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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나 May 23. 2021

09/ 성모 성월의 기억

천주교에서 5월은 성모 성월로, 미사 전에 성모성월 기도하고 각 본당에서 <성모의 밤>이란 이름의 행사를 연다. 늘 성당 마당의 성모동산을 지나며 성모님께 인사드리고 기도하지만, 오월의 한 달은 좀 더 특별한 전구와 은총을 청하는 시간이다. 묵주기도를 잘 챙겨하지 못하는 나도, 본당의 행사가 있을 땐, 성모의 밤에는 되도록 참석하려고 했다. 그때 꼭 연주되는 'Ave Maria'는 유독 아름답게 들렸다.


엄마가 봉사하시던 성모회에서는 1년 중 가장 큰일이, 성당 마당에서 열리는 성모의 밤에서 준비였다. 전례나, 음악 등은 따로 봉사하는 단체가 있었고, 성모의 밤에 참석하는 신자들이 성모님 앞에 봉헌하는 장미꽃을 사고, 다듬는 일- 판매와 자리 안내 등의 행사의 작은 부분을 돕는 일은 늘 성모회가 함께 였다. 엄마가 분주히 꽃시장에 다녀오시고, 봉사자와 장미 가시를 다듬고, 한복을 챙겨 가 그날 예식에서 곱게 차려입으셨던 모습을 기억한다.  한복을 차려입고, 평소보다 고운 모습으로 신자분들과 이야기하며 장미꽃을 건네던 모습, 오랜만에 입은 한복은 엄마들을 기분 좋게 했다. 행사 끝에 다들 기념사진 촬영하며 즐거워하던 모습도 오월, 성모의 밤 기억과 겹쳐있다.


엄마가 돌아가시고 한 달 뒤 열린 성모의 밤에서, 성모님께 전달하는 화관 봉헌을 하게 됐다. 나 또한 한복을 차려입고,  늘 엄마가 봉사하던 곳, 성당 마당의 성모님께 다가갔다. 같은 곳에 같은 기억이 있다는 것, 내가 늘 보고 기도하고 잠시 머물던 곳에서의 시간은 존재의 부재를 깨닫게 했지만, 지금 생각하면 어떤 특정 시기, 행사에서 내가 분명히 기억하는 엄마 모습이 있다는 것은 무척 귀한 기억이다.


화관 봉헌으로 시작해 성가대의 특송, 성모님께 보내는 편지 등을 낭독하며 보내는 멋진 오월의 밤. 마음껏 성모님을  향해 사랑을 표현하던 성모의 밤.


모든 게 팬데믹 이전의 기억이라, 당분간 이런 성모의 밤 풍경을 만날 수 없을 거라 생각하면 그래도 지나온 시간이, 쌓아온 시간의 힘을 믿게 된다.


성모 성월에 자주 부르는 성가이자 세례명이 로사리아였던 엄마가 좋아한 성가, '로사리오 기도드릴 때'는 의 1절 가사는 이렇다.


'기쁠 때나 슬플 때나 우리 곁에 계시는 성모 마리아여 묵주의 기도드릴 때에 나를 위로하시며 빛을 밝혀주시니 모든 걱정 사라지고 희망 솟아오르네 항상 도와주옵소서. 인자하신 어머니'  


성모상 앞에서   모아 기도하며 시간,  시기. 때맞춰  장미에 미소 짓는다. 잠시라도   모아 기도하고 돌아서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때론  봉헌하 마음 깊은 곳에서 바라는 ,  안의 지혜를 청한다. 남은 5, 성모상 앞에서의 시간을 늘리려고 애써보며, 묵주기도도  챙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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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나 요안나 @lifeisjina

쓰거나 쓰게 하는 사람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신앙 안에서의 다양한 인연과 깊은 체험을 이 연재에 담아보려고 합니다.


신설화 @shinseolhwa

좋아하는 것을 그리고 만듭니다.

평화의 상점 사라와 카드 숍 P.S. draw and make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요안나의홀리저널 은 매달 2/4주 주일 아침에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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