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영정사진
엄마를 잃고 맞는 봄.
작년 4월에 엄마는 호스피스병동에 입원하셨다. 그리고 나는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엄마의 모습을 마주하고 받아들여야 했기에 지난봄에는 마음에 어둠이 가득했다. 그럼에도 엄마가 돌아가신 후에는 신앙의 힘으로, 엄마와 함께 아는 지인의 힘으로 견딜 수 있었고 산티아고 이후에 다녀온 성지순례를 통해 깊은 체험을 하며 지냈다. 한참 전의 일 같은데 겨우 1년 전의 일이다. 그리고 어느새 1주기다. 시간의 흐름에 새삼 놀란다.
4월 초부터 엄마의 친구분들이나 사촌 언니에게서 연락이 왔다.
엄마 기일에는 어떻게 하는지 혹시 제사를 지낸다면 그게 무엇이든 필요한 거 알려주면 보내줄 테니 상에 꼭 놓아 달라는 말과 함께. 그래서 엄마 기일에는 가족 이외에 엄마를 그리워하는 분들과 엄마 모신 곳에서 함께 모이기로 하고 가족들과는 음력으로 엊그제 제사를 지냈다.
나와 엄마는 유독 함께 보낸 시간도, 여행한 곳도 많았다. 그래서 『엄마 딸 여행』이라는 책도 만들 수 있었고 그 책을 통해 또 많은 기억과 사진이 남았다. 그러다 보니 1년 동안 느껴온 엄마의 자리도, 내가 감당해야 할 마음의 빈틈도 또 그걸 채우고 싶었던 마음도 정말 컸다.
음력 제사 일정을 알고 엄마를 기억하는 두 분이 보내주신 꽃을 기도 공간에 두었다. 올케의 부모님 그리고 장례식장에서 엄마 가는 길을 국화가 아닌 붉은 장미로 빛내주신 꽃집 대표님이 보내주신 꽃이었다.
색깔 톤은 비슷하지만 형태는 다른 꽃이 지금 집을 밝혀주고 있다. 이 꽃들이 엄마는 이미 천사들과 날아다니고 있다고 말해주는 듯하다. 그리고 마치 하늘나라, 저 위의 은총을 보여주는 것 같다. 꽃이 주는 위로와 감사의 시간을 장례식에서도 또 1주기에서도 마주한다.
제사를 지내려고 영정사진을 꺼내다가 울컥했기 때문에 제사를 위한 가톨릭 제사 양식도 제대로 못 읽는 것은 아닐지 걱정이 되었다. 그러면서도 영정사진 속 엄마가 우리가 정말 잘 아는 엄마라서, 우리 기억 속에 늘 존재하는 엄마의 모습이라서 1년 전 그 사진을 선택하고 결정해 우리가 평생 기억할 엄마의 마지막 모습이 사진 속 모습일 수 있어 감사했다.
음력 기일 제사 후 사촌 언니에게서 이런 메시지가 왔다.
‘고모가 꿈에 정말 멋진 차를 타고 예쁜 모습으로 나오셨어.
고모가 1년이나 지났는데 왜들 슬퍼하냐고 왜 울고들 그러냐고 하셔서 깜짝 놀랐어.
기일이 다가와서 그런 꿈을 꾼 건가 했는데.’
내 꿈에는 딱 한 번 나온 엄마.
언니 꿈에라도 나와 이런 말을 남겨주어 좋았다.
같은 사람을 같은 마음으로 추억하고 기억하고 있다는 것이 주는 깊은 위로와 사랑을, 따뜻함을 체험한다.
2019년 4월 26일 세상 하나뿐인 엄마가 돌아가신 뒤
인스타그램에 엄마의 세례명을 딴 #로사리아의선물 글을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글쓰기란 사랑하는 대상을 불멸화하는 일' 이란 프랑스 철학자 롤랑 바르트의 말을 아낍니다.
이제, 세상을 떠난 엄마이지만 엄마와 나눈 시간, 말과 행동을 오래 기억하고 싶어 글로 남겨둡니다.
훗날, 엄마를 잃게 될 많은 딸들과도 이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정리하고 있습니다.
제 10회 브런치북 응모를 위해, 지난 글을 정리해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