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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나 Apr 25. 2021

07/나의 대녀 이야기

가톨릭 신자로 세례를 받고, 견진성사를 받을 때는 이미 천주교인인 한 사람이 필요하다. 대부모란 이름으로, 여자에게는 대모님, 남자에게는 대부님이 필요하다. 굿뉴스 사전에서 ‘대부모’라는 단어 뜻을 찾아보면, ‘세례성사와 견진성사를 받는 자와 신친(神親) 관계를 맺어 신앙생활을 돕는 후견인’이라고 나온다.    

 

나는 유아세례를 받았고 대학생 때 견진성사를 받았다. 그래서 누군가의 대모를 설 수 있었지만, 청년 활동을 거의 하지 않았기에 선뜻 누군가의 대모가 되길 원한 적도 없었고, 그럴 기회도 없었다. 그러다 서른이 넘어 우연한 이끌림으로 미사에서 전례를 담당하는 단체를 통해 청년 활동을 시작하고, 크고 작은 부르심 속에 머물러 있다 보니 주변에 대모를 서달라는 이들이 생기고, 친구들도 견진성사를 받게 되었다.


첫 영성체를 같이한 친구와 결혼을 약속한 이의 세례 대모가 되기도, 냉담을 풀고 다시 성당에 오게 된 작은 계기 속에 내가 있어서 나보다 나이가 많은 언니의 대모를 서기도 했고, 같은 작업실 친구의 요청으로 견진 대모님이 되어 동료 너머 기도 속에 함께 하는 친구가 되기도 했다. 또 같은 전례단 단체에 있던 대학생의 부탁으로, 대부모 관계가 되어 학생이던 대녀가 취업 후 첫 월급을 타서 식사 대접을 해주기도 했다. 비슷한 또래이지만, 깊은 신앙의 체험과 생각, 나눔을 통해 친구이자 대모가 되어가는 시간과 그 역할이 나도 즐거웠다.     


그리고 2021년의 성소 주일인 4월 25일에는 또 한 명의 대녀가 늘어난다. 올 한 해, 이 홀리 저널을 함께 만들고 있는 설화 씨. 우리는 십여 년 전부터 알고 지냈는데 어느 순간 돌아보니 가까운 이들 중 좋아하고, 친한 이들이 천주교인이 많았고, 그래서 어떤 부르심을 느끼며, 세례 받고 싶어 졌다고 했다. ‘사라’라는 세례명으로 오늘 천주교인이 된다.     


세례성사 예식 중엔 대부모가 불 켜진 초를 들고 있다가 그것을 세례 받는 이에게 건네는 ‘빛의 예식’이 있다. 나는 그 부분이 성사의 어떤 부분보다 좋다. 한 사람 앞에서 불을 켜고 있고, 어두운 부분을 밝혀주고, 먼저 가 있던 사람으로 영적인 마음, 시간을 나누어주는 것이!     


소피아, 미카엘라, 율리아, 스텔라, 세실리아, 엘리사벳, 클라우디아, 글라라, 사라 …     


어디엔가 홀린 듯이 지낸 시간 속에, 대녀가 무척 많아졌다. 돌아보면 힘들  나를 많이 잡아준 이들도 신앙 안에서 만난 이들이었고, 대녀들의 영적 지지와 기도, 사랑- 신앙 안에서 서로를 애틋하게 생각하며 나아갈  있는 존재의  덕분에 지나올  있던 시간이 있었다. 정작 나는 나의 대모님과도 한동안 연락하지 않았는데, 내가 전달하지 못한 엄마의 부고를 듣고 장례식장에  주어서 십여  만에 인연이 다시 닿았다. 신앙 안에서 연결되어있는 존재의 힘은  시간이나, 서로를 아는 것에서 그치지 음을 체험했다.


언젠가  수녀님이 서로서로의 대부모가 되어주라며, 또래 친구나 같은 단체에서 만난 이들이 서로 신앙의 동지가 되어주라고 하셨다. 분명 나의 신앙생활을 돌아보면 함께하면서, 크고 작은 나눔이 나를 더욱 신앙인으로  살아가고 싶게 만들었다. 각자의 나눔 속에 짙어지는 것들이 분명히, 었다. 좋아하는 수녀님의 글을 나누고, 같이 미사 드리고 그날의 주보 글에 감동한 부분을 말하고, 코로나 이전에는 미사  커피나 식사도 함께 하면서 체험을 나누고, 경험을 나누는 시간이 분명 우리를 더욱 가까이 만들었던  같다. 사람을 통해, 관계를 통해 만날 수 있는 것을 대녀가 생기고, 나누면서 직접 경험할 수 있었다.


돌아보면 각자가 신앙에 뜨거웠던 그 시간이 같았다는 것도, 그 인연이 맞는다는 것이 참 신기하다. 언제나 기도 안에 함께 하는 이들이 있기에, 든든하다.     


더불어 나는 더 이상 대모를 서지 않으려고 한다. 내 대녀가, 또 다른 이를 대녀로 맞이하는 기쁨을 함께하고자 한다. 지금 있는, 나와 인연을 맺은 대녀들과의 관계를 돈독히 이으며, 평생 서로를 위해 기도하는 사이로 지내고 싶다.


(오늘 세례 받는 신 설화 사라를 축하해주세요!

저희 둘의 시간이 오늘에 이르기까지 그 신비와 은총의 순간이, 작은 기적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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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나 요안나 @lifeisjina


쓰거나 쓰게 하는 사람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신앙 안에서의 다양한 인연과 깊은 체험을 이 연재에 담아보려고 합니다.


신설화 @shinseolhwa


좋아하는 것을 그리고 만듭니다.

평화의 상점 사라와 카드 숍 P.S. draw and make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요안나의홀리저널 은 매달 2/4주 주일 아침에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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