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출판사와 협업하기
작가와 출판사 관계자는 다양한 방법으로 소통한다. 첫 번째 단계에서는 주로 이메일을 사용해서 작가가 출간 제안을 받는다. 출간 제안을 받은 후에는 오프라인에서 미팅을 진행한다. 이 미팅에서는 책의 주제, 방향성, 그리고 출판 과정 전반에 대해 심도 있게 논의하며, 서로의 요구사항과 조건을 조율한다. 제안을 받은 후 바로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는 드물며, 보통 출판 기획서를 작성하고 목차와 샘플 원고 몇 편을 준비하는 단계로 넘어간다. 출판사는 작가가 작성한 기획서, 목차, 그리고 샘플 원고를 면밀히 검토한 후에야 최종적으로 계약을 체결하게 된다. 출간 제안을 받는다고 모두 책이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계약이 성사되면 이메일, 카카오톡, 유선 통화, 문자 메시지 등 다양한 경로로 소통하게 된다. 주로 카카오톡을 통해 간단한 메시지로 용건을 주고받으며, 원고 작성 일정 조율이나 간단한 피드백 전달에 활용한다.
목차와 책의 방향성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는 노션을 활용했다. 노션 데이터베이스에 프롤로그와 각 장, 세부 절의 목차를 입력하고 간략한 콘셉트를 정리해 둔다. 편집자와 노션 페이지를 공유하면, 편집자는 자신의 의견을 입력하며 참여할 수 있다. 이후 댓글을 통해 서로 의견을 조율하고, 각 목차의 방향성을 구체화해 나간다.
노션에 작성해 놓은 전체 목차에 대해 콘셉트와 편집자의 의견이 확정되면 작가는 본격적으로 원고를 작성한다. 원고는 협업이 어려운 스크리브너에서 1차적으로 작성되며, 이후 피드백 과정을 거치게 된다. 원고는 전체를 모두 완성한 후 한꺼번에 피드백을 받을 수도 있지만, 각 장별로 묶어 피드백을 주고받는 방식도 있다. 내 경험상, 전체 원고를 한 번에 전달하며 의견을 구하는 것보다는, 10편 정도의 글을 정기적으로 작성하고 이에 대해 의견을 받아 수정하는 방식이 훨씬 부담이 적었다. 예를 들어, 첫 번째 장을 완성한 후 편집자의 피드백을 받아 수정한 뒤, 그 수정 내용을 반영해 다음 장을 작성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하면 각 장마다 피드백을 받으며 원고를 점진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 이 과정은 IT의 애자일 프로세스와 유사하다. 일정한 분량의 원고가 작성되면 잦은 피드백을 받아 원고를 개선해 나가는 것이다.
또한, 각 장을 완성할 때마다 그 내용을 편집자에게 공유하고, 편집자는 그에 대한 구체적인 의견을 제시한다. 예를 들어, 특정 문장이 모호하다는 피드백이 있을 경우, 작가는 그 문장을 다시 명확하게 수정하고, 편집자가 이를 검토하여 최종적인 확인을 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반복적인 피드백 과정을 통해 원고의 완성도가 점점 높아지게 된다. 각 장별로 이런 피드백을 거치면, 전체 원고를 한꺼번에 수정하는 부담이 줄어들고, 수정 과정도 보다 체계적으로 이루어진다. 특히, 처음부터 끝까지 원고를 한 번에 수정하려고 할 때 생기는 혼란을 피할 수 있어 작업의 효율성도 높아진다.
또한, 피드백을 받을 때는 구체적인 부분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것도 중요하다. 예를 들어, "이 문단의 흐름이 자연스러운지?" 혹은 "이 부분에서 독자가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는지?" 등의 질문을 통해 편집자의 의견을 명확히 받아들일 수 있다. 이렇게 하면 피드백의 질이 높아지고, 원고의 완성도 역시 향상된다. 이러한 절차는 작가와 편집자 간의 신뢰를 쌓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된다.
