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1년, 감사했어요

우리만의 돌잔치 "땡큐 어워즈"

by 일리


“나 이제 돌 끝맘이야!!”

친구가 후련하게 외쳤다.

알록달록 저고리를 입은 주인공의 화려한 파티 사진 뒤로 들려온 말은,

“정신없이 지나가서 기억이 안 나.”

“식이 끝나기도 전에 꽃을 치우더라.”


결혼식도 건너뛰는 요즘, 돌잔치는 꼭 해야 할까.

아기의 무병장수를 빌던 풍습이, 100세 시대에도 여전히 의미가 있을까.


그렇다고 안 하기에는 또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12개월 동안 쑥쑥 커서 옹알대며 걷기 시작한 호은이도 참 기특했고, 힘든 시간동을 잘 버텨낸 우리 부부도 대견했다.

또 급히 병원에 가야 할 때 한달음에 달려와주신 아버님, 모유 수유를 위해 건강한 반찬을 챙겨준 엄마, 호은이만 보면 높은 언덕도 달려오시는 어머님, 사촌동생을 유난히 예뻐하는 조카들까지.

그간 받은 마음에 작은 답례를 하며 기념하고 싶었다. 우리 세 가족의 첫 1년을.



쑥쑥 크는 1년 동안 참 행복했어요.
각기 다른 결로 돌봐주신 여러분 덕분이에요.
모두 감사합니다.



라고 인사하는 자리라면, 더할 나위 없을 것 같았다. 다 같이 모여 이런 인사를 할 기회가 흔치 않으니.

그렇게 우리는, 우리만의 돌잔치를 만들었다.






양가가 함께하는 “땡큐 파티“

어색하지 않으면서도 따뜻한 시간이 되려면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쉽지 않았지만 즐거운 고민이었다.


상견례 때 양가가 마주 보고 앉았던 긴 테이블은 탈락. 남북 정상 회담 같은 분위기에 무슨 음식을 먹었는지 기억나지 않았기 때문에.

얼굴을 마주하고 모여 앉는 둥근 테이블은 어떨까. 호은이도, 어머님도, 조카들도 서로 얼굴을 마주 보며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그려졌다.


성공적이었던 원형 테이블


호은이의 1년이 고스란히 담긴 사진들을 선별해서 액자에 사진도 붙였다. 당일 주문한 헬륨 풍선과 꽃 덕분에 제법 그럴듯하게 공간을 채울 수 있었다.


우리가 사회를 보고, "멋쟁이 토마토" BGM과 함께 호은이가 입장했다.

사촌누나는 호은이 이름으로 삼행시를 지어 분위기를 띄웠고,

할아버지와 외할머니는 호은이에게 쓰신 편지를 읽어 주셨다. (부탁드렸는데 흔쾌히 응해 주셨다.)

마술에 푹 빠진 사촌 형은 무작위로 섞은 카드 중 두장을 뽑아 호은이의 생일을 맞추는 트릭을 선보였다.

이어서 떡케이크에 불을 붙이고, 모두가 함께 생일 축하 노래를 불렀다.


하루 전날 킨코스에서 야근하며 만든 돌잔치 식순


마지막은 감사한 마음을 전하는 "땡큐 어워즈"

전날까지 상 이름과 표현 방법을 고민했다. 가족들과 함께했던 순간들을 하나씩 되짚으며.


매일 같이 산책 하고, 병원도 함께 가주신 할아버지는 [함께 웃상],

만날 때마다 두 팔 번쩍! 들어 올려 뛰어오시는 할머니는 [호은아~~ 상],

엄마가 아플 때 맛있는 반찬을 싸들고 와주신 외할머니는 [사랑 걸음상],

엄마한테 다양한 육아 노하우를 전수해 준 이모는 [육아 선배상],

큰 키로 호은이를 번쩍번쩍 들어 올려주는 이모부는 [맑은 공기상],

집에서나 밖에서나 안전에 최선을 다하는 고모는 [보디가드상],

마술과 태권도로 깜짝 놀라게 해주는 형은 [서프라이즈상],

매일같이 호은이가 뭐하는지 궁금하다며 영상통화를 걸어오는 누나에겐 [호은이 뭐해?상]을 만들었다.


평소와 같이 "호은아~~!"라고 양팔을 번쩍 들고 흔들며 상장을 받으러 나오신 어머님. 덕분에 어색한 기류가 가시고 정겨운 분위기가 되었다.

수여식(?)을 하면서 상장과 함께 호은이와 찍은 사진도 전달했다. 각자의 사진을 보여주며 추억을 나누었다.



행복한 호은이가 드려요






이렇게 마무리된 유난스러운 돌잔치.

남편과 나는 공간 꾸미기부터 상장까지 직접 준비하고, 짐꾼 노릇도 하느라 정신없는 하루를 보냈다.

모두가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웃는 사이, 호은이는 사촌 형아 무릎에 누워 옹알대다 잠들었다.


나를 통해 아이가 사랑받고 있음을 느끼는건, 육아하면서 알게된 행복한 순간이었다.

내 부모님이 건네는 따듯한 손길, 언니와 형부가 표현하는 애정들이 모여 호은이의 삶을 더 풍요롭게 해 주리라. 그 모습을 보며 나도 더 열심히, 사랑을 나누며 살아야겠다는 마음이 든다.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자라는 호은이가, 나중에 누군가에게 그런 사람이 되어주길 바라며.


아참, 호은이는 돌잡이에서 망치를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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