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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나 Sep 24. 2022

2019.09.19

#엄마없는첫추석

엄마가 돌아가시고 맞는 첫 추석이다.

명절에 느끼는 엄마의 빈자리와 역할. 손도 크고 빠르고 마음도 넓고 깊은 엄마였기에 추석이 오는 것이

조금은 두려웠다. 다른 명절 때보다 내가 할 일이 세 곱절은 많아진 듯했다.     


추석만 되면 사촌 언니, 오빠에게 쌀을 보내던 엄마가 생각난다. 미리 알아둔 친척들 주소를 자주 이용하는

쌀가게에 전해 명절에 쌀을 보내곤 했다. 엄마는 엄마의 친정 가족 중에는 넉넉하게 사는 편이었고 이모나

삼촌이 투병하시거나 사고로 돌아가신 분이 많아 엄마가 챙겨야 할 친척들이 여럿 있었다.      


명절 제사는 언제나 간단하게라도 할머니 산소에서 꼭 치렀다. 나는 지친 몸을 이끌고 산소에서 돌아와 음식도 목기도 정리하지 않고 그대로 두고 쉬곤 했는데 어느새 보면 모두 정리되어 있었다. 제사용 목기는 친할머니가 돌아가신 2003년에 처음 사용했는데 지금은 그때보다 사용하는 수는 줄기는 했어도 그래도 꽤 된다. 이번에 명절을 지내기 위해 목기 정리 보자기를 폈는데 엄마가 키친타월을 그릇 사이사이에 껴서 크기와 용도별로 구분해 모아놓은 걸 보고 울컥했다.


엄마가 돌아가시고 첫 명절을 보내는 이 상황을 주변 또래보다 빨리 맞닥뜨려서일까?

부모를 잃은 그때가 다르게 다가왔고 깊은 위로와 따뜻한 나눔이 필요하다고 알게 되었다.     

엄마의 빈자리에 우울하고 슬프다가도 조카 둘 덕분에 웃을 수 있고 또 슬픔을 잠시 잊을 수 있다. 인간이 인간을 위로하는 가장 큰 존재였다.     


명절에 엄마의 오랜 친구분과 문자를 주고받았는데 몇 분 뒤 그분께서 집 앞으로 찾아오셨다. 엄마가 옥수수를 좋아했던 게 기억나 다음 날 엄마에게 갈 때 하나 챙겨가 주었으면 좋겠다면서 냉동실에 넣어두었던 삶은 옥수수 한 봉지를 가져오신 것이었다.


내가 유치원생일 때 만나 30년이 넘는 세월을 함께해 주신 분.

내가 죽고 난 뒤 누가 나에게 이런 마음일 수 있을까? 아주머니가 다녀가시고 샤워하는데 눈물이 주룩주룩 흘렀다. 그러고 보니 엄마와 지낸 마지막 추석에 대한 기억이 없었다. 생각해보니 작년 추석에는 친한 일본인 친구가 결혼해서 도쿄에 있다가 추석 마지막 날 돌아왔다. 끝, 마지막은 언제나 예상할 수 없는 것이었다.   


누군가가 이런 말을 했다.

“부모님 돌아가시고 난 뒤, 첫 명절이 원래 좀 힘들어요.”


겪어보며 알게 되었다. 이렇게 시간이 지나간다.     


엄마가 좋아했다며 가져다 주신 옥수수. 냉동해둔 옥수수였지만, 무척 따뜻했다.

2019 4 26 세상 하나뿐인 엄마가 돌아가신  

인스타그램에 엄마의 세례명을  #로사리아의선물 글을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글쓰기란 사랑하는 대상을 불멸화하는 일' 이란

프랑스 철학자 롤랑 바르트의 말을 아낍니다.


이제, 세상을 떠난 엄마이지만 엄마와 나눈 시간,

말과 행동을 오래 기억하고 싶어 글로 남겨둡니다.


훗날, 엄마를 잃게  많은 딸들과도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정리하고 있습니다.

 10 브런치북 응모를 위해, 지난 글을 정리해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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