원고가 10개 정도 쌓이면 구글 독스에 폴더를 하나 만들고, 문서 하나에 10개의 원고를 보기 좋게 정리해 붙여 넣는다. 이 폴더는 편집자만 볼 수 있도록 링크를 공유하고, 편집자의 이메일을 추가하면 설정이 완료된다. 작가는 전체적인 편집 권한을 갖고 있지만, 편집자도 직접 원고를 수정할 수 있는 권한을 갖는다. 다만, 이 단계에서 편집자가 원고를 직접 교정하는 경우는 드물다. 그렇다면 편집자는 원고에 자신의 의견을 어떻게 남길까? 바로 구글 독스의 댓글 기능을 활용하는 것이다. 마치 책의 여백에 빨간 펜으로 의견을 적어 넣듯, 댓글 기능을 통해 각 문장에 대한 의견을 남길 수 있다. 작가는 이를 검토하며 내용을 반영하거나, 다른 의견이 있을 경우 대댓글 기능을 이용해 다시 의견을 나눈다.
이런 방식으로 편집자는 작가가 작성한 원고에 댓글로 의견을 남긴다. 편집자가 구글 독스에 남긴 댓글 작업이 완료되면, 작가는 이를 검토하여 의견을 반영할지 아니면 다른 대안을 제시할지를 결정한다. 이 단계에서 오직 구글 독스만으로 소통이 이루어지기도 하지만, 때로는 유선 통화를 해야 할 경우도 있다. 댓글만으로는 의사를 충분히 전달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전화 통화를 꽤나 꺼리는 편이다. 카카오톡 메시지나 온라인 댓글이 훨씬 편하다. 하지만 가끔은 댓글만으로는 정확한 의사소통이 어려워 마치 전쟁에서 적군에 투항하는 심정으로 유선 통화를 해야 할 때도 있다.
이런 작업이 각 장별로 이루어지는데, 현재 출간 준비 중인 책은 총 5개의 장이 있어서 5번의 피드백이 5개의 폴더에 걸쳐 진행되었다. 한 개의 장별로 피드백이 2~3차례 진행하며 작가가 원고를 완성하게 되면 1차 편집이 종료된다.
1차 편집이 끝나면 편집자는 더 심도 있게 원고를 분석하는 단계로 접어든다. 우선 인용한 문장은 저작권 문제를 면밀히 검토한다. 인용된 저서를 출간한 출판사에 연락해 원고의 인용 여부를 정식으로 허락받아야 한다. 허락을 받게 되면 각주에 정확한 출처를 명시하게 되며, 이는 어느 출판사의 어느 책이고 몇 페이지인지를 구체적으로 작성해야 한다. 특히, 외서의 경우 문제가 더 복잡해진다. 저작권이 외국 작가에게 있기 때문에 여러 경로를 거쳐야 하며, 인용만으로도 저작권료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아 불가피하게 인용을 제거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인용이 반드시 필요할 때는 직접 인용 대신 문장을 풀어쓰는 방식으로 간접 인용을 사용해 원문을 변형하는 수밖에 없다. 이런 경우 원문을 사용할 수 없는 난처함을 겪게 된다.
이외에도 편집자는 원고를 다각도로 검토하고 교정한다. 문장이 어색하거나 흐름이 끊기는 부분, 사회적으로 논란의 여지가 있는 부분, 또는 저작권 문제와 관련된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점검하며 의견을 남긴다. 예를 들어, 특정 표현이 독자에게 부정적인 인상을 줄 수 있을 때는 그 표현을 대체할 수 있는 다른 문장을 제안하고, 추가적인 설명이 필요한 부분에는 구체적인 예시를 덧붙이도록 조언한다. 이때 구글 독스의 '제안' 모드를 활용해 수정이 필요한 부분을 표시하고, 제안된 수정 내용이 문서에 자동으로 반영되도록 한다. 제안 모드에서는 편집자가 수정한 문장이 별도로 표시되고, 수정 이유나 설명이 댓글 형태로 남겨지기 때문에 작가가 이해하기 쉽다.
