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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나 Jun 27. 2021

11/프란시스코 교황님을 생각하는 교황주일

 

교황이나 주교를 위한 기도문

주일미사에서 해설자는 늘 오늘의 전례 부분을 읽는다. 오늘, 6월 27일의 미사는 이렇게 시작한다.


“한국 교회는 해마다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대축일 (6/29)와 가장 가까운 주일을 교황 주일로 지낸다. 이날 교회는 베드로 사도의 후계자인 교황이 전 세계 교회를 잘 이끌어 나갈 수 있도록 주님의 도움을 청한다.

이 교황 주일에는 교황의 사목 활동을 돕고자 특별 헌금을 한다.”


2013년 제266대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선출되고 난 뒤, 교황님의 존재가 크게 다가왔다. 분명 프란치스코 교황님 전에도 수많은 교황님이 계셨지만,  내가 뜨거운 신앙인으로 지내는 시기의 교황님이라는 것이 그저 교황님의 행보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따뜻해지고 편안해졌다.      


교황은 추기경들의 모임인 콘클라베에서 투표로 선출된다. 역사상 최초로 프란치스코라는 이름을 선택한 교황님이시기도 하다. ’뒷담화만 하지 않아도 성인이 됩니다.‘라는 이야기부터 어렵고, 지식이 풍부해야 하는 신앙인이 아니라, 사랑하는 것 이웃을 돕고 지키는 것 등으로 늘 편안한 행동을 이끌어 내는 것의 중요성을 이야기해주셨던 것 같다.      


그러던 나는 언젠가의 교황님의 새해 결심 10가지라고 적힌 것을 보고는, 그것을 어느 해의 연하장으로 만들어 가까운 이들과 나누기도 했다. 그 열 가지는 다음과 같다.


험담하지 마십시오

음식을 남기지 마십시오

타인을 위해 시간을 내십시오

검소하게 사십시오

가난한 이들을 가까이하십시오

사람들 판단하지 마십시오

생각이 다른 사람과 벗이 되십시오

맹세하는 것을 두려워 마십시오

주님을 자주 만나 대화하십시오

기쁘게 사십시오


교황님의 결심이라는 이 열 가지 안에는 지극히 인간적인 모습이 많이 담겨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지난해 <두 교황>이란 영화와 <프란치스코 교황:맨 오브 히스 워드>라는 영화를 통해, 교황님의 이야기를 좀 더 들어볼 수 있었다. 빔 벤더스 감독이 만든 이 영화는, 로마 교황청이 직접 제작에도 참여했다. 전 세계 각국, 교황을 필요로 하는 곳에 가서 모든 이의 모든 것이 되어주는 지도자이자 헌신의 봉사자인 역할을 가까이서나마 영상을 통해 볼 수 있었다.


작년 2월, 코로나가 시작되던 때 나는 이탈리아에 있었고,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교황님이 집전하시는 미사를 드릴 수 있었다. 2월 첫 주, 대리석으로 된 성당은 정말 추웠고, 오랜 시간 미사를 기다리고, 줄을 서서 입장하고, 푹신하지 않은 의자에 앉아 기다리고, 미사를 드리는 시간은 분명 감사한 (밖에 초대장이 없어 들어오지 못하는 이들도 많았다.) 시간이었지만, 긴 미사에 무척 지쳤다. 그날 미사 후 교황님이 파견하는 그 길을 보면서, 수많은 사제와 수도자, 신자들이 함께 있는 그 성전 안에서 뿐만 아니라 교황이란 자리는 너무나 큰 봉사직이자 인간의 힘으로는 하지 못하는 직분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 후로는 언제나 미사 안에서 교황님을 위해 화살기도를 보내거나, 교황님 사진을 보고 인사드리기도 한다.   

   

다양한 어록이 많은 교황님이고, 강론이나 알현식 등에서의 메시지를 책으로도 여러 권 엮으셨는데 나는 언젠가의 말씀 중 이 부분을 오래 기억하고 있다.


함께 살아간다는 것은 하나의 예술입니다. 또한 매력적이고 아름다움의 여정입니다. 이 여정을 위해 지켜야 하는 세 가지는

"해도 될까요?(Please), 감사합니다.(Thanks), 미안해요(Sorry)입니다."


가족이나 가까운 이에게 말로 상처주기 보다 좀 더 나은 삶을 살아갈 수 있게 하는 마법.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존재에, 말씀에 큰 사랑을 느낀다.


베드로 사도의 후계자인 교황이기에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사도의 축일과 가장 가까운 주일을 교황 주일로 지낸다는 것을 알게 된 뒤로는 이 시기 – 저 먼 곳에 있는 교황님을 한번 더 떠올린다.


기도가 없다면 나아갈 수 없는 하루하루, 그 힘을 생각하며. 종교를 초월해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는 프란치스코 교황님을 기억하며 교황과 주교를 위한 기도를 바친다.

  

https://youtu.be/UIKxjsglvF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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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나 요안나 @lifeisjina     


쓰거나 쓰게 하는 사람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신앙 안에서의 다양한 인연과 깊은 체험을 이 연재에 담아보려고 합니다.               


신설화 @shinseolhwa     


좋아하는 것을 그리고 만듭니다.

평화의 상점 사라와 카드 숍 P.S. draw and make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요안나의홀리저널 은 매달 2/4주 주일 아침에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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