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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나 Oct 02. 2022

2020.02.19

#어느새300일

엄마가 돌아가신 지 300일이 되었다. 

오전 일정을 소화하러 들른 곳 근처에 마침 성당이 있어 미사를 드리러 갔다. 미사 전까지 미사예물도 신청할 수 있어 위령미사를 드리며 엄마 이름이 불리는 것을 듣고 엄마를 기억했다. 그런데 미사를 드리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름이 불리고 이름이 들리는 건 이렇게 반가운 거구나.’ 


위령미사 지향(指向)을 신청하는 이들은 돌아가신 분을 기억하고 미사에서 그 이름이 다시 한번 불리기 원하고 듣고 싶어서 그러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어제 서울대교구 인사발령으로 2월 7일에 서품을 받은 신부님이 발령받은 첫 본당에서 첫 미사를 열었다. 

새 신부님이 미사 마지막에 안수까지 해주셔서 다시 엄마를 기억했다. 그리고 어제의 미사가 마치 엄마가 보내준 선물 같다고 생각하며 오늘 하루를 시작했다. 슬퍼하기보다 늘 감사히 기쁘게 살라는 엄마의 메시지 같다.     


부모님이 돌아가시는 일은 아직 내 주변 친구들은 많이 겪지 않은 일이라 공감할 수 없는 혹은 공감은 하더라도 공감의 지점이 다르기에 닿을 수 없는 부분에 슬픔이 있다. 그런 나의 텅 빈 마음은 성전이, 주변의 신부님과 수녀님이 채워주심을 느낀다.      


300일이 흐르며 전혀 생각지 못했던 부분에서 여러 감정을 겪고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깊고 진해지는 엄마라는 존재의 의미와 자리에 대해 생각한다. 그래도 미사 안에서 빛의 성전 안에서 엄마와 만나고 마주할 수 있음에 감사하다. 위령미사를 넣을 수 있던 성당, 새 사제의 미사와 안수. 모두가 준비된 선물처럼 느껴진 아침이었다. 

성전 안 스테인드 글라스가 유독 빛나던 그날. 성모님과 백합.

2019년 4월 26일 세상 하나뿐인 엄마가 돌아가신 뒤 

인스타그램에 엄마의 세례명을 딴 #로사리아의선물 글을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글쓰기란 사랑하는 대상을 불멸화하는 일' 이란 프랑스 철학자 롤랑 바르트의 말을 아낍니다. 


이제, 세상을 떠난 엄마이지만 엄마와 나눈 시간, 말과 행동을 오래 기억하고 싶어 글로 남겨둡니다.

훗날, 엄마를 잃게 될 많은 딸들과도 이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정리하고 있습니다. 

제 10회 브런치북 응모를 위해, 지난 글을 정리해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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