또한, 편집자는 원고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데에도 집중한다. 책의 전체적인 톤이나 스타일이 일정하게 유지되도록 각 장을 비교하며 교정하고, 필요한 경우 작가와 추가 논의를 통해 방향성을 조정한다. 예를 들어, 특정 장의 톤이 지나치게 학문적이거나 딱딱할 경우, 이를 더 쉽게 읽히도록 수정하는 제안을 하기도 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편집자는 단순히 문장을 다듬는 것을 넘어, 원고의 전반적인 품질을 높이고 독자 경험을 개선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편집자는 여러 시선으로 문장을 교정한다. 어색한 부분,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킬 수 있는 부분, 저작권 문제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의견을 남긴다. 이때 사용하는 것은 구글 독스의 ‘제안’ 모드다. 제안 모드가 활성화된 상태에서 편집자는 교정이 필요한 부분에 손을 댄다. 아래 화면처럼 제안 모드가 활성화되면 수정한 문장이 자동으로 표시되고 댓글에 수정한 내용이 만들어진다. 그리고 이 내용을 작가에게 자동으로 전달된다. 말 한마디 없이 온라인으로 모든 소통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구글 독스의 ‘제안’ 모드 덕분에.
편집자가 제안한 부분을 작가가 수용하거나 다른 방안을 제시하기도 한다. 작가가 편집자의 의견을 수용하고 나서, 다시 제안 모드에서 편집자에게 개선 사항을 제안하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원고 자체를 직접 수정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원고의 수정은 편집자와 작가의 제안 모드에서 협의가 완료된 후에 시행되어야 한다.
교정 작업이 마치게 되면 원고는 디자이너에게 전달된다. 디자이너는 인디자인 프로그램으로 원고를 입력하며 최종적으로 PDF 파일로 조판하게 된다. 조판된 PDF파일을 작가에게 전달하면 작가는 원고 전체를 다시 면밀하게 검토하며 댓글 기능으로 잘못된 부분의 의견을 남긴다. 조판 단계에서 1~3번 정도에 걸쳐 원고를 재검토하게 되며 조판이 끝나면 최종적으로 인쇄 작업에 들어가게 된다.
인쇄가 끝나면 편집자와의 협업이 종료될까? 그렇지 않다. 출간 후에도 마케팅 계획에 따라 원고 샘플을 온라인에 공유하거나 서평 이벤트를 협의하는 작업이 이어진다. 이를 위해 유선이나 카카오톡으로 지속적인 소통을 펼치게 된다. 또한, 출판사는 도서 홍보 전략을 마련하며, 이를 위해 작가와 협력해 다양한 콘텐츠를 제작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작가와의 인터뷰 영상이나 글을 통해 독자와의 소통을 확대하고, SNS를 활용해 독자들의 관심을 끌기 위한 이벤트를 기획한다. 이러한 후속 작업들은 책이 출간된 후에도 독자들에게 더욱 다가갈 수 있는 중요한 과정이며, 작가와 편집자의 긴밀한 협력이 필수적이다.
작가와 편집자의 협업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책이 인쇄되어 독자의 손에 닿기까지, 그리고 그 후에도 소통은 계속된다. 하지만 그 모든 과정이 치밀하게 계획되고 그대로 진행되는 건 아니다. 때론 예상치 못한 변수들이 나타나고, 우연한 대화에서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타나기도 한다. 그렇게 출판 과정은 한 권의 책이 만들어지는 과정이라기보다는, 그저 수많은 선택과 조율이 쌓여가는 여정에 더 가깝다. 그 끝에 도달하게 되면, 비로소 서점 매대에 한 권의 책이 올라가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