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보니_사슴은_금수저였다
밴프에 살고있는 사슴은 눈이 참 크고 유난히 자주 눈에 띄였다.
지나가는 길에서도 보였고 캠핑장에도 가끔 나타나서 혹시 먹을거나 없는지 기웃거리기도 했다. 처음 야생사슴과 만났을 때는 그 놀라움과 신기함에 그저 셔터만 눌러댔다.
나는 놀랐지만, 이곳에서 태어나서 이곳에서 저만치 자란 사슴은 알수없는 찰칵 소리가 나는 검은 무언가와 자신을 번갈아 바라보며 놀란눈으로 환호성을 지르는 또 한명의 사람을 본것일 뿐이었다. 사슴은 그저 길을 건너면서 검고 큰 눈으로 말했다.
"뭐하고 있어? 포즈잡을 때 빨리 찍지않고서..."
사슴은 캠핑장에서도 편안해 보였다. 전혀 서두르거나 뛰지 않았고 끝까지 우아함을 유지했다. 마치 싸이트 어딘가에 자기 텐트를 만들어 놓고 오늘 누가 왔는지 천천히 둘러보고 있는 모습이었다.
문득 내가본 한국의 동물원에서 서서 잠자고 있던 사슴을 떠올렸다. 이렇게 넓은 집을 두고 한국에서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2평 남짓한 고시원에 가둬둔 모양이라니. 세상이 이렇게 넓고 아름다운 곳이라는것을 알지도 못한채 오늘도 멍하니 하루를 보내고 있는것은 아닌지 생각할수록 어울리지 않는 2인치 작은 청바지로 양쪽 골반을 조여오는 느낌이다.
캐나다 현지인들을 볼때는 아무렇지도 않더니 여유롭게 돌아다니는 사슴보니까 내가 동물원에 갇힌 사슴이 된 것 같아서 괜히 부럽다.
혹은 그럴지도 모르지..
매일 제때 맞춰서 먹을것 챙겨주고 물 갈아주고 어디 아프면 영양제도 놔준다. 잠시 긴장을 놓쳤을때 자기도 모르는 찰나에 곰에게 잡아먹힐 일도 없고 길 건너다가 지나가는 차에 치일 일도 없는데, 누가 누굴 부러워 하는지.
그러고 보니 동물원사슴도 금수저네..
근데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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