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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나 Sep 30. 2022

2019.12.22

#마지막크리스마스사진

엄마와 나누던 소소한 일상 이야기. 엄마에게 어떤 고민이나 인간관계에 관해 물으면 늘 해답이 거기 있었다. 엄마와 유독 전화 통화를 많이 하던 사촌 언니도 엄마의 부재에 “늘 고민 상담도 해주고 해결사였기 때문에 힘들 때 전화 한 통화만 하면 다 끝났는데 이제 그렇게 통화할 사람이 없어서 요즘 너무 힘들어.”라고 했다. 시간이 흐르고 연말이 다가오면서 나도 사촌 언니의 그 마음을 매일 느낀다.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했던 상대의 부재. 

‘시간이 지나면 더 그리워질 거야.’ ‘지금은 잘 몰라.’ 지난봄에 들었던 말들이다. 공허한 마음의 겨울. 


작년 크리스마스에는 우리끼리 드레스 코드를 빨간색으로 정하고 함께 모였다. 

그때 남긴 사진 한 장. 사진에는 평생 처음으로 붉은 스웨터를 입은 나와 빨간색 후리스를 입은 엄마가 

담겨 있다. 그게 마지막 크리스마스가 될 거로 생각하지 못했는데 시간은 참 야속하다. 

남은 2019년의 시간에는 사람들을 만나기보다 기억 속 엄마와 만나고 싶다.      


엄마 글씨, 엄마 기억. 붓 펜을 좋아한 엄마. 

붓 펜으로 쓴 문장 가운데 한 문장이 눈에 깊이 남는다.     


‘항상 함께할게. 힘내.’     


한 사람의 필체도 그 사람이 가진 유일한 것. 엄마가 사랑한 붓펜.

2019년 4월 26일 세상 하나뿐인 엄마가 돌아가신 뒤 

인스타그램에 엄마의 세례명을 딴 #로사리아의선물 글을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글쓰기란 사랑하는 대상을 불멸화하는 일' 이란 프랑스 철학자 롤랑 바르트의 말을 아낍니다. 

이제, 세상을 떠난 엄마이지만 엄마와 나눈 시간, 말과 행동을 오래 기억하고 싶어 글로 남겨둡니다.


훗날, 엄마를 잃게 될 많은 딸들과도 이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정리하고 있습니다. 

제 10회 브런치북 응모를 위해, 지난 글을 정리해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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