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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나 Jul 11. 2021

12/나의 일상 속 성지순례



성지순례는 종교적 의무 또는 신앙이 깊어지기 위해 떠나는 여행을 말한다. 비행기를 타고 해외 성모 발현지를 가는 성지순례도 있지만, 나는 내가 주일에 가는 성당이 아닌 곳을 찾아가는 일상 속 성당 여행으로부터 성지순례를 좋아한다.     


여행작가로 활동하며 고속버스틀 타고 지역에 도착하면, 대부분 그 주변에는 성당이 있었다. 버스 터미널에서 내린 뒤, 그날의 일정을 시작하기 전 가까운 성당을 찾아가, 일로 온 그 지역에서의 시간을 잘 보내다 갈 수 있도록 기도하고, 기도 초에 불을 하나 붙이고 이동하는 것이 그 지역을 처음 만나는 나의 리추얼이었다.


처음 간 지역에서도 왠지 그곳의 성당에서 기도하고, 초 하나를 밝히고 시작하면 좋은 일이 생겼던 것 같다. 성모 동산, 성전 안의 십자가, 스테인드글라스- 언제나 같은 존재를 표현하는데, 다른 방식으로 표현하는 것을 발견하는 재미가 있었다. 크고 작은 지역 특색을 성전 안과 밖을 걸으며 느껴보게 되었다.

  

언젠가 강릉의 임당동 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가 유독 마음에 들어서, 사진을 여러 장 찍어두기도 했고, 그 사진에 좋아하는 성경구절을 적어 성당 봉사 단체 사람들과 나누기도 했는데, 그 빛과 그 스테인드 글라스의 장면이 나에게 오래 남아있다.


부산 광안리의 남천성당은 큰 성전 왼편이 전부 스테인드글라스 작업인데, 이곳을 다녀온 뒤 그 빛에 반해 어떤 분의 작업인지 찾아보니 가톨릭조형예술연구소 조광호 신부님의 작업이었다. 그 후엔 대구 범어 대성당으로도 이어지는 작업물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 작업을 함께하는 설화 디자이너가 어느 날엔 “한남동 성당의 야외 성모상이 무척 아름다웠어요.”라고 말해서, 나도 예전에 그쪽을 지나다가 본 조각이 떠올라 조각가를 찾아보니, 지금은 고인이 된 장동호 조각가였다. 명동성당 사제관 앞의  ‘사형선고받으심’도 이 분의 작업이었다. 한 조각가의 작업을 다양한 성당에서 만날 수 있고, 그것을 발견의 눈으로 찾아보니 좀 더 눈에 띄고, 그 이름이 눈에 들어왔다. 도봉동 성당, 방학동, 방화3동 성당에도 이 조각가의 작업이 있다고 하는데, 언제 같이 가 보자는 이야기와 함께.


 곳으로 떠날  없을 , 주일에 찾아가는 성당을 바꿔보거나 처음  보는 지역에서 드리는 미사가, 일상  성지순례가   있다고 믿는다.  저녁 미사에 갔다면 여름날의 주일 교중미사의 빛을,  빛을 통과하는 스테인드글라스의 부서짐도 바라볼  있는 우리라면 좋겠다. 일상  성지순례는 작은 차이의 발견에서 오고, 눈앞의 십자가 상과 성전에서  조각의 조각가 이름을 기억하는 일에서 시작되는지도 모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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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나 요안나 @lifeisjina

쓰거나 쓰게 하는 사람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신앙 안에서의 다양한 인연과 깊은 체험을 이 연재에 담아보려고 합니다.


신설화 @shinseolhwa 

좋아하는 것을 그리고 만듭니다.

평화의 상점 사라와 카드 숍 P.S. draw and make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요안나의홀리저널 은 매달 2/4주 주일 아침에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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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팬데믹 시기에 안전히 지내시기를 빕니다.

사진으로 나마 그동안의 일상 속 성지순례를 나누어 드립니다.              

부산 남천 주교좌 성당의 십자가


강릉 임당동 성당 / 원주 주교좌 원동 성당의 스테인드 글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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