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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여는 의자 05화

사라지는 의자

by 수케시오


어린 왕자에 나오는 조종사는 비행기를 조종할 줄 알고, 복잡한 기계를 다룰 수 있으며, 어른들의 세계에서 인정받는 실용적 지식을 갖춘 인물이다.

하지만 어린왕자를 만나면서 그의 확신을 흔들기 시작한다. 어린 왕자가 양을 그려달라고 요청했을 때, 그는 자신이 그림을 그릴 줄 모른다고 하지만, 결국 상자를 그리며 "네가 원하는 양이 그 안에 들어있어"라고 말하게 된다.

이 순간 그는 자신의 '전문성'이라는 의자에서 내려와 상상력과 순수함이라는 새로운 영역으로 발걸음을 내딛는다.

우리가 일상에서 붙잡고 있는 '의자'는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직책이라는 의자, 학벌이라는 의자, 경험이라는 의자, 나이라는 의자.

이런 의자들은 분명 우리에게 안정감을 주고 사회적 위치를 보장해 준다. 하지만 동시에 이 의자들은 우리를 특정한 틀에 가두고, 새로운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을 방해하기도 한다.


몇년전부터 계속 되뇌이는 구절이 있다. 노자의 "지부지상 부지지병(知不知上 不知知病)"은 '모름을 아는 것이 최상이고, 모르면서 안다고 하는 것이 병이다'라고 한다.


진정한 지혜는 자신이 무엇을 모르는지 정확히 아는 데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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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는 많이 아는것이 유리한 시대였다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는 마치 거대한 퀴즈쇼다. 학교에서는 정답을 맞혀야 좋은 점수를 받고, 직장에서는 빠른 의사결정이 능력으로 평가받는다. 모든 질문에는 정답이 있다고 가정하고, 그 정답을 빠르게 찾아내는 사람이 우수한 사람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이런 '퀴즈 패러다임'은 때로 우리를 진짜 중요한 질문에서 멀어지게 만든다.


왕은 권력이 전부라고 생각하고, 사업가는 별을 소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믿는다. 하지만 어린 왕자의 순수한 질문 앞에서 그들의 확신은 흔들린다. "왜 별을 소유해야 하나요?" "그게 별에게 무슨 도움이 되나요?"

모른다고 말할 수 있는 용기는 여기서 빛을 발한다. 그것은 기존의 틀을 벗어나 새로운 질문을 던질 수 있게 해 주고, 새로운 행동을 끌어낼 수 있다.

특히 복잡하고 불확실한 현대 사회에서는 모든 문제에 명확한 답이 있다고 가정하는 것 자체가 위험할 수 있다.

모름을 인정하는 것은 더 깊이 탐구하고 더 나은 해결책을 찾기 위한 첫걸음이다.



AI 시대의 초입에 들어섰다.


의자들이 사라지고 있다. 네 개의 다리로 구성된 견고한 구조가 평생 안정된 상태로 지지해 줄 것이라 믿었지만, 모든 확실성이 흔들리는 불투명해진 도전의 시기에는 기존의 견고함은 '묵직함'이 아닌 '완고함'이 된다.


안다고 여기는 익숙함에서의 '자각'이 요구되고, 모름에서 생기는 회피에서 '용기'가 필요한 시간이다.

자각과 용기는 우리가 이 불확실한 시대를 현명하게 헤쳐나갈 수 있는 길이 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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