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의마지막김장
“이 세상에 사별 가족 아닌 사람은 없습니다.”
오늘 호스피스병동에서 열린 사별가족모임에 두 번째로 참석했다. 그리고 미사 중 신부님의 이 말씀에서 정말 큰 위로를 받았다. 호스피스병동의 폭넓은 돌봄. 간병, 투병의 시간을 함께 겪은 의료진, 수녀님, 자원봉사자를 보며 느끼는 감사는 엄마가 돌아가신 뒤에도 이어진다.
미사, 음악 나눔, 식사로 이어지는 시간에 음악을 듣고 가사를 통해 고인과의 기억을 나누고 사랑받고 사랑을 나누었던 경험을 이야기했다. 나는 평소에는 잘 울지 못하는데 이때는 휴지 몇 장이 필요할 정도였다.
내가 나눈 순간은 지난해 11월, 병원 예약 시간이 다가오는데도 추운 날 마당에서 돗자리를 펴놓고 김장하던 기억이었다. “엄마, 아픈데 대체 왜 김장을 하고 있어!” 이런 말로 시작해 이때 나는 잔소리를 많이 했다. 그러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년에도 엄마랑 김장할 수 있을까?’ 그래서 엄마와 김장하는 모습을 올케와 함께 사진으로 찍고 엄마의 김장 방법도 동영상으로 짧게 남겨 두었다. 그리고 1년 뒤 지금 그 사진과 영상이 나를 울고 웃게 한다. 모녀 관계는 김치와 김장이라는 평범한 일에도 눈물짓는 특별한 관계다.
음악 시간에는 노래 가사를 PPT로 띄우고 각자 좋아하는 구절을 골랐는데 나와 아빠는 선택한 구절이 같았다.
당신 옆에 있습니다.
온전히, 충만히 사랑받고 슬픔도 느끼고 울어내는 과정.
2019년이 나에게 참 많은 것을 주었다.
2019년 4월 26일 세상 하나뿐인 엄마가 돌아가신 뒤
인스타그램에 엄마의 세례명을 딴 #로사리아의선물 글을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글쓰기란 사랑하는 대상을 불멸화하는 일' 이란 프랑스 철학자 롤랑 바르트의 말을 아낍니다.
이제, 세상을 떠난 엄마이지만 엄마와 나눈 시간, 말과 행동을 오래 기억하고 싶어 글로 남겨둡니다.
훗날, 엄마를 잃게 될 많은 딸들과도 이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정리하고 있습니다.
제 10회 브런치북 응모를 위해, 지난 글을 정리해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