시간이 보인다. 쌓아온 시간 안에 기쁨도, 축하도, 크고 작은 행사로 의미부여하며 지낸 시간이 드러난다.


어르신들은 그래서 때론 “헤어짐이 슬퍼서 (신부님, 수녀님에게) 정을 줄 수 없다.”  말도 이해되는 이별이다. 사제와 수도자의 인사이동은, 신앙 안에서 시간을, 헤어짐을 체험하게 하는  같다.


나에게는 청년 활동하며 매주일마다 함께한 신부님을 타본발령으로 보내드리며 환송식 하던 기억, 당시 마이크 앞에서 이야기하다가 울컥하던 마음, 보편지향 기도  “이임하시는 신부님을 위하여 기도합니다.” 라던 기도문을 읽다가 울던  자매의 목소리 등이 복합적으로 떠올랐다. 그리고 그렇게 기억 속에 어떤 성전이, 성당이, 미사가, 신부님과 수녀님이 있을 수 있는 것도 참 감사하다는 생각으로 이어졌다.


언제나 함께할 것 같은 이도, 결국은 시간이 되면 헤어진다. 지금은 은퇴하신 신부님의 마지막 본당 미사에서의 말씀은 암마의 성가 책 마지막 장에 적혀있어서 알게 됐다. “감사한 마음을 바위에 새기고, 서운한 마음은 모래에 써라.”


어김없이 그다음 주에는 새로운 신부님이 오시고, 언제나처럼 9 미사를 드렸다. 미사 집전하는 신부님은 바뀌었어도, 미사 자체에는 아무런 변화 없이.


만남과 헤어짐, 언제나 익숙하지 않지만 분명 헤어짐을 통해  시간의 소중함을 깨닫게 되고, 만남의 중요성을  새기게 된다. 신앙인으로 살아가면서 큰 은총 중 하나가 어쩌면 이 이임 시기, 변화를 통해서 온다고 믿게 된다. 분명, 매주 같은 성전의 미사 속에 변화된 신부님을 통해서도 신앙생활에 환기가 생긴다.


만남과 이별,  시간을 은총이라 여기며 신앙을 가꿔가고 싶다.



———

이지나 요안나 @lifeisjina


쓰거나 쓰게 하는 사람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신앙 안에서의 다양한 인연과 깊은 체험을 이 연재에 담아보려고 합니다.


신설화 @shinseolhwa


좋아하는 것을 그리고 만듭니다.

평화의 상점 사라와 카드 숍 P.S. draw and make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요안나의홀리저널 은 매달 2/4주 주일 아침에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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